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TOP5 작품] [알디원 이상원 빙의글] 그 사람은 다시, 내 앞에 있었다 09

✎ 작가 : rlaalsrbb

★ 평점 : 9.5 점
⚇ 조회수 : 1,4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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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그 날로 끝내려 했는데

전화가 왔다.

오전 9시 12분.

업무 시작 직후, 뜬금없이.

 

이상원.

뜸들이지도 않고 그냥 받았다.

 

“오늘 저녁, 시간 돼요?”

“왜요.”

“하고 싶은 말 있어요.

이번엔, 제대로.”

 

퇴근 후,

도서관 근처 카페에 앉아 그를 기다렸다.

나오는 길에 괜히 화장실 거울도 한 번 더 보고 나왔는데

그런 나 자신이 너무 싫었다.

 

 

 

 

 

 

 

 

 

[알디원 이상원 빙의글] 그 사람은 다시, 내 앞에 있었다 09

 

그는 평소보다 정돈되지 않은 모습으로 왔다.

넥타이도 느슨했고, 손에는 준비해 온 듯한 노트북이 들려 있었다.

 

“오늘은 말 안 돌릴게요.”

그가 앉자마자 말했다.

“당신이 알고 있는 그날,

내가 어떤 식으로든 붙잡았어야 했다는 거

이제야 인정해요.”

나는 아무 말 없이 듣고만 있었다.

 

그는 노트북을 열었다.

메일함을 하나 띄우고,

날짜를 지정하더니

2년 전 메일을 하나 열어 보였다.

 

“정리대상 제외 건 – 김○○

사유: 크리에이티브 주도권 보유, 핵심 자산.

잔류 요청.”

 

“그거,

내가 올린 메일이에요.

누가 뭐래도 당신은 남겨야 한다고—

내가, 그때 이렇게 말했어요.”

 

“…그럼 왜.”

내가 말했다.

“왜 아무 말도 안 했어요?

그거 보여주면 됐잖아요.”

 

“그게…”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당신이 날 안 믿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미 상처받았고,

이미 나로 인해 망가졌으니까.”

 

나는 피식 웃었다.

“정답이었네요.”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알디원 이상원 빙의글] 그 사람은 다시, 내 앞에 있었다 09

 

한참 침묵 끝에,

내가 말했다.

 

“근데 나,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당신이 왜 이걸 보여주고 있는 건지.”

 

“…나한테 다시 기회 줄 수 있냐고 물으면

당신은 거절할 거니까요.

그래서,

그냥 마지막으로,

정리하려고요.

내 감정이라도.”

 

“정리요?”

나는 어이가 없었다.

“그 말,

내가 했던 말이거든요.

당신이 아무것도 말 안 해줄 때,

나 혼자 계속 머릿속으로 했던 말이에요.

정리하자. 다 지우자.

잊자.”

 

“그게 잘 됐어요?”

그가 물었다.

“다 잊었어요?”

 

나는 눈을 피했다.

 

“…그날로 끝냈어야 했는데,

지금이 더 아파요.”

 

그는 일어나지 않았다.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는 그냥 앉아서,

그날 같지도 않은 오늘을

조용히 공유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상태인지

정의도 못 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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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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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nny99lim
    글 분위기가 너무 몰입감 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어요. 이상원 캐릭터에 완전 빠져버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