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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jhHedgehog546
★ 평점 : 5 점
⚇ 조회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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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이상하게도 아침이 좀 더 신경 쓰인다. 모닝콜을 맞추지 않아도 정해진 시간에 눈이 떠지고, 창문을 여는 손길도 괜히 조심스러워진다.
예전에는 바쁜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눈을 비비고 억지로 일어났는데, 요즘은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옷을 입고 신발끈을 고르고 있다.
아무도 모르게 매일 같은 카페에 간다는 사실이 내 일상에서 중요한 일이 된 건, 생각보다 훨씬 오래전부터였다. 나는 딱히 분위기 있는 공간을 즐기는 사람도 아니고, 단골이라는 말을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다. 어쩌다 그 카페를 처음 찾았는지는 사실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날 그녀가 흘리듯 틀어놨던 곡, 익숙한 음색과 미완의 멜로디. 그게 내 발을 붙잡았다.
그 곡은 분명 내가 만든 데모였다. 몇 년 전에, 아무도 모르게 만들어놓고 끝내 세상에 내지 못했던 곡. 너무 개인적인 감정이 묻어 있었고, 누군가가 듣는 게 부끄러워서 하드 안에 묻어뒀던 음악이었다.
그런데 그 노래가, 그녀의 스피커에서 조용히 흘러나오고 있었다. 음질은 흐릿했고, 구성이 엉성했지만, 나는 단번에 알았다. 그건, 내가 그녀를 처음 기억하게 된 순간에 만든 곡이라는 걸.
그녀는 그 곡을 기억하지 못했다. 어디서 났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런 말 한 마디에 마음이 좀 쓰였다. 내겐 꽤 선명한 순간이었는데, 그녀에겐 그냥 흘러가는 하나의 음악이었던 모양이었다.
이상하게 그 말이 오래 맴돌았다. 잊혀졌다는 게 서운했다기보다, 그런 시간이 나에게만 특별했다는 사실이 어쩐지 아팠다.
창가 자리는 여전히 비어 있었다. 그녀는 오늘도 바빴다. 손목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방울, 서둘러 내리는 얼음 커피, 계산대에 놓인 지문 자국. 나는 조용히 그 움직임을 지켜보았다. 누가 보면 그냥 무표정한 손님이겠지만, 나는 그 카페에서 가장 많은 감정을 쌓아가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시럽을 하나 더 넣었다. 아마도 무심코. 실수였을 것이다. 그걸 굳이 말해야 하나 망설였지만, 결국 입을 열었다.
“오늘은 시럽 하나 더 넣으셨네요.”
무슨 의미도 없는 말이었는데, 그녀는 깜짝 놀라며 시럽을 확인했다. 나는 웃지 않았지만, 내 안에서는 작게 무너져 내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내가 왜 이런 말까지 기억하고 있는지 나도 모를 정도였다.
“예전부터 자주 오셨어요?”
그녀가 처음으로 내게 묻는다.
나는 잠시 말을 아꼈다. 말을 하면 무게가 생긴다. 특히 감정이라는 건, 입 밖에 내는 순간부터 변형된다. 말은 늘 왜곡을 만들고, 어떤 감정은 차라리 말 없이 남겨두는 게 더 온전할 수 있다.
“가끔요.”
그렇게 대답했다. 그리고 그 말을 뒤로 한 채, 다시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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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아마도 모를 것이다. 우리가 처음 만난 게 그 카페가 아니라는 걸.
고등학교 2학년 겨울, 음악캠프. 추웠고, 나는 구석에 앉아 기타를 튕기고 있었다. 사람들이 조를 나눠 노래를 만들고, 발표를 준비하던 시간. 나는 사람들 틈에서 빠져나와 조용히 내 노트를 펴고 있던 순간이었다. 그녀가 내 옆에 앉았고, 무심코 말했다.
“그 노래, 좋다.”
“직접 만든 거예요?”
“이거… 나중에 꼭 완곡으로 만들어봐요. 진짜로.”
그때, 나는 처음으로 누군가가 내 음악을 좋다고 말해준 순간을 경험했다. 상투적인 격려도, 표정 없는 박수도 아니었다. 진심이 느껴졌고, 그게 내 마음 어딘가를 눌렀다.
그 후로 나는 그 순간을 곱씹었고, 그녀는 아마 잊었을 것이다. 그녀는 무심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다. 아니, 무심한 척 살아가는 사람이다.
누구보다 음악을 사랑했지만, 지금은 음악과 거리를 두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손가락은 능숙하게 버튼을 누르고, 주문을 받는 말투는 일정했다. 하지만 카페에 틀어놓는 음악엔 늘 살짝씩 흔들림이 있었다. 감정이 빠져 있는 듯하면서도, 완전히는 못 끊은 사람처럼.
그녀가 아무렇지 않게 나를 대할 때마다, 나는 거기서 더 빠져나올 수 없었다. 내가 붙잡고 있는 시간이 그녀에겐 아무 의미 없는 하루라는 사실이 뼈아프게 느껴졌다. 하지만 동시에 그게 내가 여길 계속 찾는 이유이기도 했다. 언젠가는 그 시간을 같이 기억할 수 있을 거라는, 근거 없는 기대.
그날 카페를 나서며, 나는 그녀가 다시 자작곡을 틀어놓길 바랐다. 내가 만든 그 노래를, 다시 듣게 될 수 있기를. 그리고 그 음악을 들으면서, 예전처럼 그 말투로 한 번쯤 웃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그때야말로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부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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