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보넥도 태산 빙의글] 다 기억해, 너만 빼고 06

✎ 작가 : vosvmffjtm

★ 평점 : 9.5 점
⚇ 조회수 : 4,5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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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태산의 꿈 / 어디서 본 적 있어요

태산은 요즘

하윤의 이름을 부르기 전에

입을 두 번은 열었다 닫는다.

 

말을 꺼내기 전에,

마음이 먼저 흔들리고,

그 흔들림을 스스로 이해하지 못한 채

그는 점점 말수가 줄어들고 있었다.

 

"요즘 꿈을 꾸면… 자꾸 손이 떨려요."

그는 그렇게 말했다.

 

"꿈에서 제가 누굴 놓쳐요.

그 사람 얼굴이 잘 안 보여요.

근데 손이 작고… 따뜻했고…"

 

그는 말을 멈췄다.

"…익숙했어요. 당신 손이랑."

 

나는 그의 눈을 피했다.

말도, 웃음도, 다 가짜 같았다.

기억이 다 돌아오면,

이 따뜻함도 결국 사라질까 봐.

 

그날 밤

태산은 꿈을 꿨다.

 

현관문 앞.

누군가 울고 있다.

그는 문을 열 수 없다.

울음소리는 점점 멀어지고,

그는 두 손으로 귀를 막는다.

 

“괜찮아.

기억하지 않아도 괜찮아.”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그리고—

“나는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기억 없이라도.”

 

그는 갑자기 숨이 막혀 깨버렸다.

손엔 식은 땀.

눈물 자국.

 

그 목소리가… 하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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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태산은 하윤을 만났다.

 

"꿈 꿨어요."

그는 말했다.

 

"이번엔 목소리가 들렸어요.

…당신 목소리였어요."

 

하윤은 웃지 못했다.

 

“…내가 뭐라고 했는데요?”

 

그는 조용히 대답했다.

“괜찮다고 했어요.

기억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런 말…

현실에서도 했던 적 있나요?”

 

하윤은 고개를 저었다.

입술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아니요.

한 적 없어요.”

 

거짓말이었다.

그건 그가 기억을 지우기 전,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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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태산은 다이어리 하나를 발견했다.

 

오래된 공용 연습실 안,

자기 이름이 적혀 있는 것도 아닌데

자꾸 손이 갔다.

 

그 다이어리는 낙서투성이였다.

 

중간에 한 페이지.

“2024.6.14

오늘 태산이 힘들어했다.

내가 옆에 있어주는 게 맞는 걸까?

그가 날 몰랐더라도,

나는 여전히 그를 사랑할 텐데.”

 

펜 자국은 번져 있었고

손때가 많이 묻은 종이.

 

그는 그대로 앉아 한참을 움직이지 않았다.

무언가 빠르게 지나갔다.

 

익숙한 글씨체.

이름 없이 쓰인, 너무 정확한 감정.

 

"…당신이 쓴 거 아니에요?"

그가 하윤에게 물었다.

 

직감이었다.

하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런 감정… 느껴본 적 있어요?"

그렇게 되물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계속 그래요.

당신이 나를 아는 것 같고,

나도 당신을 알았던 것 같은데

모든 게 새로워요.

그게 이상하고,

가끔… 무서워요."

 

하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기억은 없어도,

감정이 남아 있는 건가요?”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신 눈을 감았다.

그 안에 떠오르는 장면 하나.

 

자신이 울고 있었고,

누군가 이마에 입을 맞추며 말하고 있었다.

 

“다음 생에 우리가 다시 만나면,

그땐 잊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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