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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로벨
★ 평점 : 9.5 점
⚇ 조회수 : 2,2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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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처음이라서
W. 꽃서령
기억 못 할 줄 알았는데,
아니, 기억 안 할 줄 알았는데…
태형은 1년전 일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1교시가 끝난 지금. 종이 치는 소리가 나자마자 화장실을 핑계로 교실을 뛰쳐나왔다. 오늘 처음와서 어디가 어디인지도 모르는데 뛰어나간지 한참이 지났을까. 반에서부터 완전히 멀어졌다 생각이 들고나서야, 나는 벽을 지지대 삼아 주저앉았다.
‘그래서, 왜 모르는 척 하려고 했는데?.’
‘겨우 두 번 만났는데, 아는 척 하는 건 좀… 그렇지 않아?.’
‘그게 어때서. 얼굴을 아니까, 아는건 아는거잖아.’
‘그렇긴 한데… ‘
수업시간 내내 옆에서 이유를 물어오는 태형에, 수업 내용은 귀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어찌나 끈질긴지, 수업 종 치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뛰쳐나가던 나의 뒤를 집요하게 따라나섰다. ‘화장실 간다니까!.’ 라고 외침에도 그는 데려다 주겠다했다. 태형이 눈에 보이지 않으니 그제서야 헛웃음이 나왔다.
“아니, 자기도 어제 전학왔다면서, 여자 화장실이 어딘지 알고 데려다 주겠대?.”
게다가 화장실을 데려다주는 꽃미남이라니, 이상하게 볼 여학생들하며, 전학 첫날 부터 따라붙을 추문을 생각하니… 어우, 상상만 해도 고개가 세차게 돌아갔다.
한참을 주저앉아 숨을 골랐을까, 이번에는 교복 주머니에서 진동이 힘차게 울렸다. 발신자는 [송 강] 아무래도 내 전학 소식을 이제서야 들은 모양이였다. 원래라면, 전학 가기 전날에 반 애들한테 인사하는게 당연한데. 나는 워낙 낯을 많이 가리기도 하고… 뭐, 송강 이외에 인사할 친구도 없고 그래서, 그냥 담임한테는 애들에게는 대충 알아서 잘 말해달라고 했다. 근데 다른 반이였던 송강이 뒤늦게서야 소식을 들은 듯 했다.
“하아-, 자기한테 왜 말 안 했냐고 분명 툴툴될텐데.”
다른 사람이 본다면, 소꿉친구에게는 말을 해줄 수 있지 않냐. 너무 매정하다. 라고 말 하겠지만, 내 입장에선 어쩔 수 없었다. 어려서부터 365일 중 360일은 붙어있던 탓이였을까, 송강은 이상하게 나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중학교 때는 친구를 좀 사귈만- 하면, 노는데 꼭 끼어서 다른 친구들이 불편하다고 티를 냈었다.
그런 송강이 때로는 불편하기도 했지만, 대놓고 싫다는 티를 내지 못 했다. 왜냐하면, 어릴 때 ‘그 일’을 생각하면, 내가 송강에게 해줄 수 있는 건 그것뿐이니까… 하지만, 자꾸 이런식이면 나중에는 송강이 더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나름 강경책을 쓴 것인데… 어쩜, 예상 하나 안 빗나가는지.
“여보세요.”
“야!, 윤수현… 어떻게 말도없이!…”
서운함과 화가 억누른 목소리가 전화 너머로 새어나왔다. 어느정도 예상한 반응이긴 한데, 생각한 거보다 더 격한 반응에 나는 적잖히 당황했다.
“내가 너희 반 찾아갔다가 얼마나 당황한 줄 알아?. 매번 너랑 같이 다녔는데, 다른 애들은 전학간줄도 모른다고 생각할 거 아냐!.”
아, 거기까진 생각못했네. 나름 배려한답시고 꺼져준건데, 송강을 친구의 일도 기억 못 하는 무관심남으로 만들어버렸다. 미안- 하면서 장난스럽게 말꼬리를 늘리자, 송강은 아까보다 누그러진 말투로 말했다.
“대체 나한테 왜 말 안한거야?.”
“그야… 네가 학교 쫒아올까봐?.”
답은 간단했다. 에이- 설마, 학교까지 따라오겠어. 라고 말하는 사람은 송강을 진짜 모르는 사람이다. 중학교 때 엄마의 일 때문에 학교를 전학간 적이 있었는데, 그것을 따라온게 바로 ‘송강’ 이였다.
전화 너머의 송강은 아니라고 부정하지 않았다. 이쯤되니, 말 하지 않은 걸 잘했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다.
“…그래도, 진짜 서운해.”
“미안… 그래도 어쩔 수 없었어.”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네가 친구를 못 사귈까봐. 속으로 나도 그렇고. 를 덧 붙였다. 송강을 위한다는 말은 거짓말은 아니였다. 다만, 송강을 위하는 것과, 나를 위하는게 섞여있을 뿐이지.
“…말 안해줄거야?, 어디 학교인지?.”
전화 너머로 송강의 얼굴이 그려졌다. 푹- 하고 풀이죽어서는, 세상 불쌍한 얼굴을 하는 송강. 나는 여지껏, 그 얼굴이 속아 넘어가 지금까지 그의 곁에 있었지만, 이제는 아니였다. 우리는 고3 19살 곧 성인을 앞두고 있다. 언젠간 긴 시간 잠시 헤어져야 할 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이제는 차차 거리를 둘 때였다. ‘응… 미안.’ 목소리가 잠겨 쇳소리가 났다.
“…너 진짜 잔인해.”
“잔인해도 어쩔 수 없어-.”
송강의 어리광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섞인 말을 내뱉었다. 손이든 발이든 나보다 큰데, 하는 짓은 어릴때와 다를 거 하나 없었다. 그때는 나 어떻게 지켜줬나 몰라…
어느덧 시간이 흐르고. 곧, 종이 칠 시간이 다 되어가자, 나는 슬슬 전화를 끊어야했다. 전화 너머의 송강은 여전히 툭툭- 되면서 불만을 토로하는 듯 보였지만, 확실히 아까보단 목소리가 훨 밝아졌다.
“나 이제들어가야 돼.”
“안 끊고 싶어…”
“너도 이제 수업 들어가야지.”
하아- 짜증스러운 한숨을 내뱉으면서도 내 말은 잘 들었다. 끊기 전에 ‘그럼, 학교 끝나고는 만나도 되는거지?.’ 라며 확인하는 송강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럼, 조금있다가 너희 집에 갈게.”
알았어. 수업 잘 하고. 그 목소리를 끝으로 전화가 끊어지자, 핸드폰을 자켓 주머니에 넣고 치마 끝에 묻은 흙을 털어내며 일어났다. 태형을 피해 도망쳐오긴 했지만, 이제는 정말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였다.
그런데,
“통화 더럽게 오래 하네.”
모퉁이를 돌아 반으로 가려고 틀려는데, 통화가 끊나길 기다렸다는 사람처럼 벽에 기대고 있던 태형이 고개를 천천히 내쪽으로 돌렸다. 순간적으로 너무 깜짝 놀란 나는 심장이 발끝까지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네, 네가 여긴 어떻게…”
한참 찾았잖아. 태연하게 말하는 태형과 다르게 나는 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을 다했다. 아니, 대체, 네가, 나를, 왜요?. 하지만, 그런 패기는 없는지라 다시 목구멍으로 집어삼켰다.
나는 이제 그가 먼저 말을 꺼낼떄 까지, 고개를 땅에 쳐박고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제 무슨 말을 할까… 또, 왜 아는 척 안 했냐고 이유를 물을까?. 그냥 얼굴에다 대고 ‘네가 너무 잘생겨서, 친하게 지내면 관심을 받을까봐 싫어!.’ 라고 말할까?. 머릿 속에서 온갖 상상을 하고 있는데, 머리 위에서 촉촉해진 음성이 들려왔다.
“…너도 내가 무서워?.”
눈가가 촉촉하진 않았으나 목소리와, 얼굴만큼은 정말로 슬퍼보였다. 그리고 들리지 않는 음성이, 귓가를 간질하게 파고들었다.
‘…너만은 날 무서워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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