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 rlaalsrbb
★ 평점 : 9.7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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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 완결] 다시, 그곳에서
졸업식이 끝나고,
사람들은 모두 떠났다.
교복에 낙서를 남기고,
꽃을 들고,
사진을 찍고,
그렇게 각자의 끝을 정리했다.
나는
혼자 옥상으로 올라갔다.
한참 만에 문을 열었는데,
거기.
그 애가 있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교복 자켓은 벗어져 있었고,
바람은 그때처럼 불고 있었다.
“여기,
너만 오냐?”
이한이 말했다.
나는 웃지 않고,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리고 너.”
그 애는 걸터앉았다.
"우리, 여기서 많이도 앉았지."
"응."
"그땐…
다 말 못 했던 거,
많았는데."
나는 도시락 없이
그 자리에 앉았다.
그 애도 옆에 앉았다.
말은 많지 않았지만,
공기가 다 말하고 있었다.
“너는…”
그 애가 조용히 말했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나는 잠깐 생각했다.
그리고 말했다.
“누구 옆에 있을 때
편안한 사람.”
그 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침묵.
그 다음엔
진짜 오랜만에 웃었다.
“그거,
너 지금도 그러고 있어.”
우린 사귀었는지도 모른다.
고백은 했지만
뭔가 명확한 걸 정한 적은 없었다.
그 애가 날 좋아한다고 했고,
나도 그렇다고 했고,
그 이후론 그냥
서로 옆에 있었다.
그래서 그게
사랑이었는지,
위로였는지,
아니면 그냥 같은 시절이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근데,
그 애는 분명 내 옆에 있었다.
그게 전부였다.
옥상에서 내려가기 전,
그 애가 내 쪽으로 살짝 몸을 기울였다.
아무 말 없이,
나를 한 번 안아줬다.
그게 이한식 작별인사였고,
나는 그걸
아무 말 없이 받아들였다.
그날 이후
옥상엔 다시 가보지 않았다.
하지만 가끔,
계란 반찬을 보면
그 애가 떠오른다.
아무 말 없이 젓가락 내밀던 얼굴.
조용히 앉아 있던 여름의 바람.
그리고 그 질문.
“여기, 너만 오냐?”
아니.
이젠 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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