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방탄 뷔 빙의글] 사랑은 처음이라서 2화

✎ 작가 : 로벨

★ 평점 : 9.5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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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 뷔 빙의글] 사랑은 처음이라서 2화

사랑은 처음이라서

 

W. 꽃서령

 

 

 

[방탄 뷔 빙의글] 사랑은 처음이라서 2화

 

“야.”


네?, 아니… 응?. 이거 반말을 해야해 아니면 존댓말을 해야 해?… 옥상 문고리를 잡고있는 손이 나도모르게 파르르- 하고 떨렸다. 셔츠가 교복인 걸로 봐선 나랑 동갑이거나, 나보다 어리다는 건데… 포스가 입시에 쪄들어있는 고딩과는 달라보였다.


“불 있냐?.”


불?… 설마 고딩인데 담배피는건가?. 순간 멍해 아무말도 하지 못 하고 바라보니 이어진 짧은 정적을 깬 남자가 이번에는 짜증스럽게 되물었다. ‘불, 있어 없어.’ 나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있을리가 없잖아… 남자는 없다는 걸 깨닫자마자 내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저기… 담배 피면 몸에 안 좋아. 그리고, 아직 학생인것 같은데. 19세 미만 담배 금지인거 알지?.”


남자의 시선이 획- 하니 돌아서서 내 얼굴에 닿았다. 어딘가 무척- 불만스러워보이는 표정이였다. 괜한 오지랖을 부렸나… 그 매서워 보이는 표정에 오지랖을 부린 걸 백 번, 천 번 후회하려는데…… 남자의 얼굴이 너무 잘생겼다. 이쯤되면 깽판을 쳐도 용서를 해야하는게 아닌가… 싶은데, 남자의 얼굴이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어?… 어어?, 너무 가까워지는데…’

 

[방탄 뷔 빙의글] 사랑은 처음이라서 2화

 

“너 대체 나를 뭘로 보는거냐.”


코 앞까지 다가오는 남자의 위압감 덕에, 나는 자동으로 어깨를 움츠리며 시선을 땅으로 쳐박았다. 아니, 내가 무슨 말 실수라도 했나… 얼굴이 워낙 냉미남이라, 표정을 읽어 파악하는 것도 어려웠다. 기분이 나쁜건지, 아니면 정말 이유없이 물어보는건지. 그렇게, 고개만 쳐박고 있었을까. 위에서 한숨이 섞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아, 담배피려는거 아니야.”


그럼?. 이란 표정으로 올려다보니, 남자는 내게 왜 이것까지 설명해야하는 거냔 표정이였지만, 머리를 몇 번 털더니 순순히 이유를 입 밖으로 꺼냈다.


“…뭘 좀 태우려고.”

“뭘, 태우려고 하는데… 요?.”


아까와 다르게 남자는 쉽게 대답하지 못 했다. 뭐야, 설마 이것도 거짓말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기 무섭게 남자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렸다는 듯이 ‘아니야.’ 라고 말했다. 그럼 대체 왜 말을 못 하지?… 라는 생각에 그를 위 아래 천천히 훑어보는데, 그의 손에 종이 한 장이 눈에 띄였다.

A4용지는 아니고… 어딘가 잘 가공되어있는 느낌인데, 편지지인가?. 요즘 시대에 편지를 쓰는 사람이 있나?. 머릿속에서 저 종이의 정체를 추론하고 있을때 쯤, 남자는 자신의 손에 시선을 느끼고는 뒤로 은근슬쩍 숨겼다.
그리고는, 아까와 같은 얼굴로


“아무튼, 불 없다는거네.”

“아… 네, 아니 응…”


종이를 주머니에 아무렇지 않게 구겨넣은 남자는, 그대로 나를 지나쳐 옥상 문 밖으로 내려갔다.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고나서야, 위압감이 풀리듯 어깨가 가벼워졌다. 

‘아무래도, 기억 못 하는거 같지?…’

 

 

[방탄 뷔 빙의글] 사랑은 처음이라서 2화

 

 

일찍와서 한참을 옥상에서 뻐기고 있을 생각이였는데, 그 남자를 만나고 시간이 꽤나 많이 지난 상태였다. 뒤늦게 부랴부랴 1교시 시작 전에 3-3반에 도착한 나는, 교실 앞 문에서 기다리고 있는 선생님을 마주하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많이 늦었죠!…”


빨리 뛰어오는 동안 쉬지못했던 숨을 허리를 구부린 채 몰아내쉬자, 담임 선생님은 인자한 얼굴로 ‘학교가 처음이니, 늦을 수도 있지.’ 라며 선생님은 격려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번 담임 선생님은 어째, 잘 걸린 듯…! 좋은 예감이 들었다. 

이곳으로 전학오기 전의 학교는 외고라, 입시 경쟁도 치열한데다가 담임 선생님은 최악이였다. 외모가 선생님에게 꼭 필요한 요소는 아니지만, 머리는 훌러당 벗겨진데다가 모의고사 칠 때면 이건 왜 틀렸냐, 저건 왜 틀렸냐 트집잡아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게다가, 전교 1등이던 송강과의 비교는… 말 하면 입만 아프다.

전학온 것은 순전히 내 의지였다. 인문계 고등학교는, 외고보다는 입시가 수월할 거라는 생각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이곳은 그 머리 벗겨진 쌤이 없질 않나. 바뀐 담임 선생님을 보니, 전 학교에 대한 향수. 그 따위것은 금세 사라지고 이 학교에 빠르게 적응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자, 이제 안으로 들어갈까?.”

“네!.”


반에 들어서자마자 시선은 교탁이 있는 정 가운데로 집중 되었다. ‘오늘 전학 온 전학생이야.’ 라는 말이 입에서나오자마자, 선생님을 향하던 시선이 나에게 몰렸다.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하는 건 처음이라 긴장이 되었다.


“아… 안녕. 내 이름은 윤수현이라고 하고, 국립외고에서 왔어.”


‘국립 외고’ 라는 말을 듣자마자 반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 반응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였다. 국립 외고는 공부도 공부지만, 그만큼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학비로 알려져 있던 학교였다. 그런 학교에서 왔으니, 당연히 반 아이들에게는 화젯거리가 될만 했다.


“그럼, 수현이는… 저기 태형이 옆에 앉을까?. 저기 태형이도, 어제 전학온 애거든.”


선생님이 가르키는 손가락 끝을 향해 시야를 움직였다. 그런데… 뭐야?. 아까 그 옥상!… 너무 놀란마음에 나도 모르게 삿대질할 뻔했다. 대놓고 놀란 내 표정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도 적잖게 놀란 얼굴이였다. 


“둘이 아는 사이니?.”

“아뇨, 그게…”


아는 사이라고 해야하나?. 카페에서 한 번, 옥상에서 한 번. 두 번 만난게 다인데… 게다가, 첫 만남은 그렇게 헤어졌으니 좋은 사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냥 아니라고 둘러댈 생각이였는데. 맨 끝 창가에 앉은 ‘태형’ 이라 불린 그가 턱을 괸채 나를 보며 말했다.

 

[방탄 뷔 빙의글] 사랑은 처음이라서 2화

 

“우리 알잖아. 그렇지?.”


네?. 그의 아는 척에 나는 저도 모르게 울상을 지었다. 잘생긴 사람이 나에게 아는척 해주는 것? 물론, 좋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전혀… 달갑지 않았다. 안 그래도, 전에 다녔던 학교 때문에 이목을 받았는데. 저렇게 잘생긴 사람이 나와 안다고하면, 이번에는 이목이 아니라 엄청난 관심을 받게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내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뭐야, 둘이 아는 사이야?.”

“그런가봐. 김태형이랑 친한가본데?.”


아니요, 그런거 아닌데요!?. 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순식간에 나에게 쏠린 관심에 입도 뻥끗하지 못했다. 입을 벌린채 입술만 뻥끗거리자, 선생님은 잘됐다며 손뼉을 찰싹- 치더니 내 등을 떠밀었다. 아뇨, 선생님 안 친하다니까요!?. 라는 눈빛을 보내고 있는데도, 선생님은 들을 생각 조차 없어보였다.

등을 떠밀려 뒷자리에 도착하자, 태형은 느긋한 얼굴로 턱을 괸채 나를 올려다보고있었다. 앉을까 말까 망설이려는 시간이 무섭게, 그는 자신의 옆자리를 손끝으로 톡톡 두들기며 말했다.

 

[방탄 뷔 빙의글] 사랑은 처음이라서 2화


“앉아.”


넵. 명령 기능이 담긴 로봇마냥, 그의 말 한 마디에 나는 자연스럽게 의자를 뒤로 꺼내 앉았다. 내가 앉는 것을 확인한 선생님은 1교시 종이 치기 무섭게, 오늘 할 수업에 대해 늘어놓기 시작했다. 나도 어서 노트꺼내서 필기해야하는데… 옆통수가 뜷릴 정도로 쳐다보는 시선에 선생님 말이 하나도 들리지가 않았다.

이대로는 전학 온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나는 태형만 들릴 정도의 낮은 어조로 말했다.


“…저기 내 얼굴이 뭐 묻었어?.”

“아니.”


대답은 당황스러울 만큼 간결했다. 그런데, 나를 왜 쳐다보냐고!!. 라고 소리치고 싶은 것을 간신히 억누르고 나서, 최대한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올리며 다시 물었다. ‘그럼, 나 왜 쳐다봐?.’ 다음으로 들린 태형의 답에, 나는 머릿속에서 물음표를 그렸다.


“신기해서.”

“어?.”

“얼굴에 표정이 다 들어나네.”


얘는 무슨 당연한 소리를 금 찾는거 마냥 말하고 있어. 나는 그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사람이니까, 당연히 표정이 들어나지.’ 가방에서 노트를 꺼낸 나는 선생님의 수업을 필기하기 시작했다. 태형은 의미를 알 수 없는 표정이였다.


“이제 나 그만쳐다보고 수업 듣자. 그러다 구멍 뚫리면 책임 질거야?.” 


구멍도 구멍이지만, 이러다가는 정말 수업에 집중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했던 말이였다. 그런데, 태형은 구멍 안 뚫린다며 진지한 소리나 하고자빠졌다. 정말 말이 안 통하네… 이제는 쳐다보던 말던 신경쓰지 않으려고 칠판에 시선을 옮기는데, 태형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


“그런데, 아까 왜 망설였어?.”

“뭐를?.”


쌤이 아는사이냐고 물었는데, 왜 망설였냐고. 라고 묻는 태형에 나는 깜짝 놀라 휙- 하고 그를 바라보았다. 아니, 그 짧은 시간에 내가 망설였는지 안 망설였는지 그걸 어떻게 알아?. 


“내가 말했잖아. 네 얼굴은 다 들어난다고.”


아…. 짧은 시간에 캐치한 태형은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이냐는 얼굴이였다. 나는 이렇게 놀라운데, 당사자는 정작 별 생각이 없어보였다.


“아 그게… 옥상에서 만난 것만으로, 아는 사이라고 하는건 좀, 그럴 것 같다고 생각해서-“

“아니, 그거 말고.”

“어?…”


순간적으로 허공으로 젓던 손이 멈췄다. 그거 말고?… 그거 말고 만난거라면, 1년 전 디저트 카페에서…. 설마?. 순간적으로 굳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자 태형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이제 기억하나 보네.

 

[방탄 뷔 빙의글] 사랑은 처음이라서 2화


“우리 1년전에도 만났잖아. 이 정도면 아는 사이 아냐?.”


기억 못 할 줄 알았는데,
아니, 기억 안 할 줄 알았는데…


태형은 1년전 일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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