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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미라쿨룸
★ 평점 : 9.91 점
⚇ 조회수 : 1.4 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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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이가 내 앞에서 서럽게 펑펑 운 뒤로 나중에 말해준다는 그 말은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말해주지 않았다.
말하기 힘들어하는 이유가 있겠지, 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 날 이후로도 정국이는 나갔다 온다고 하면서 종종 나갔고, 어디서 뭘 하고 왔는지는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어디 아픈 건 아니겠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 안해주는 건 그렇다 치고, 그 날 이후로 은근슬쩍 나를 피하면서 스킨쉽도 하지 않았다.
"아니, 근데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
"왜 스킨십을 안 하는 거야..."
그 시각 나갔다 온다는 정국이는 자신의 친구이자, 똑같이 귀신을 보는 태형을 만나고 있는 중이다.
"너 괜찮냐"
"아니, 안 괜찮다"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금방 풍선처럼 터질 것 같은 정국이가 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쭉 들이키고는 말했다.
"하긴 사랑하는 사람이 영혼으로 떠돌고 있는데,
괜찮을리가 없겠지"
"네 얼굴만 봐도 알겠다. 죽을 맛이라는 거"
태형이랑 알게 된지도 벌써 4년, 대학생 때 같은 학교에서 서로가 귀신을 보는 걸 알게 된 이후로 친해졌다.
"나 어떡하냐... 여주한테 넌 영혼이다.
다시 몸으로 돌아가라고 어떻게 말해"
"그러다가 여주가 놀라서 사라지면..."
"난 여주 없으면 못 살아..."
죽은게 아닌 영혼은 큰 충격을 받으면 영영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 만약에 영혼이 사라지면 의식불명인 몸은 저절로 죽게 되는 거지.
"그러니까, 최대한 충격을 받지 않게 해야지"
"나, 때문에... 나 때문에..."
"그리고 너 때문이라고 자책 좀 그만해라"
"그렇게 생각하면 여주가 더 힘들어 한다"
".........."
정국이는 여주가 사고가 나던 그날을 떠올렸다.
.....
이 모든 사건의 시작점. 여주가 사고가 난 날, 평소와 다름없이 6년차여도 깨가 쏟아지는 여주와 정국이는 시내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다.
정국이가 바쁜 이유 때문에 오랜만에 데이트를 나온 거라서 여주는 평소보다 더 예쁘게 꾸미고 언제 뿌린지 기억도 안나는 향수까지 뿌렸었다.
누가 봐도 반할만한 모습의 여주를 다른 남자가 눈독 들일까봐, 실랑이 아닌 실랑이를 버렸지만, 결국에 항상 져주는 건 정국이었으니, 이번에도 두손 두발 다 들었었다지.
"나 예뻐? 그래서 이거 못 입게 하는 거야?"
"몰라..."
"또 삐졌구만"
"저기요. 전정국씨 전 그쪽한테만 이뻐 보이려고 이런 옷을 입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 보여주려고 입는 거 아닙니다"
"그래도... 내 말은 맨날 안 듣고..."
"오구오구, 그래서 삐졌어요?"
"안 삐졌어..."
"안 삐졌긴 딱 봐도 삐졌구만"
정국이가 삐졌을 때, 여주가 쓰는 비장의 무기가 있었지. 그건 바로 애교였다.
원래부터 털털한 성격의 여주라서 애교를 극혐하였지만, 정국이의 화를 풀게 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비장의 무기였다. 애교를 싫어하지만, 정국이를 위해서 여주는 할 수 있었다.
"꾹아, 여주는 꾹이가 화 풀어줬으면 좋겠는데~
안 풀어줄꼬야?"
안 웃으려고 해봐도 저절로 올라가는 입꼬리에 정국이의 화는 벌써 풀렸다. 여주의 애교는 백발백중, 정국이는 무조건 넘어갔다.
그래서 가끔씩 여주의 애교가 보고 싶을 때, 삐진 척을 했던 정국이라고 ㅎㅎ
뭐 눈치 백단의 여주가 그런 정국이의 의도를 몰랐을리가 없게지만, 자신의 애교를 보겠다고 이렇게까지하는 정국이가 귀여워서 봐주고는 했었다.
올라가는 입꼬리를 주체 못함-]
그렇게 티격태격하면서도 남부러울 것 없는 여주와 정국이는 여기저기 실컷 돌아다니면서 마음껏 데이트를 즐겼다.
"오랜만에 너랑 나오니까, 너무너무 좋다"
"가끔 힐끔거리는 놈들 빼면, 좋았어"
"어허, 누가 할 소리. 남자들은 힐끔거리기라도 하지.
여자들은 아예 대놓고 너 쳐다보거든?"
"어디서 내 남자를 탐내고 있어"
자기 남자를 탐낸다고 꿍얼거리는 여주의 발꿈치를 보니, 오랜만에 신었던 구두에 발꿈치가 다 까져있었다.
"내가 이럴 줄 알았어"
"그러니까, 말로 할 때 편한 신발 신지"
"아, 발꿈치 까진게 뭐 대수라고"
자신이랑 데이트 하는데, 발꿈치 까진 건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하는 여주에 정국이는 속상했다.
"잠깐만 기다려봐"
길 반대편에 있는 약국을 발견한 정국이는 여주를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 초록색 불이 켜지자 마자 달려가는데.
초록색 불이 켜짐에도 불과하고 정국이한테 과속으로 달려오는 차 한대.
그걸 본 여주는 발꿈치가 까지고 구두를 신은 것도 잊어버린 채 정국이를 부르면 달렸다.
"ㅈ,정국아...!!"
여주에 목소리에 뒤를 돌아본 정국이.
그런 정국이를 힘차게 밀은 여주.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뒹굴어진 정국이와 동시에 큰 쾅-하는 큰 충돌 소리가 들려오고,
잃을 뻔한 정신을 겨우 붙잡고 일어난 정국이 눈앞에 보인 건 차에 치어 피투성이가 되서 바닥에 쓰러져 있는 여주였다.
정신이 온데간데하는 정국이는 여주에게 달려가서 힘없이 추욱 늘어져 있는 여주를 품에 꼭 안았다.
"ㅇ,여주야... 여,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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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하흐..."
"야, 전정국. 괜찮아?"
"아흑... 여주야..."
정국이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비오듯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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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팬플러스FanP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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