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 rlaalsrbb
★ 평점 : 9.5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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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말하려고 한 게 아닌데
저녁에 카페에서 만나자는 메시지를 받고도,
나는 한참을 답하지 않았다.
처음엔 무시하려고 했고,
그다음엔 어떻게든 이유를 만들려 했다.
‘바빠서’, ‘몸이 안 좋아서’, ‘지금은 좀 아닌 것 같아서’
근데 결국엔,
아무 말 없이 나가서 그 카페 앞에 서 있었다.
그가 먼저 와 있었다.
창가 자리에 앉아 커피잔을 손에 들고 있었다.
내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그저 나를 가볍게 바라봤다.
그 눈빛이—
예전의 그와는 확실히 달랐다.
무표정이 아니라, 조심스러운 얼굴이었다.
나는 말 없이 마주 앉았다.
“와줘서 고마워요.”
그가 말했다.
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한참 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
커피가 식고, 창밖이 어두워지고,
그제야 그가 입을 열었다.
“그날 이후로—당신이 퇴사한 뒤로
계속 생각했어요.
내가 뭘 놓쳤는지,
뭘 잘못했는지.”
그는 말을 고르듯 조용히 손을 모았다.
“처음에는 그냥 내가 무심해서였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아니었어요.
그건 솔직하지 못해서였어요.”
나는 잠깐 눈을 떴다가 감았다.
왜 지금 이런 말을 하는 걸까.
왜 이제야 이걸 꺼내는 걸까.
그때는,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으면서.
“그때,
당신이 그렇게 나간 다음에도,
내가 계속 메시지를 쓰다가 지웠어요.
변명 같아서, 설명 같아서.
아무것도 보내지 못했어요.”
그 말에 어이가 없었다.
나는 웃음 비슷한 걸 흘리며 말했다.
“그 말…
그때 했으면 안 들렸을 수도 있어요.
근데 지금 와서 한다고 뭐가 달라요?”
그가 잠깐 나를 보았다.
그러곤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말했다.
“지금은,
내가 그때와 다르니까요.”
그 한 마디가—
참 이상하게 들렸다.
책임지겠다는 말도 아니고,
사과도 아니고,
‘나 변했어’라고 말하는 것도 아니고.
그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고,
그 침묵이 오히려 더 말 같았다.
카페에서 나와 걸었다.
가까운 지하철역까지 같이 가자고 그가 제안했지만
나는 “혼자 가고 싶어요”라고 잘랐다.
근데 등 뒤에서
그가 조용히 말했다.
“내가 지금 하는 말들,
고백하려고 한 건 아니었어요.”
걸음을 멈췄다.
그는 내 옆에 조심스럽게 섰다.
“…근데 말이 돼버렸어요.”
나는 다시 걸었다.
뛰지도 않았고, 천천히 걷지도 않았다.
그냥 어딘가로,
멀어지기보단
그에게서 겨우 떨어질 만큼의 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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