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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로벨
★ 평점 : 9.5 점
⚇ 조회수 : 2,2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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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처음이라서
W. 꽃서령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정이 들었던 학교를 떠나, 새학교가 적응이 되지않아 숨어들었던 날.
“아무도 없ㄴ, 가 아니네?.”
조심히 열린 문 너머로 보이는 눈이 엄청 큰 남자애. 그 속에서 당혹감이 담긴 얼굴로 남자애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엄청 작은 얼굴에, 반을 차지하는 눈, 날카롭게 생긴 얼굴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어라, 근데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저런 잘난 얼굴은 흔지 않은데… 속으로 생각하기 무섭게, 건너편에서 날선 목소리가 들렸다.
“뭘 봐.”
잘생긴 얼굴 값을 하듯 매서운 목소리를 내뱉는 남자에, 나는 멋쩍은 얼굴로 고개를 아래로 살짝 까닥였다. 아… 진짜 저 얼굴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꼭 얼음같이 생긴게… 얼음, 얼음… 얼음!?. 거짓말처럼 불쑥 떠오른 기억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번쩍 쳐들고 남자를 쳐다봤다. 그래. 저 얼굴이 맞았다.
“…미친.”
도망가야겠다. 당시의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그것 뿐이였다.
그와 나의 별것 아닌 인연을 설명하자면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했다. 당시 나는 18살이되고 처음 치는 모의고사를 대차게 말아먹은 날이였다. 1학년의 마지막 모의고사를 잘 봤다고 그새 방심했던 탓이였다. 그 덕에 난 하루종일 혼이 빠진 채로 학교를 다녔다. 그런 내 꼴을 옆에서 지켜보던 송강이 답답했는지, 손을 잡아끌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 카페로 향했다.
“얼굴이 다 죽어가네.”
강이에게 떠밀려 어쩔 수 없이 나온 것 치고는, 디저트를 몇 개 집어넣고나니 기분이 나아졌다. 다음에 잘 치면 된다고, 충분히 잘 쳤다고. 나름의 위로를 하려고 했던 모양인데, 나에게는 먹히지 않았다. 만년 전교2등이 1등에게 듣는 위로는 더더욱. 마음가짐이 이러하니 자동으로 숙여지는 고개. 테이블을 고개에 걸치듯이 올려놓은 나는 봇물터지듯 말했다.
“이번 3월모의고사… 비문학 문제 절반 이상 틀렸어. 거기서 갑자기 과학 지문이 나올게 뭐람. 나같은 문과한테 과학, 수학 이런 지문 내놓으면 못 맞춘다고.”
“응. 내가 봐도 이번 지문은 어렵더라.”
이과도 어려울 정도면 대체 문과에겐 얼마나 어려웠던거야. 달다구리한 디저트 덕에 잠잠해졌던 분노가 다시 올라오는 듯 해, 고개를 들어올리고는 포크로 조각 케익을 조각내 입으로 넣었다.
“이번에 문제 낸 사람들 지나가다가, 물벼락이나 맞아라!.”
“화난거 치곤 가벼운 형벌인데?.”
턱을 비스듬히 기댄 송강은 피식- 웃더니 말했다. 그렇다고, 죽으라곤 할 수 없잖아. 문제 하나 어렵게 낸건데… 말 끝을 흐리며 말했다. 사실 문제는 핑계였다. 작년 마지막 모의고사를 너무 잘쳐서, 이번엔 조금 게을리 했던 것이 문제였지. 뒤늦게 후회해봤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였다.
“오늘 이거 먹고 다음 모의고사 준비하러 가자. 다음 것도 못치면, 내가 또 여기 데려와야 되잖아.”
자연스럽게 입가에 묻은 빵가루를 손으로 집어 자신이 낼름- 하고 먹는 송강. 다른 이성같았으면 화들짝 놀라고 두 뺨을 붉혔을테지만, 워낙 어렸을 때부터 친했던 터라 송강의 이런 행동이 이제는 너무 익숙하다 못해 당연해보이기 까지 했다.
“헉… 야, 저기 봐.”
“뭔데?.”
“저기 초코스무디 사서 마시고 있는 사람, 존나 잘생겼다.”
자연스럽게 뒤를 향하는 송강의 머리. 나는 남자의 얼굴에 빠져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하면 사람 얼굴이 저렇게 생길 수가 있지?… 감탄하는 얼굴 앞으로 송강의 얼굴이 불만스러움으로 가득차 보였다.
“나도 나쁘지는 않은데…”
자기도 못생기지는 않았다고 표현하고 싶은걸까, 빨대의 끝을 짓씹은 송강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사실 송강은 잘생긴 편에 속해있다. 아니, 엄청 잘생긴거지. 그래서, 학교에서도 고백도 끊임없이 받는데. 내 눈에 아무렇지 않은 건, 너무 어렸을 때부터 친구여서 그런걸까… 왠지, 남자로 보이지 않는단 말이지.
“그래, 그래 너도 잘생겼어.”
송강의 눈가가 찌푸려졌다. 내가 달래려고 하는 말인 걸 알아챈건지,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표정이였다. 물론, 달래려고 한 말인건 맞지만, 잘생겼다는 말도 거짓말은 아닌데…
“헉, 눈 마주쳤다.”
남자와 눈 마주치자 황급히 고개를 숙인 나는, 시간이 좀 지나자 고개를 들어올렸다. 입모양이 움직이는게… 나한테 하는 말인가?. 괜한 인소에 나올법한 그런 상황을 머리에 떠올려보였다. 서로에게 첫 눈에 반한다거나… 그렇게 행복회로를 떠올리는데 남자의 귀에 무선 이어폰이 눈에 들어왔다.
“……아 뭐야. 통화하고 있었네.”
나한테 말 거는 줄. 순간적으로 기분이 좋아질 뻔한 것이 일렁이는 촛불에 바람꺼지듯 순식간에 식어버렸다. 그럼 그렇지, 저런 미남이 나한테 말을 걸기는… 괜히 뻘쭘해져 커피나 쭙쭙, 하고 빨아당기는데, 남자는 볼일을 다 본건지 나같은 존재는 신경따위는 안 쓴다는 듯 카페 밖으로 나갔다.
“진짜 얼음왕자네.”
“…왕자는 무슨.”
그때까지만해도, 그냥 살랑살랑 부는 바람처럼 평화로운 내 일상에 그냥 지나가는 사람인줄 알았다.
그때까진,
…
퍽, ㅡ
“아, 시발……”
내가 들고있던 커피가 남자의 셔츠에 얼룩을 새겼다. 그의 초코 스무디는 바닥으로 나뒹굴고. 이마가 아픈 것도 잠시, 셔츠를 새긴 얼룩이 눈에 들어와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을 친 나는, 뒤늦게 눈을 질끈감고 사과를 했다.
“죄송해요!!…”
“괜찮아?!.”
뒤늦게 따라온 송강은 지금 상황을 보고 눈동자를 굴렸다. 괜찮냐는 물음에 구세주를 만난것 처럼 안심이 되는것과 동시에, 머리 하나 반은 족히 차이나는 송강을 올려다보며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저기… 세탁비는 제가 드릴게요!, 정말 죄송해요!!.”
‘세탁비 줄 돈은 있고?.’ 라고 직설적인 말에 나는 순간적으로 ‘네?.’ 하며 고개를 쳐들었다. 그제서야 눈에 들어오는 와이셔츠의 로고. 구X 명품 브랜드. 와, 나 잘못 걸렸구나. 어쩐지 얼굴이 부잣집 도련님 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도련님일 줄은… 어떡하지, 하고 눈동자만 굴리는데 화를 참는 듯한 송강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내가 대신 줄게. 그럼 되죠?.”
남자의 말에 빡이 쳤는지, 아슬아슬하게 반말과 존댓말을 오고가는 송강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쳐다봤다. 나와 다르게 송강도 부잣집 도련님이라 나서주는 것 같은데, 그건 내가 부담스러웠다. 팔을 붙잡고 하지말라는 듯, 고개를 젓는데 이번엔 남자의 입에서 말이 흘러나왔다.
“세탁비는 됐고. 그냥 스무디 값만 받을게.”
반존대가 신경쓰지도 않는지 남자는 태연하게 말했다. 그래도 되냐는 눈빛으로 바라보니, 남자는 ‘싫어?.’ 라고 되물었고, 나는 빠르게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스무디 값을 남자에게 건냈다. 안도감과 동시에 고마움이 동시에 들었다.
그랬었는데…
…
‘대체 왜 저 사람이 여기 있는거야?.’
성인이 아니였나?. 나와같은 고딩인 것도 놀랐지만, 같은 학교를 다니게 된 것도 놀라왔다. 그렇게 놀란 것도 잠시, 서로의 눈을 한참을 마주쳤을까. 남자는 무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얼굴을 기억하지 못 하는 듯 해서, 어색하게 웃으며 ‘…자, 잘못들어왔네-.’ 라고 말하며 뒷걸음질을 치려는 그때.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온 몸이 굳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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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팬플러스FanP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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