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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승냐냐
★ 평점 : 10 점
⚇ 조회수 : 3,435 회
도련님은 계란말이만 먹는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랬다.
“어묵볶음은 손도 안 대네.”
“기름 냄새가 별로야.”
“…예. 입맛 섬세하신 분.”
그는 대답 대신 물컵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고개는 들지 않고,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식탁에 앉아 마주보고 있는데도,
마치 서로 투명한 벽 너머에 있는 사람 같았다.
존재는 가까운데, 거리는 그대로였다.
“내일 김밥 싸와. 단무지 빼고.”
“…도시락 케이터링이야 뭐야.”
“그건 유료지. 넌 그냥 자발적.”
“내가 자발적인 사람이었으면 여기에 없지.”
그는 미묘하게 웃었다.
입꼬리가 아주 조금 움직였지만, 그게 다였다.
식사를 마친 그는 조용히 도시락 뚜껑을 닫았다.
남긴 건 하나도 없었다.
늘 그렇듯, 질서 있게 정리된 행동.
📩 [태산]
시간 되면 나 좀 따라와.
📩 [나]
어딘데.
📩 [태산]
와보면 알아.
이 사람은 무슨 말을 해도 꼭 이렇게 말을 흐린다.
그런데도 거절을 잘 못 하겠는 나는
결국 또 걷고 있었다.
택시를 탔다.
그는 나보다 먼저 문을 열었고, 나는 무심코 따라 앉았다.
행선지를 기사에게 말하지 않았다.
창밖을 보던 그는, 그저 조용히 말했다.
“직진이요.”
그게 다였다.
나는 한참을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다, 옆을 봤다.
그는 유리창에 머리를 기대고 있었다.
눈은 먼 데를 보고 있었고, 손끝은 무의식처럼 창문틀을 두드리고 있었다.
“…이렇게 아무 말 없이 데리고 가는 거, 좀 그래.”
그는 듣고도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잠깐 고개를 돌리더니, 천천히 말했다.
“근데 넌 따라오잖아.”
“…내가 이상한 거지.”
“그러니까.”
말은 다 했지만, 말 같지 않았다.
그 사이로 조용한 음악이 흘렀고, 차는 병원 앞에 도착했다.
요양병원.
병실 문 앞에서 그가 멈췄다.
“할머니 계셔. 상태는 많이 안 좋아.”
“…그래도 자주 와?”
“응. 아무 말 없어도, 들을 거 같아서.”
말은 담담했다.
하지만 손등을 한 번 만지고, 깊게 숨을 내쉬는 순간엔
무언가 정리 중인 사람처럼 보였다.
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나는 잠시 멈춰 섰다.
조용한 병실 안,
낡은 피아노 소리가 들려왔다.
연주라고 하기엔 불완전했고,
연습이라고 하기엔 너무 조심스러웠다.
익숙한 멜로디.
‘고백’이라는 제목이 떠올랐다.
중간까지 치다가, 멈췄다.
다시 같은 구절로 돌아간다.
계속.
같은 흐름.
같은 실수.
끝맺음을 못 하는 곡.
그는 그 자리에서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손끝에 힘이 들어가 있었고, 어깨는 미세하게 떨렸다.
그리고,
그가 갑자기 연주를 멈췄다.
돌아오는 택시 안은 말이 없었다.
그는 여전히 창밖을 보고 있었고,
나는 그 옆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택시가 멈추고,
내릴 무렵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 곡, 할머니가 예전에 좋아했거든.”
“…그래서 계속 치는 거야?”
“응. 끝까지 한 번도 쳐본 적 없는데… 오늘도 안 됐네.”
그 말에 무게가 있었지만, 억지 감정은 없었다.
조용한 체념처럼 들렸다.
“할머니가 항상 박수 쳐주셨거든.
근데 요즘은… 누가 듣고 있을지 잘 모르겠어서.”
문을 열고 나가기 전,
그가 덧붙였다.
“그래도, 누군가 들었겠지.”
다음 날 아침.
김밥을 싸면서 나는 단무지를 뺐다.
그리고,
치즈를 한 줄 얹었다.
이상하게,
그가 뭐라고 할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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