[구독자TOP5 작품] [알디원 이상원 빙의글] 그 사람은 다시, 내 앞에 있었다 05

✎ 작가 : rlaalsrbb

★ 평점 : 9.5 점
⚇ 조회수 : 1,4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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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나만 기억하는 그 순간

퇴근 후, 이상원이 따라 나왔다.

말없이, 엘리베이터 앞에.

사람들 다 빠져나간 복도에서,

그가 조용히 말했다.

 

“잠깐 얘기할 수 있어요?”

 

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그게 실수였다.

 

 

 

 

 

 

 

 

 

[알디원 이상원 빙의글] 그 사람은 다시, 내 앞에 있었다 05

 

회의실 문이 닫히고

공기는 금방 무거워졌다.

 

“지금 나, 불편하죠?”

그의 질문은 너무 단순했는데

나는 너무 오래 참았던 것 같다.

 

“불편하죠.

불편하고… 어색하고…

왜 자꾸 그렇게 구는지도 모르겠고.”

숨이 헛돌았다.

 

“그때는 그렇게 내보내더니

지금은 왜, 자꾸 다정한 척하는데요?”

 

그가 무언가 말하려다 멈췄다.

나도 안 멈췄다.

 

“그때 나—팀장님이 말 한 마디도 안 해줘서

진짜 바닥까지 무너졌어요.

그 한 문장이

‘이 사람은 나를 아무 생각 없이 자른 거구나’

그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그는 잠깐 나를 보더니

조용히 말했다.

 

“나, 기억나요.

…당신이 퇴사하던 날.”

그 목소리는

지금까지 들었던 어떤 말보다 낮고 조용했다.

 

 

 

 

 

 

 

 

 

 

[알디원 이상원 빙의글] 그 사람은 다시, 내 앞에 있었다 05

 

2년 전,

야근 중이던 사무실.

그는 내 자리 앞에 조용히 와서 말했다.

“오늘은 그만해요.”

나는 책상에 얼굴을 파묻은 채 대답했다.

“괜찮아요.”

그는 한참을 말이 없었다.

그러곤 조용히 돌아섰다.

아무 말 없이.

아무 표정 없이.

 

그게 마지막이었다.

그 사람은, 그날도 등을 보이며 나를 떠났다.

 

“내가 그날 아무 말도 못 한 건…”

이상원이 말했다.

“내가 어떤 말을 해도,

당신한텐 위선처럼 들릴 것 같아서요.”

 

그 말이 맞았다.

그리고 너무 늦었다.

그리고 너무 아팠다.

 

나는 한 발 물러서며 말했다.

 

“그럼 이제라도 말해봐요.

그때 나한테 뭐라고 했어야 했는지.”

 

그는 날 똑바로 봤다.

 

“가지 말아요.

그랬어야 했죠.”

 

딱.

그 한 마디로

나는 또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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