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 vosvmffjtm
★ 평점 : 9.8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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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내 얼굴을 한 남자와 마주쳤다
“네가 거기 있었어.”
“아니, 나 아니야.”
정하윤은 무표정으로 도현을 바라봤다.
“현장에선 널 봤다는 사람이 있었고, CCTV에도 네 얼굴이 찍혔어.”
“그 시간에 난 집에 있었다니까.”
“도현아. 이쯤 되면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잦아.”
도현은 말없이 고개를 떨궜다.
책상 위엔 한 장의 사진.
흑백으로 출력된 CCTV 캡처본.
어두운 골목, 상가 간판 아래,
자신과 완전히 같은 얼굴의 남자가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사람, 내가 아니야.”
“그럼 누군데?”
도현은 대답하지 못했다.
지금 이 상황을 설명할 말이 없었다.
하윤이 조용히 사진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말했다.
“…이 사람, 널 따라하고 있어.”
“그건 이미 알고 있어.”
“아니. 이번엔 좀 달라.”
“뭐가?”
“너보다 더... 너 같아.”
밤, 11시.
도현은 단서를 좇아 도림동 폐상가 거리로 향했다.
거긴 3건의 사건 중 하나의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장소였다.
거리는 조용했다.
비는 그치지 않았고, 가로등은 깜빡였다.
그리고.
그 순간.
도현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누군가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건물 유리벽 너머.
거울처럼 반사된 골목 반대편에서,
도현의 얼굴을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눈이 마주쳤다.
진짜였다.
카메라도, 반사도 아니었다.
그 남자도 도현을 보고 있었다.
도현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뛰었다.
발소리.
비에 젖은 시멘트 바닥.
도현은 폐상가 건물 안으로 뛰어들었다.
1층, 2층,
형광등 하나 켜지지 않은 복도.
쌓인 먼지, 부서진 유리,
그리고—
어두운 끝에서,
그 남자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도현은 걸음을 멈췄다.
호흡이 거칠어졌다.
눈앞의 남자.
자신과 같은 얼굴.
하지만... 너무 조용했다.
그 남자가 입을 열었다.
“어디까지 왔네.”
“…너 누구야.”
“너는, 나잖아.”
목소리조차 도현과 같았다.
하지만 억양이 없었다.
말이 아니라, 녹음된 음성처럼 들렸다.
도현은 한 발 앞으로 다가갔다.
“이건… 뭐지? 진짜 뭐야, 너.”
그 남자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
도현이 가장 싫어하는 방식으로.
자기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그 표정으로.
“넌 이제, 늦었어.”
그리고 그 말과 함께,
남자는 뒷문을 통해 사라졌다.
도현은 잠시 그대로 서 있었다.
누가 봐도 뒤쫓아야 할 상황이었지만,
그는 움직이지 못했다.
자기 몸이,
자기 정신이,
“이해할 수 없는 자신”과 마주한 충격으로 멈춰버린 것이다.
그는 결국 무너진 듯, 벽에 기대앉았다.
숨이 깊어지고, 눈을 감았다.
“그 얼굴이... 나보다 나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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