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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연탄이밥
★ 평점 : 9.16 점
⚇ 조회수 : 1,1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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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짐승을 주워버렸다
w. 연탄이밥
*도용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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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어디선가 나즈막한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참 구슬프게도 운다. 흙길을 밟다 드레스는 엉망이 되어갔지만, 그건 안중에 없었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어서 황급히 발걸음을 옮기면, 다리에 큰 상처가 난 고양이 한 마리가 시선에 들어왔다. 많은 양의 피를 흘리며 그 주위를 핥고 있는 저 고양이의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다. 이 모든게 집 뒤쪽에 위치한 울창한 숲속을 거닐다 일어난 일이다.
경계심을 느낀건가, 여주를 발견한 고양이의 눈빛이 제법 매서워졌다. 누군가 위에서 주욱 잡아당기는 마냥 꼬리와 털을 잔뜩 세우고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내며 여주를 완전히 경계하는 고양이다.
"가르릉..."
"이리와, 아프지 않게 치료해줄게."
최대한 자세를 낮춰 위협적이지 않은 자세로, 얼굴에 살가운 미소를 일구며 손을 조심히 뻗었다. 선한 여주의 인상 탓일까, 잔뜩 세운 털들이 부드럽게 가라앉았다.
"옳지, 아가. 이리오렴."
바싹 말라버린 채 저들끼리 얽힌 나뭇잎들이 흙바닥 위 사방팔방 떨어져있다. 그깟것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여주는 풀썩 주저앉아 경계를 낮춘 고양이를 들어안아 자신의 품에 가두었다.
세계에서 딱 한 벌. 오직 여주만을 위해 만들어진 이 드레스가 겨우 상처입은 고양이 따위에게 희생되었다. 고급 원단 흰 실크 재질의 옷 소매를 부욱- 찢더니 그대로 상처 부위에 감아주었다.
"내 방으로 가자, 잠깐이면 돼."
여주가 퍽 마음에 들었나보다, 그 고양이는 어떤 저항도 하지 않은 채 여주의 품에 쏙 안겨있다.
"그릉..."
"아하하, 쓰다듬어주는 걸 좋아하나보구나 -"
두려움에 떨지 않게, 안심하라는 여주의 뜻이었다. 몇번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만족했다는 듯 얼굴을 부벼댄다.
여전히 고양이를 품에 안은 채 숲에서 내려왔다. '잠깐, 근데 지금 내 꼴이...' 집 앞의 유리창에 비친 여주의 모습은 사교계에 막 뛰어든 귀족영애가 아닌, 마치 영락없는 어린 소녀아이였다. 흙으로 뒤덮혀진 드레스에, 엉망이 되어버린 머리. 귀에 꽂혀진 마른 나뭇잎까지. 이 꼴을 루시아가 본다면 놀라 뒤집어지겠는걸. 쿡쿡.
"루시아, 나 왔ㅇ..."
"아가씨!!! 도대체 어딜갔다 이제 오신겁니까, 그 모습은 대체... 마님께서 이 사실을 아신다면 크게 노하실게 분명합니다 -!!"
루시아도 참 한결같다. 사교계의 숨이 막힐 듯한 답답함에 찌든 불쌍한 영애의 작은 일탈이라고 여겨주면 될 것을. 여주와 루시아의 인연은 다른 하녀들과의 관계보다 유독 특별하다. 여주를 어렸을 때부터 봐온 하녀 루시아는 그녀와 동갑인 동시에, 말동무가 되어준 유일한 친구같은 존재였다. 그러니 돈독할 수밖에.
"헌데 아가씨, 그 고양이는 무엇이옵니까?"
"맞다, 루시아. 이 고양이에게 상처약을 발라줘. 다리를 크게 다친 것 같아."
"우와, 그렇게 쌔 - 까만 고양이는 또 처음봅니다?"
"일단 급한대로 상처부위는 이거로 감아뒀어. 약을 발라주고, 사료도 좀 줘."
"아가씨.. 혹 소매를 찢으신겁니까...?"
"...다른 하녀들한테 목욕 준비하라 일러둬."
"아가씨 - !!!!!!!"
더 잔소리를 듣기 전에 홀랑 방으로 들어와버렸다. 루시아는 한번 잔소리가 터지면 반나절 이상은 간다. 어우, 역시 질려.
"아가씨, 목욕준비를 하겠습니다 - "
하녀 몇명이 목욕준비를 위해 여주의 옷을 벗기고, 때 하나없는 부드럽고 새하얀 큰 천을 여주의 몸에 둘러주었다. 그 상태로 욕조에 발을 담그고, 천천히 앉으면 물에 잔뜩 젖은 수건으로 여주의 몸을 닦아주는 하녀들이었다.
끼익-
방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깜짝 놀란 하녀들은 방문 쪽으로 달려갔다. 아니나다를까, 방에 들어온 손님은 상처가 치료된 방금전의 검은 고양이었다.
"다들 나가보게, 고양이는 이리주고."
"아가씨, 물에 너무 오래있으면 건강에 안 좋아요-"
"시간되면 내가 알아서 나가마. 고양아, 이리 오렴. 옳지 -"
곁에 있던 하녀들을 모두 물리고, 방 한켠에 놓여진 욕조 안에서 살랑살랑 손을 흔들며 고양이를 유인했다. 다리를 절뚝거리며 다가오는 그 고양이에, 더는 보고있기가 마음이 안타까워 가까이 다가온 고양이를 번쩍 안아들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거야. 아파도 조금만 참으렴."
"그르릉..."
"얼굴 보고싶은데, 왜 시선을 피하는거니."
맨몸에 털이 맞닿으니 참 간지럽다. 자꾸만 시선을 피하는 그 검은 고양이에 얼굴을 더 가까이대며 시선을 맞추려 애를쓰는 여주였지만, 헛수고였다. 끝까지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고양이에 여주는 할 수 없다는 듯, 그 고양이를 끌어안아 입을 짧게 한번 쪽- 맞추었다.
펑-
손의 감각이 사라졌다. 맨몸과 맞닿아있던 털의 촉감은 어디로가고, 사람피부의 촉감이 느껴지는게...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왠 건장한 남성의 몸이 있느냔말이다!!!
"....왜 자꾸 제 눈을 마주치려 하십니까. 그것도 그런 모습으로.."
품에 안고있었던건 검은 고양이었는데, 지금은 어찌 건장한 남성의 품에 안겨있단말인가..!
"다, 다당신.. 대, 대체 누구야..!! 어째서 내 욕조에 함께..."
"잘 참고있었는데, 아가씨가 저를 자극하는 바람에..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람의 몸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사람의 몸... 그럼 네가 그 고양이란 말이냐..?"
"예, 아가씨. 저는 몸의 열이 달아오르면 사람의 모습으로 변해버리고만답니다 -"
너무 가깝다. 귓가에 속삭이듯 울리는 그 남자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부드럽다. 이 흰 천마저 없었으면 어쩔뻔했어.. 중요부위만 다 가린 채 여전히 그의 품에 안겨있는 여주였다.
이 자가 정말 그 고양이가 맞는지 그의 다리 쪽을 살펴보면, 루시아가 감아준 듯한 붕대가 그의 다부진 발목에 감겨있었다. 그렇다면.. 거짓말은 아니란 소리인데.. 이 자의 정체는 대체 뭐지...?
"다리의 상처를 보아하니 거짓말은 아닌듯하구나. 그렇다면 네 정체가 무엇이냐-"
"브루주아 제국을 다스리는 신수입니다. 반은 인간, 반은 짐승인 셈이죠."
"소문으로만 들었는데, 이 나라를 다스리는 신령이 실재했나보구나."
"헌데, 아가씨..."
"응?"
"...욕조가.. 너무 좁습니다."
"....!"
그 말을 끝으로 그의 넓찍한 가슴팍을 밀쳐내어 벌떡 일어나 욕조에서 빠져나왔다. 급하게 실크가운을 걸친채 앞섶을 여맨 후 허리에 끈을 조여맸다.
"...."
"뭘 그리 빤히 쳐다보십니까, 아가씨."
욕조에서 걸어나오는 그의 몸집에 한동안 넋을 잃었었다. 근육이 적당히 자리잡힌 상체 물이 후두둑 떨어지는 하의. 반나체인 그의 모습을 보니 괜히 얼굴이 붉어진다.
"오, 옷을 입거라. 어서!"
"제게 옷 따위는 없사온데.. 아가씨와 함께 입기라도 할까요."
"이.. 이 자가 대체.. 어딜 감히..!"
점점 다가오더니 여주의 허리를 한손으로 감싼 후 다른 한 손으로는 여주의 어깨에 걸쳐진 옷깃을 벗겨내려 하고있었다. 덕분에 여주의 맨어깨가 드러나고, 황급히 그의 손을 뿌리치면, 이 상황이 재밌다는 듯 고개를 떨군 채 쿡쿡대며 웃는 그였다.
"욕조로 절 부르신건 아가씨께서 먼저 하셨습니다. 저를 품에 안으신 것도, 입을 맞추신 것도 모두."
"그, 그건.. 자네의 정체를 몰랐을 때고, 지금은.. 말이 다르지 않느냐..!"
"기분 좋았었는데. 한번 더 해보는 건 어떨까요, 아가씨."
"이 자가 미쳤나...!"
여전히 허리를 받치고있던 손을 점점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기더니 이내 얼굴을 천천히 여주의 얼굴로 갖다대는 그였다. 여주가 고개를 뒤로 내빼며 거절을 하려던 찰나, 지금 이런 상황에서 간과하고 있던 점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여주였다.
"아가씨, 무슨 일 있으십니까? 큰 소리가 난듯해서.."
방문 밖에서 노크를 하고, 여주의 안부를 묻는 문 밖의 하녀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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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팬플러스FanP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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