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방탄 빙의글 - 【나는 전정국의 홈마다】 1화 (정국 빙의글, 정국 나페스, 완결) by. 타생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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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타생지연

 

★ 평점  9.99 점
⚇ 조회수 3,524 회

 

 

 

[1]

나는 개인 홈페이지 방문자수가 만을 넘을 정도로 핫한 전정국의 홈마다. 방탄소년단 전부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내 카메라 초점은 오로지 전정국에게로 맞춰져 있다. 난 일편단심 민들레니까 한 남자만 바라본다 이거야.

 

"아, 진짜 겨우 팬싸에 갈 수 있게 됐네."

 


공식 팬들 중에도 나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어서 팬싸인회 때 예쁜 사진을 남겨달라고 추첨권을 양도 받는 경우도 많다. 이번이 그런 경우였다. 정말 못 가는 줄로만 알았는데 갈 수 있게 되다니 눈물이 날 것처럼 감격스럽다.

 


"우리 예쁜 정국이 사진이나 건드려 볼까."

 


포토샵을 사용하긴 하지만 보정만 손 볼뿐 우리 정국이는 고칠 곳이 없다. 예뻐. 예뻐. 하루에도 수백개씩 댓글이 달리지만 홈마 초기부터 내 홈페이지를 애용하던 팬이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그 사람의 댓글 알람이 울렸다.

 

'꾸꾸 : 햄님, 내일 팬싸도 오시나요?'

 

어라. 이렇게 물어 보는 거면 꾸꾸님도 거기 온다는 이야기 같은데. 꾸꾸님에게 내가 특별히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홈마 초기부터 내 홈페이지를 사랑해주셔서 이기도 하지만 정국이의 남팬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아직 얼굴도 이름도 아는 정보는 없지만 어쩐지 정이 갔다. 꾸꾸니까 뭔가 귀여운 느낌도 강하게 들고.

 


'ㄴ햄: 네, 내일 팬싸 자리 양도 받아서 가요. 이번에는 자리 구하기 힘들었어요. 꾸꾸님도 오세요?'
'ㄴ꾸꾸 : 네. 저 매번 가요.'
'ㄴ 햄: 그럼 얼굴 볼 수도 있겠다. 그렇죠?'
'ㄴ꾸꾸 : 전 매번 봐요.'

 


어라? 나를 매번 본다고? 이건 무슨 소리지? 내 얼굴을 안 다는 건가? 하긴 매번 사진을 찍으러 갈 때마다 편의를 봐주는 팬들 덕분에 나는 홈마 햄이라는 명찰을 달고 활동하니 꾸꾸님은 날 봤을 지도 모르겠다.

 


'ㄴ햄 : 아는 척 하지 그랬어요?'
'ㄴ꾸꾸 : 그러면 놀랄 것 같아서.'
'ㄴ 햄 : 왜요? 저랑 인사하고 지내는 팬들 많아요.'
'ㄴ 꾸꾸 : 그래요? 남팬도 많아요?'
'ㄴ 햄 : 남팬 중에 연락하는 사람은 꾸꾸님밖에 없어요.'
'ㄴ 꾸꾸 : 우와. 그럼 아는 척 할래요.'

 

꾸꾸님. 어딘가 귀여운 구석이 있는 것 같다. 내일 그럼 꾸꾸님 실물을 볼 수 있는 건가. 이상하게 기대 되네. 홈마도 하고 연애도 하고 일석이조가 되는 거 아냐? 나 혼자만의 망상을 키우며 내일 팬싸를 위해 팩을 하며 침대 위에 누웠다. 솔솔 잠이 오는 구나. 정국아. 기다려라. 내가 간다.

 


아침 일찍 일어나 몸단장을 하고 카메라를 챙겨 들었다. 팬싸가 열릴 장소는 이미 파악했고 근처 백화점의 벤치에 앉아있었다. 꾸꾸님은 어디 계시려나? 일찍 오셨으면 같이 있으면 좋을 텐데.

 

'ㄴ햄 : 꾸꾸님, 저 **백화점에 와있는데 빨리 오셨으면 만나요!'
'ㄴ꾸꾸 : 아, **백화점이요? 어디 계신데요?'
'ㄴ 햄 : 1층 홀에 있는 소파에 앉아 있어요.'

 

어째서 인지 꾸꾸님은 답이 없다. 나를 만나기 싫은 걸까. 그래. 나 혼자만 안 되는 연애. 훌쩍. 난 정국이바라기로 살아야할 운명이었던 거야. 넋을 놓고 있을 때 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남자가 내 옆 소파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마스크를 꼈다고는 해도 얼굴이 저렇게 다 가릴 정도면 얼굴이 무지 작은 거겠지. 키도 훤칠하게 크고 일반인도 저럴 수 있구나. 감탄사를 내뱉으며 나는 카메라를 점검하기 위해 카메라를 켰다.

 


"역시 정국아. 난 너밖에 없는 것 같다."

 


정국이 사진을 보니 또 실실 웃음이 난다. 역시 나의 힐링, 나의 비타민. 내가 딴 남자에게 눈을 돌리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어. 정국이 사진을 돌려보는 중에 익숙한 얼굴의 남자가 내가 있는 홀로 걸어 들어왔다.
"야. 너 여기서 뭐 해? 팬싸 스케줄 있는 거 몰라?"

 


"아, 가요. 일단 조용히. 쉿."

 


"들킬 게 걱정 됐으면 오지를 말아야지."

 


"가면 되잖아요."

 


남자는 내 옆에 앉아있던 키 큰 남자를 반강제로 끌고 백화점을 빠져나갔다. 잠깐만. 내가 저 아저씨 얼굴을 어디서 봤더라. 아, 매니저다. 방탄소년단 매니저. 나는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럼 설마 방금 여기 있던 남자는 방탄소년단 멤버 중에 하나였던 건가? 이런 꿀 같은 기회를 놓치다니. 덕후는 계를 못 탄다던데. 그 말이 여기서 오는 건가.

 


"그래도 같은 공간에서 숨을 쉴 수 있어서 행복했다."

 


나는 이를 악물며 슬픔을 삼켰고 꾸꾸는 내가 팬싸로 들어갈 때까지 별다른 답이 오지 않았다. 난 만나기도 전에 차였다. 젠장.

 


팬싸 현장으로 들어가니 때마침 팬싸인회장으로 입장하는 방탄소년단의 모습이 보인다. 정국이. 정국이는 어디에 있지? 카메라 셔터를 막 누르는데 정국이가 입은 옷은. 방금 전에 내 옆에 앉았던 그 의문의 남자의 것과 같다. 헐. 그럼 같이 앉아있던 게 정국이였다는 말인가. 흑. 햄아. 죽어라. 죽으라고. 어떻게 정국이를 옆에 두고 못 알아보니. 눈물을 머금고 있는 중에 정국이가 내가 들고 있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손을 흔들었다.

 


"헐. 나랑 눈 마주쳤어."

 


심장아. 나대지마라. 정국이와 아이컨택이라니. 비록 카메라를 거쳐서 하는 거지만 난 지금 이 순간 누구보다 행복한 덕후다. 나는 정국이의 사진을 예술작품을 만들 듯이 찍기 시작했고 어느새 내가 사인을 받을 차례가 다가왔다.


"어? 홈마 햄님이시구나."

 


"네? 윤기오빠가 저를 알아요?"

 


"그럼요. 정국이가 제일 좋아하는 홈마이신데. 그건 알아요?"

 


"진짜요? 정국이가 절 알아요?"

 


"네. 알아요. 물어보세요."

 


가장 먼저 마주한 윤기오빠가 내 목에 걸려 있는 명찰을 보고 나를 알아봤다. 정국이도 나를 안다고? 오늘 무슨 날인가. 내가 서있는 이곳이 부승관을 짜고 누울 자리냐고. 흑.

 


"그 가입도 했는데. 닉네임이."

"닉네임이 뭐에요?"

 

 

 


"쿠키였나. 쿠쿠였나. 아니다. 홈마님 닉네임이 햄이시니까. 꾸꾸?"

 

"네?"

 

"꾸꾸 맞는 것 같은데."

 

그 꾸꾸가 제가 아는 꾸꾸가 맞습니까? 아니야. 아닐 거야. 하하. 꾸꾸님은 나를 지켜보고 계신다고 했는걸. 멍한 정신으로 윤기오빠를 지나 어느새 정국이 앞에 도달했다.

 

 

 

"와, 기다렸어요."

 

"네?"

 

"햄님, 오늘 두 번째로 보네요."


나에게는 너무나 멀리 느껴지던 아이돌 가수 정국이가 나를 알아봤다. 어떡해. 정국이가 진짜 나를 알아? 대박. 그런데 오늘 두 번째로 봤다는 건.

"방금 백화점에 있던 거 정국이 너 맞아요?"

 

"네. 맞아요. 근데 몇 살이에요?"

 

"동갑이에요."

 

"그럼 친구해."

 

 

"네?"

 



"친구잖아. 우리."

 

우리래. 미쳤어. 정국이가 우리래. 동네 사람들! 정국이가 우리래요. 만세. 만만세. 정국이는 어느 때보다 다정한 눈길로 나를 마주봤다. 아, 덕통사고 당했다. 난 영원히 정국이한테서 벗어나지 못할 거야.

 

"그래. 친구하자. 근데 진짜 나 알아?"

 

"응, 너 홈페이지도 아는데."

 

"대박. 가입도 했다던데. 닉네임이 뭐야?"

 

"그건 비밀할래."

 

"왜?"

 


"오늘 처음 아는 척 하는 건데. 너무 진도가 빠르잖아."

 


"진도라니. 우리는 친구인데. 그런 게 어딨어."

 


"모든 건 친구부터 시작하는 거야."

 


뭘로 끝나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지. 그러니까 천천히 갈래. 팬 서비스라는 걸 알면서도 정국이의 달콤한 말에 사르르 녹아버렸다.

 

"이 다음 팬싸도 올 거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올게."

 


"아무리 그래도 범죄는 안 돼."

 


"그래! 범죄를 저지르면 너를 못 보게 될 테니까 저지르면 안 되지."

 


"진짜 웃겨. 진지하게 받아들여."

 


정국이는 내 반응이 재미있었는지 베시시 웃으며 내가 들고 있는 앨범에 사인을 해줬다.

 

"아, 더 놀고 싶은데 아쉽다."

 

"나도."

 

"그렇지만 시간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한참이나 부족한데."

 

"내가 찾아갈게!"

 

"어떻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 이제 넘어가세요."

 

나는 정국이에게 겨우 인사만 하고 경호원들에게 밀려났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행복한 삶이었다. 나는 정국이에게 받은 앨범을 품에 안고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그래. 오늘은 기필코 레전드 샷을 만든다."

 

나는 작품 활동에 더욱 열을 올리며 카메라에 정국이의 모습을 담았다. 이래뵈도 나 오늘 정국이랑 친구 먹은 여자야. 누가 나를 말릴 테냐! 길을 비켜라! 나는 그렇게 예술 혼을 불태우고 아쉬운 마음으로 나의 가수들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 진짜 꿈같다."

 

나를 정국이가 알아주다니. 앞으로 홈페이지 사진에 더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노트북을 켰다. 하루 종일 연락을 기다렸는데 꾸꾸님은 이제야 답장이 와있다.

 

'꾸꾸 : 저 오늘 백화점 갔었는데.'

'ㄴ햄 : 왔었다고요? 저 봤어요?'
'ㄴ꾸꾸: 네. 봤어요.'
'ㄴ햄 : 왜 아는 척 안 했어요?'
'ㄴ꾸꾸: 할 뻔했는데. 참았어요.'
'ㄴ햄: 왜요?'
'ㄴ꾸꾸: 좀 천천히 알아가고 싶어서요.'

 


어쩐지 정국이가 한 말이 떠오른다. 남자들은 모두 이렇게 신중한 건가. 좀 빨리 알면 어디가 덧나냐고! 몰라. 나는 정국이 뿐이야. 오늘 또 다시 느꼈지.

 


'ㄴ햄 : 그래요.'
'ㄴ꾸꾸 : 근데 나이가 어떻게 돼요?'
'ㄴ햄 : 정국이랑 동갑이에요.'
'ㄴ꾸꾸 : 나도 그런데. 우리 친구네요?'
'ㄴ햄 : 안 그래도 오늘 정국이랑 친구 했는데. 떨려서 잠이 안 올 것 같아요.'
'ㄴ꾸꾸 : 나도 그래요.'
'ㄴ햄 : 네?'
'ㄴ꾸꾸 : 햄님이랑 친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떨려요.'

 


뭐지. 꾸꾸님, 진짜 나한테 관심 있나? 아니면 친구가 필요하신가. 뭐 같이 정국이를 좋아하는 마음이라면 나는 꾸꾸님이랑 얼마든지 친구할 수 있지.

 


'ㄴ햄: 그럼 말 놓자!'
'ㄴ꾸꾸 : 그래! 좋아!'
'ㄴ햄: 나 일단 오늘 찍은 사진 좀 업뎃하고 올게.'
'ㄴ꾸꾸 : 기다릴게.'

 

 

그냥 꾸꾸님이랑 친구 사이가 된 것 뿐인데 뭔가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느낌이다. 거기다가 정국이가 내 홈페이지를 보고 있다고 하니까 열정이 불타오른다. 나는 개인 홈페이지에 정국이 사진을 폭풍 업뎃하고 지쳐 그대로 잠에 들어버렸다. 기다린다는 꾸꾸의 말을 까맣게 잊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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