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 뷔 빙의글] 몽글몽글 심리 1화](https://media.nudge-community.com/8627789)
작가: 망개망개씌 👤구독자 수: 167 / ⭐평점: 9.89 / 💟읽음 수: 3,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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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한겨울. 사람들이 저마다 눈에 추억을 쌓으며 길거리를 걸어가는 한적한 오후. 하루 중 그나마 가장 따뜻한 때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두 남녀가 서로를 마주 본 채 서있다. 연인이라기에는, 이미 끝이 난 듯한.
""···나 진짜 누나 없으면 안 돼요.""
급기야 울음을 보이는 남자 앞으로, 조금의 표정 변화도 없는 여자 한 명. 이미 그에 대한 마음이 차갑게 식은 듯했다.
""···끝까지 거짓말이야, 넌.""
""······누나.""
""여태 재밌었겠네. 나 속이느라.""
다른 여자들한테도 넌 이러지? 못 미더운 표정의 여인이 그로부터 한 발짝 물러났다. 둘의 사이로는 한없이 차가운 눈송이들이 쌓여가고 있었다. 마치 그들의 끝을 단정짓는 것처럼.
그런 여자를 가만 보던 남자가 이내 제 눈물을 닦아내더니 입을 열었다. 여전히 그의 얼굴에는 슬픔과 서러움이 실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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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 뷔 빙의글] 몽글몽글 심리 1화](https://media.nudge-community.com/8627812)
""누나는, 후회 안 할 자신 있어요?""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여자는 어이없음을 한껏 표출하는 헛웃음을 지었다. 그녀의 입꼬리가 삐뚤게 잠시나마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시간은 꽤나 짧았다.
""나는··· 여태 너랑 만났던 시간들을 후회해.""
""······.""
""너도 그렇잖아. 여자 잘못 만났다 싶지 않아?""
""무슨 말을 그렇게···."
구질구질하게 내가 줬던 거 다시 내놓으라는 말은 안 할게. 그대신···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날 생각하지 마. 확고하게 자신의 의사를 전한 여자는 남자의 표정을 잠시 보더니 가차 없이 뒤돌아 제 갈 길을 걸었다.
그런 여자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남자. 눈물이 그칠 줄을 모르고 그의 얼굴을 타고 흘렀다. 지나가던 사람 마저 애처롭게 느껴져 발걸음을 멈출 정도로.
마침내 그의 시야에서 여자가 멀어지면··· 그제서야 기다렸다는 듯이 눈물을 닦고서 그는 씩 웃겠지. 유난히도 기쁨이 서린 조소를 띠고서 한 마디 거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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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 뷔 빙의글] 몽글몽글 심리 1화](https://media.nudge-community.com/8627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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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우리 이 정도면 많이 끌었잖아.""
""설여주, 여기.""
추운 탓에 코와 양볼이 붉어진 채로 어느 한 술집으로 들어선 여자. 아까 그 남자에게 이별을 고한 그 여자였다. 이름은 설여주. 그녀와 직장 친구이면서, 동거 중인 친구 김태형은 그녀를 불렀다.
태형의 앞으로 다가가 앉더니, 가방을 옆 의자에 내려놓고선 태형이가 잔에 따른 술을 벌컥 들이켰다.
""···끝까지 또라이야, 진짜.""
""왜. 뭐라는데.""
""헤어지지 말재. 후회 안 할 자신 있냐고.""
그런 여주 말 듣던 태형도 연이어 술을 들이켜고는,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런 놈은 진작에 버렸어야지.""
""···그러니까.""
걔 사람 마음 가지고 한 두번 논 거 아닐 거야. 여자관계 그렇게 복잡한 애는 처음이었어. 오죽하면 나 설여주가 그런 애한테 넘어갔겠냐. 한숨과 섞인 말투의 여주가 빈 술잔에 시선을 두며 말했다. 심리학자 가문의 수치다, 정말.
여주가 말한 대로, 여주와 태형. 두 사람은 모두 심리학 계열에서 근무 중이다. 여주는 심리 상담사, 태형이는 범죄심리학자. 두 사람이 가까이 지내는 것도, 친구가 된 것도, 심지어는 동거까지 이루게 된 것도···. 직종이 같아서.
""······괜찮은 놈인 줄 알았던 내가 바보지.""
""그러네, 바보 맞네.""
""어째 내 주변에는 멀쩡한 놈 하나가 없는지.""
여주의 손이 소주병을 향했다. 곧이어 제 잔에 쫄쫄 따른 여주는, 단숨에 잔을 비웠고. 그런 여주를 보던 태형은 쓴 웃음을 짓더니, 그도 잔에 남은 술을 들이켰다.
""앞으로는 나한테 허락 받고 남자 만나.""
""···뭐래. 사람 두 번 죽일 일 있어? 연애 안 해.""
""웃기고 있네, 그 소리 열 번은 들었다 내가.""
""···큼.""
곧이어 여주를 향해 잔을 내미는 태형이었음을. 여주는 덩달아 그를 향해 잔을 부딪혔다. 그 후에는 입으로 가져다 대야 할 술잔을··· 여주는 내려놓았다. 그러곤 아직 할 말이 남은 듯, 입을 달싹이다 겨우 입을 열었다.
""일 그만둘까?""
""갑자기 왜.""
""······그냥, 흥미가 좀 떨어진달까.""
""전정국 때문에?""
""···아니, 그냥 뭐. 전반적으로.""
사람 마음에 대해 잘 아는 일이 마냥 좋은 게 아니더라고. 연애할 때마다 괜히 의심하게 되고··· 거짓말 하면 티가 다 나고··· 인간 관계가 버거워져. 한 두번도 아니고 사람을 못 믿으니까, 매 순간이 불안해서 나만 외롭고.
여태 쌓인 게 많은 사람처럼 이때다 싶어 털어놓는 여주에, 태형이 그녀를 가만 바라봤다. 소주잔에 시선을 두고 있던 여주는 태형이가 저 자신을 보고 있을 줄은 몰랐고.
""그만 둬. 내가 더 열심히 할게.""
""나 먹여 살리게?""
""동거도 하는 판에, 남편 노릇 해보지 뭐.""
""오···. 혹하는 제안인데?""
여주의 입가에는 서글서글한 미소가 서렸다. 태형의 제안을 농담으로 받아들였다는 의미로다가.
그렇게 태형이는 여주의 신세 한탄을 들어주느라 결국엔 그 후로 술 한 방울도 입에 대지 못 했다지···.
(여주가 다 마셔 버림.)
두 사람이 동거하는 집.
정신 상태가 술에 절여진(?) 여주를 업고서 집에 들어온 태형은 여주를 거실 소파에 눕혔다. 입고 있던 코트는 벗겨주고.
""···하암. 김태효오~""
""그래, 왜.""
""김태효오~ 나 오늘 헤어졋따.""
""······.""
""진짜 나쁜 놈이었는데... 그런 놈이었는데에.""
""······.""
""···이상하게, 마음이 아퍼...""
이상하지, 진짜. 미련이라도 남은 거야 뭐야. 설여쥬가 그럴 리 없지! ···전정구기 아까 울었는데 그게 연기인 걸 알면서도오~ 마음이 아파아. 혼자 꿍얼대며 입술 삐죽 내민 여주는 머지않아 쿠션을 베고 잠들었다. 그런 여주의 모습을 가만 바닥에 앉아 바라보는 태형이었고.
여주를 업느라 자기가 대신 메고 왔던 여주의 가방을 조심스레 탁자 위에 올려놓은 태형은 다시금 여주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
""시원하게 끝낸 줄 알았더니, 그건 또 아닌가 보네.""
잠든 여주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태형이 말했다. 탁자에 팔을 기댄 채 턱을 괴고서 여주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는 작은 물결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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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하루, 누군가는 사랑을 끝냈으며
누군가는 그 사랑이 끝나길 바랐다.
그리고 또 다른 한 명은,
아무도 모르게 누군가를 사랑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