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 전정국 빙의글] 네가 잊은 모든 날을 기억해 3화

✎ 작가 : jhHedgehog546

★ 평점 : 5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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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문이 열리자 익숙한 실루엣이 들어왔다. 평소처럼 검은 모자를 눌러쓴 남자는 한 손에 이어폰을 쥔 채 계산대 쪽으로 걸어왔다. 그가 오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고, 마주친 눈동자에 잠시 말을 잃었다.

“오늘도 같은 자리 괜찮죠?”

정국은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말했다.

“그리고... 오늘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말고 추천 하나만 해줘요.”

의외였다. 반사적으로 추천 메뉴를 읊었다.

“오늘은 시나몬 크림라떼 많이 나가요. 은근히 쌉싸름한 거 좋아하시는 분들이...”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정국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주세요. 달달한 게 좀 필요해서.

아, 그리고 브라우니도 하나요."

그리고는 브라우니를 추가했다. 늘 그렇듯 식은 얼굴로, 하지만 조금은 달라진 눈으로.
주문을 받고 돌아서며 마음이 어수선해지는 걸 느꼈다. 사소한 눈빛 변화 하나, 달라진 주문 하나가 나를 괜히 더 긴장하게 만든 것 같았다.
한참 커피를 내리고 있을 때, 정국이 조용히 다가왔다.

“여기... 조용해서 좋아요.”

그 말은 누군가에게는 그냥 인사처럼 들릴 수도 있었지만, 묘하게 낯설고 깊게 다가왔다.커피잔을 건네며 물었다.

“그럼 매일 오는 이유는 조용해서예요?”

정국은 나를 바라보다가 아주 느리게 미소 지었다.

“아뇨. 조용한 분위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아요.”

말끝을 흐리는 정국의 태도에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 말의 의미를 굳이 파헤치고 싶지도 않았다. 아니, 사실은 알고 싶었지만, 그럴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었다.

.
브라우니를 담으며 나는 자신에게 물었다.
왜 그를 모른 척하는 걸까.
정확히는, 왜 그의 기억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걸까.

꿈이었다. 어릴 적부터 품어 온 단 하나의 꿈. 무용수가 되겠다고, 몸이 부서지도록 연습하고, 매일 스스로를 닦아낸 시간들.

정국은 그 꿈을 함께했던 사람이었다. 함께 춤추고, 함께 무너졌던—무대를 내려놓으며 등 돌렸던 순간의 중심에 있었던.

그와 마주치는 건 단순한 재회가 아니었다. 내가 포기했던 것들을 인정하게 만드는 일이었고, 너무 오래 억눌러 온 감정까지 끌어올리는 일이었다.

그가 계속 찾아오는 이유를 안다. 그는 나를 잊지 못했기 때문이다.
잊지 않기로, 지키기로 했던 기억이 그에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 사람, 매일 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