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 vosvmffjtm
★ 평점 : 9.5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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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잊혀진 대화 / 그리고 편지 한 장
태산은 요즘 말수가 줄었다.
내가 먼저 말을 걸면 웃어주지만,
그 웃음은 어딘가 걸려 있었다.
“요즘도… 꿈 꾸세요?”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같은 사람이 나와요.
근데, 얼굴이 안 보여요.
그런데 이상하게… 감정은 또렷해요.”
나는 숨을 참았다.
그게 나란 걸 말할 수도,
모른 척할 수도 없었다.
“슬퍼요?”
작게 물었다.
태산은 한참 동안 대답이 없었다.
그리고,
내 쪽을 보지 않은 채로 말했다.
“…버려진 느낌이에요.”
심장이 천천히 쪼그라드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아마 내 상상 속 소리였겠지.
그래도 그건 정확했다.
나는,
그를 지운 장본인이니까.
며칠 뒤,
태산에게서 연락이 왔다.
문자였다.
짧고, 의미심장했다.
“하윤 씨, 혹시… 예전에 편지 같은 거 쓴 적 있어요?”
나는 손에서 휴대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혹시"가 아니고
"정확히 그 편지"가 뭔지 나는 알고 있었다.
그날 밤.
우리는 마주 앉았다.
카페 구석 자리.
조명이 어둡고, 음악은 조용했다.
눈빛이 더 선명하게 보이는 그런 분위기였다.
태산은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접혀 있었고, 구겨져 있었다.
"이거, 제 연습복 가방 속에서 나왔어요.
오래된 종이인데… 손글씨고."
나는 알아봤다.
내 필체.
아주 오래전,
기억을 지우기 전 마지막으로 썼던 그 편지였다.
“넌 아마 이걸 다시는 못 보겠지만,
혹시라도 기억이 돌아온다면—
그건 벌일지도 몰라.
그래도 나는, 너를 사랑했어.”
태산은 한참을 나를 바라봤다.
“…하윤 씨가 쓴 거 맞죠?”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왜 아무 말도 안 해요?”
그의 목소리에 감정이 실려 있었다.
놀람도, 분노도 아닌
상처받은 사람의 목소리.
“그냥, 비슷한 글씨체일 수도 있고…”
“아니요.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아요.”
그가 내 말을 끊었다.
“계속 익숙하다고 느꼈어요.
당신이 나를 잘 안다는 것도,
내가 모르는 대답을 당신은 이미 알고 있다는 것도.
근데… 이건 뭐예요?
왜 제 가방 속에 이런 게 들어 있어요?
왜 저한테서…
왜 제 기억에서,
당신이 빠져 있는 것 같죠?”
나는 숨을 삼켰다.
이건,
말해선 안 되는 선.
하지만 이미, 선은 지워지고 있었다.
"태산 씨."
그가 고개를 들었다.
눈빛이 흔들렸다.
"그 편지…
내가 쓴 게 맞아요."
그 순간,
공기마저도 정지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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