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 rlaalsrbb
★ 평점 : 9.5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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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당신이 모르는 척 안 했으면 좋겠어요
다음 날.
출근은 했지만, 그 얼굴은 못 보려고 애썼다.
자리 옮기고 싶다는 생각도 했고,
팀 회의 빠지고 싶은 핑계도 생각했다.
근데 그런 거 다 필요 없었다.
그가 먼저 왔으니까.
회의실 앞에서,
내가 들어가기 직전.
“잠깐만요.”
그 목소리에
내 심장이 먼저 반응했다.
진짜 짜증나는 반응속도였다.
머리는 "그냥 무시해" 하는데
가슴은 벌써 박자 맞춰 뛰기 시작함.
나는 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회의 늦어요.”
그가 조용히 한 마디 덧붙였다.
“그날 문자… 다시 보내면
지금도 똑같이 나갈 거예요.”
나는 멈췄다.
천천히 돌아봤다.
그가 말했다.
“근데 이번엔,
뒤따라가서 설명할 거예요.
당신이 그거 읽고 나가기 전에.”
회의 끝나고 자리에 앉아있는데
쪽지가 하나 툭 떨어졌다.
종이 쪽지.
이상원답지 않은 방식.
“오늘 저녁 시간 돼요? 잠깐만, 나 좀 봐요.”
저녁.
약속도 없었는데 괜히 가방 들고 퇴근한 척.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내 옆으로
그가 다가왔다.
말 없이, 그냥 옆에 섰다.
“따로 가려고요.”
내가 말했다.
그는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엘리베이터 문 열릴 때
그가 갑자기 말했다.
“그날 당신이 나를 봤던 그 눈빛
다시 보면 안 돼요?”
나는 문 열리는 소리도, 사람들 움직이는 것도
다 안 들렸다.
그 사람은 지금
내가 도망치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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