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 vosvmffjtm
★ 평점 : 9.5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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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처음처럼 / 똑같은 장면, 다른 눈빛
태산은 자주 그 길을 걸었다.
지금처럼 캡을 눌러쓰고, 고개를 조금 숙이고.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면서도
그 특유의 걸음걸이는 숨기지 못했다.
나는 그런 그를
수십 번도 넘게 봤다.
과거에도. 지금도.
하지만 지금의 그는
그 어떤 시선도 나에게 보내지 않는다.
"또 보네요."
내가 먼저 말을 건넸다.
그는 어제보다 부드러운 표정이었다.
"그러게요. 이 근처 자주 오세요?"
"가끔요. 조용해서 좋아해요."
그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이 거리엔, 우리가 함께 걸었던 기억이 남아 있었다.
"연습생이세요?"
나는 일부러 그렇게 물었다.
그가 대답하는 걸 듣고 싶었다.
그의 목소리로, 현재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싶었다.
"아니요. 데뷔했어요. 작년 말에."
"그랬구나…"
나는 당황하지 않은 척 고개를 끄덕였다.
작년 말.
그건, 정확히 우리가 헤어진 시점이었다.
태산은 그 이후 데뷔했고,
나는… 과거 속에서 멈춰 있었다.
며칠 후,
그는 먼저 나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나는 그 질문을 몇 번이나 상상했었다.
첫 만남으로 되돌아간다면,
그가 모른다는 걸 전제로 대화를 시작한다면.
"하윤."
나는 짧게 대답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윤 씨. 이상하게 익숙하네요."
그 말 한마디에 숨이 멎을 뻔했다.
"우리… 어디서 본 적 있나?"
그 질문.
그 느낌.
나는 예전에도 들었었다.
태산이 나를 처음 좋아하게 됐던 날,
그는 이렇게 말했다.
"처음 본 사람인데 이상하게 익숙해."
"누군가를 오래 기다렸던 기분이야."
지금, 똑같은 말을 했다.
기억은 지워졌지만,
감정은 남아 있는 걸까?
"기억이 잘 안 나시나 봐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며칠이 더 흘렀고,
우리는 마주칠 때마다 인사를 나눴다.
그는 조금씩 나에게 익숙해지고 있었다.
"여기서 커피 드세요? 맛있어요?"
"별로 안 마셔봤는데… 추천해 줄래요?"
그와의 일상이, 아주 천천히 다시 만들어지고 있었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
하지만 완전히 다른 시작.
그리고,
그날.
비가 내렸다.
정확히 1년 전, 우리가 처음 손을 잡았던 날.
같은 날짜, 같은 날씨.
나는 그를 찾아갔다.
우연을 가장해서.
그는 비를 맞고 있었고, 나는 우산을 들고 있었다.
"태산 씨."
그는 고개를 들었다.
조금 놀란 눈빛.
하지만 나를 알아봤다.
이름 없이, 인연으로.
"우산… 같이 쓸래요?"
나는 그에게 우산을 내밀었다.
그는 잠시 망설였지만, 곧 미소 지었다.
"좋아요."
우리는 그렇게,
다시 처음처럼
한 우산 아래에서 걷기 시작했다.
그가 옆에 있었고,
나는 그를 잊지 않았고,
그는 나를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깨에 닿은 그의 체온이,
예전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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