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게시판 TOP 50
✎ 작가 : 라면
★ 평점 : 9.76 점
⚇ 조회수 : 1.8 만회
.
.
.
.
나쁜 새끼
선형 이모 뒤에 내내 숨어있다 결국에는 얼굴을 빼꼼 내밀고 손을 내밀며 인사를 건내던 그 날,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 나는 그 날을 절대로 잊을 수 없다.
“김태형이야, 너보다 한 살 오빠. 11살.”
“나는 10살, 김여주!”
선형 이모는 우리 엄마랑 고등학교 때부터 제일 친해 지금까지 연을 이어가고 있는 엄마의 베프였다. 다른 지역에 살았던 선형 이모는 직장으로 우연히 서울로 오게 되었는데, 구한 집이 하필 우리집의 옆 동이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김태형이랑 지독하게 매일 매일 엮인 이유였다.
“자, 이거 먹어.”
“어휴, 어쩜 태형이는 매너도 이렇게 좋아?”
김태형은 매너가 좋았다. 그리고 또래에 비해 매우 어른스러웠다. 11살, 본인 하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챙기기 바쁠 나이에 항상 나를 먼저 챙겨주었다. 같이 밥을 먹을 때면 고기를 내 밥 위에 제일 먼저 올려주었고, 어디를 놀러갈 때면 내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 어른들은 그런 김태형을 매일 같이 칭찬했다. 물론, 나도 그런 김태형이 좋았다. 그때부터 짝사랑을 했다. 기한 없이, 길고 길게.
“나 태형이 오빠 좋아해.”
김태형은 나에게만 매너가 좋은 것이 아니었다. 당장 같은 반 여자애들만 봐도 김태형이 좋다는 애들이 수두룩 빽빽 했다. 김태형보다 한 살 어린 우리한테도 이렇게 인기가 많았는데, 동갑 여자애들한테는 얼마나 인기가 많을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야. 네가 뭔데 맨날 태형이랑 같이 하교해?”
김태형이랑 붙어 다닌지 1년 정도가 지난 4학년이 되자, 나를 시기질투하는 여자애들이 많아졌다. 김태형과 동갑인, 나에게는 언니인 사람들이 자주 찾아와 나를 질투했다. 그것 또한 나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정도로 내가 김태형에게는 특별한 사람이 된 것만 같아서.
“하린이 언니한테 고백 받았다며?
그 언니 엄청 예쁜 언니 아니야? 인기도 많고.”
“응, 애들 말로는 그렇대.”
“칫, 여자애들은 오빠 어디가 좋다는거야?
하나도 모르겠어.”
“어?ㅎㅎ 여주 너도 나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김태형에게만은 절대로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 나는 너에게 나름 특별한 사람인데, 나도 똑같이 너를 좋아한다는 걸 알면 다른 여자애들과 별반 다르지 않는 애가 될까봐. 그래서 절대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일부러 더 오바한건데.
“어…?”
“너 나 좋아하잖아, 아니야?”
모르는 게 더 이상했을 수도 있다. 김태형 앞이라면 뭐든 좋다는 듯이 헤실대는 나였는데, 모르길 기대한 내가 더 바보 같았다. 김태형은 처음부터 모든 걸 다 알고 있던 거다. 나는 김태형에게 다른 여자애들과 비슷한 여자애였던거다. 그 사실이 훅 다가오는 게 11살의 나는 너무 짜증났다. 김태형에게는 정말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게 그때의 내 소망이었어서.
“뭐래. 나 너 싫거든?
맨날 어른스러운 척만 하잖아. 너는 다 가식적이야.”
그 말을 끝으로 김태형이 우리집에 따로 놀러오는 일도, 내가 김태형 집에 따로 놀러가는 일도 없었다. 김태형은 내 말을 듣고 많이 충격먹은 듯한 표정을 지었는데, 그것 또한 미웠다. 모든 여자들이 본인을 좋아할 것이라고 착각한거야 뭐야, 나는 적어도 너한테 그렇게 뻔한 사람이 되기는 싫었다. 우리는 그렇게 서먹한 사이가 되었다.
“졸업 축하해.”
“응, 고마워.”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나는 어느덧 초등학교 졸업을 했다. 졸업식 때 중학교 교복을 차려 입고 온 김태형의 모습이 제법 멋있었다. 나는 꽤나 먼 중학교로 배정을 받았고, 우리집은 이사를 결심했다. 졸업식을 마치고 함께 밥까지 먹은 우리는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집이 이렇게 가까웠어도 그닥 친하지 않았던 우리였는데, 이사를 가니 이제 아예 볼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서도 잘 살아. 나 잊으면 안돼.”
“응…. 너도.”
“끝까지 오빠라고 안해주네.
오빠 소리 들은 게 그때 이후로 없는 것 같다?”
“응, 오글거려.”
“….”
정적이 이어졌다. 정말 지금이 아니면 못 볼 수도 있는데,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너 진짜로 나 싫어한 건 아니었지?”
발걸음을 돌려 가려는 시늉을 취하는 내게 김태형이 건 낸 질문이었다.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설마 아직까지 그때 내가 했던 말을 마음속에 담고 있었던 걸까.
나는 고개를 돌려 대답했다.
“응, 나는 너 싫어한 적 단 한 번도 없어.”
김태형이 씁쓸하게 웃었다. 그 웃음의 의미가 무엇이었을까, 아직도 모르겠다.
아무튼 우리는 그렇게 헤어졌고,
서로의 부모님께 가끔 소식을 듣는 거 말고는
따로 연락한 적도, 만난 적도 없었다.
그렇게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
.
.
.
.
.
.
“헐 미친! 나 개늦었어!
오늘 스승의 날 파티한다고 8시까지 오랬는데!”
“그러니까 누가 늦잠자래, 얼른 뛰어야겠네.”
5월 15일, 스승의 날 이벤트를 한다고 8시까지 오라는 반장의 명령에 전날 밤에 알람을 5개나 맞춰놨지만 놀랍게도 5개 모두 듣지 못하고 늦잠을 자버렸다. 대충 체육복만 챙겨 입고 바쁘게 현관문을 박차고 나오는 순간,
“…??????”
분명 익숙한데, 익숙하지 않은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어디서 봤더라, 엄청 익숙한데….
“안녕, 우리 여주 엄청 오랜만이네?”
딱 기억이 난 순간 김태형이 다가와 웃으며 인사했다. 내가 알던 그 김태형이 맞나…? 원래 이렇게 덩치가 컸었나…? 눈알을 요리조리 돌리며 김태형이 맞는지 생각하고 있는데, 김태형이 또 다시 입을 열었다.
“보고싶었어.”
목소리를 한 번 더 듣고 나서야 확신했다. 정말 김태형이구나, 그때 그 김태형이구나.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던 내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었던 김태형을, 나는 5년만에 우리집 현관 앞에서 꽤나 당황스럽게 재회했다.
.
.
.
.
.
.
.
👇click👇
⚠️해당 게시글은 팬플러스 팬픽 작가님이 남겨주신 소중한 작품입니다. 해당 팬픽에 포함된 내용에 대한 악의적인 비방 및 비하, 욕설이 담긴 댓글을 남길 시 무통보 활동정지 및 탈퇴 처리됩니다.
⚠️본 사이트의 콘텐츠를 무단 복제, 배포하는 경우에는 저작권법 제 97조의 저작재산권침해죄에 해당하며, 저작권법에 의거 법적조치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작성자 팬플러스FanPlus
신고글 [방탄 뷔 빙의글] 나쁜 새끼 1화
- 욕설/비하 발언
- 음란성
- 홍보성 콘텐츠 및 도배글
- 개인정보 노출
- 특정인 비방
- 기타
허위 신고의 경우 서비스 이용제한과 같은
불이익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