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 vosvmffjtm
★ 평점 : 9.5 점
⚇ 조회수 : 4,526 회
.
.
.
.
[4화] 기억의 틈 / 네가 모르는 우리의 이야기
태산은 그날 이상하게 초조해 보였다.
손끝이 계속 바지 주머니를 건드리고,
커피잔을 몇 번이고 입술에 대다 내려놓았다.
나는 그냥 모르는 척하고 웃었다.
우리는,
이런 서로 모르는 척하는 관계에 익숙해지는 중이었다.
“꿈을 꿨어요. 또.”
그는 창밖을 보며 말했다.
“이번에는 내가 울고 있었고,
누가 내 손을 잡아줬어요.
근데… 손이 되게 익숙했어요.
이상하죠?”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기억이 나려는 건지도 몰라요.”
그 말에 그는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작은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찢어진 듯한 모서리,
연한 글씨,
그리고 익숙한 필체.
그건 내가 쓴 거였다.
“언젠가 기억이 돌아올지도 몰라.
그때 내가 네 곁에 없더라도,
이게 우리가 사랑했던 증거야.”
태산은 그걸 바라보다 말했다.
“이걸 서랍에서 찾았어요.
내 이름도 없고, 날짜도 없고…
근데 왜인지 모르겠는데,
읽는데 되게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나는 그 종이를 보지 않으려 애썼다.
모른 척해야 했다.
그게 약속이었다.
기억이 돌아와도, 먼저 말하지 않기.
“혹시… 이런 글, 하윤 씨가 써본 적 있어요?”
그는 내 얼굴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아니면, 이런 말… 누가 해본 적 있다든가.”
나는 웃었다.
연기처럼, 거짓말처럼.
배우보다 더 좋은 배우처럼.
“그런 말, 드라마에서 많이 나오잖아요.”
그는 한참 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며칠 후.
나는 그를 따라 연습실로 갔다.
오랜만이었다.
그가 처음 데뷔했을 때,
무대를 함께 보던 날들이 스쳐 지나갔다.
거기서 나는
그 사람을 보게 됐다.
한 여자.
긴 머리에 밝은 얼굴.
스태프였지만,
태산을 부를 때만큼은 아주 익숙한 말투였다.
“태산아~ 이따 연습 끝나고 밥 먹으러 가자!”
너무 자연스러웠다.
그도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장면이,
나를 바보로 만들었다.
돌아오는 길.
우리는 말이 없었다.
비는 오지 않았지만,
눈앞이 흐렸다.
“그 사람은 누구예요?”
나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는 놀란 눈으로 나를 봤다.
“…그냥, 회사 스태프예요. 왜요?”
나는 그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내가 무슨 자격으로 묻는 걸까.
이 관계에 이름도 없고, 기억도 없는데.
“그냥… 좀 신경 쓰였어요.”
내가 간신히 뱉은 말.
그는 웃지 않았다.
대신 아주 천천히 말했다.
“하윤 씨,
가끔…
당신이 나를 너무 잘 아는 것 같아요.”
나는 눈을 피했다.
그 말은 칼날이었다.
그가 틀리지 않았기에, 더 아팠다.
그날 밤,
나는 또 다른 기억의 편지를 꺼냈다.
찢어버릴까 말까 망설이다,
그냥 불을 껐다.
불빛 아래선 너무 모든 게 진짜 같아서
감정을 도망치기 어려우니까.
.
.
.
.
.
.
⚠️해당 게시글은 팬플러스 팬픽 작가님이 남겨주신 소중한 작품입니다. 해당 팬픽에 포함된 내용에 대한
악의적인 비방 및 비하, 욕설이 담긴 댓글을 남길 시 무통보 활동정지 및 탈퇴 처리됩니다.
⚠️본 사이트의 콘텐츠를 무단 복제, 배포하는 경우에는 저작권법 제 97조의 저작재산권침해죄에 해당하며,
저작권법에 의거 법적조치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