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 rlaalsrbb
★ 평점 : 9.5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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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그때도, 지금도
이상원은 그날 이후,
다시 말이 없었다.
정확히는,
고백 비슷한 말을 꺼낸 뒤부터 조용해졌다.
회의에서는 필요할 때만 눈을 마주쳤고,
업무는 전부 메신저로 정리해서 보냈다.
회식에도 빠졌다.
툭 하면 밖으로 전화를 받으러 나갔고,
같은 공간에 있어도 내 쪽은 절대 보지 않았다.
나는 모르는 척했다.
그가 다시 선을 긋고 있다는 걸.
하지만
이상원이라는 사람은,
선 긋는 데 아주 능한 사람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점심시간.
동기 하나가 조용히 내게 물었다.
“요즘 팀장님… 뭔 일 있어요?”
“왜?”
“누가 그러는데, 팀장님이 위에서 압박 받는다고.
작년에 팀에서 나간 사람 건으로.”
나는 순간적으로 식은기운이 등줄기를 훑는 걸 느꼈다.
“작년에…?”
“그때 한 명 그냥 잘린 거 있었대요.
보고서도 안 돌고, 공식 발표도 없고.”
“혹시… 내 얘기?”
“모르겠어요. 근데 그거,
팀장님이 결정한 거 아니었대.
다른 쪽에서 정리하면서 억울하게 이름 올랐다고.”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종이컵을 살짝 내려놨다.
속이 텅 비는 느낌.
다시 시작됐다. 기억과 현실의 충돌.
그날 밤,
나는 결국 팀장실 앞에 섰다.
문을 열었을 땐
그가 책상에 앉아 서류를 정리 중이었다.
“저… 잠깐 얘기할 수 있어요?”
그는 고개를 들었다.
아주 잠깐, 당황한 기색이 스쳤지만
금방 표정을 지웠다.
“앉아요.”
“작년에,
제가 나간 게…
정말 팀장님 결정 아니었어요?”
그는 손을 멈췄다.
책상 위엔 정리 중이던 문서와
흘러내린 볼펜 하나.
“맞아요.
내 결정 아니었어요.”
“근데 왜 아무 말도 안 했어요.”
“그땐, 말해봤자
당신이 날 믿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지금은요?
지금은 말하면 믿을 것 같아요?”
그가 고개를 숙였다.
“…모르겠어요.
그래서 지금은,
그냥 가만히 있는 거예요.”
“팀장님은 늘 그래요.
상처 줬다고 생각하면
뒤로 빠지기 바쁘잖아요.
마주하지도 않고,
책임지지도 않고.”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그날 나 혼자 나간 거 아니에요.
나, 놓인 거였어요.
근데 지금 와서,
다시 잡을 것도 아니면서 그냥 옆에 있기만 하겠다고요?
…그건 너무 이기적인 거 알아요?”
그는 그 말을 듣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눈빛은,
놀랍도록 조용했다.
“…맞아요.
나, 이기적인 사람 맞아요.”
그날 이후
나는 그를 피했다.
그는
나를 더 이상 붙잡지 않았다.
근데
그게 오히려 더 불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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