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임영웅님이 공연을 하는 이유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단골 출제되는 시가 있다.

하루는 이 시를 지은 시인이 자신의 시를 바탕으로 출제된 수능시험문제를 풀어보았는데 정답을 맞히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가장 당황스러웠던 건 시를 쓴 작가의 의도를 묻는 문제를 시를 쓴 본인이 틀렸다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작가가 전하고자 했던 의도는 배제되고 교과서적 해석만이 오직 정답만으로 인정되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순수한 생각이나 주관보다는 정해진 틀에 맞는 답만을 쫓아야 하는 수능 문제처럼 지금 우리 사회도 자신의 소신이 통하지 않는 사회가 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간간이 든다.

2024년 12월 31일 임영웅 소속사 물고기뮤직은 팬카페를 통해 "예정된 임영웅 콘서트는 오랜 시간 기다려주신 팬분들, 그리고 공연 준비에 참여한 모든 스태프와 관계자분들과의 소중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고심 끝에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라며 '임영웅 리사이틀' 을 예정대로 진행함을 밝혔다.

이어 "애도의 마음을 깊이 새기며, 이번 공연이 진정성 있는 위로와 희망의 순간이 될 수 있도록 보다 무거운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 우리 모두가 하나 되어 이 어려운 시간을 함께 극복해 나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라며 조심스레 덧붙였다.

공연 기간 중인 지난 29일에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전해 들은 임영웅은  검은색 슈트에 검은색 넥타이를 착용하고 오프닝 무대를 마쳤다.

그리고 관객들을 향해 "오늘 무거운 마음으로 여러분들 앞에 인사드리게 됐다. 비행기 사고로 소중한 생명들이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싶은 슬픔을 느끼면서 희생자분들과 그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애도하는 마음을 보내드리고 싶다. 또 비행기 사고라는 힘든 상황 속에서 그 현장에서 최선을 다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 라며 애도를 표했다.

임영웅 리사이틀은 총 6회차 공연으로 12월 27일~ 29일까지 3회차 공연을 마치고 1월 2일부터 4일까지 진행될 공연만을 남겨두고 있다.

임영웅과 물고기뮤직은 오랜 고민 끝에 '임영웅 리사이틀' 을 그대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렇다면 임영웅은 자신에게 돌아올 비난의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왜 공연을 취소하지 않은 것일까?

그는 현실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옳다고 믿기 때문이다.

공연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임영웅의 공연은 지방 공연도 아니고 서울 공연이다.

몇천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공연은 더더욱 아니고 남은 3일 동안 5만이 넘는 관객들과 함께 하는 공연이다.

또한 임영웅의 콘서트는 무대 스케일이나 서비스 차원에서 타 가수의 공연보다 훨씬 많은 스태프들과 함께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공연을 위해 밤낮으로 땀 흘린 수많은 스태프와 공연 관계자들의 경제 활동의 터전이 여기임을 아는 임영웅에게 가장 마음이 쓰였던 부분이었을 것이다.

임영웅에게는 시간과 기회가 많지만 공연 관계자와 스태프들은 매달 월급을 받는 회사원들이 아니다.

그런 그들에게 시간과 기회는 언제나 오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임영웅은 그들을 위해서라도 공연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임영웅의 공연 진행을 놓고 돈 욕심이 많아서 그런 거 아니냐는 불편러들의 억측이 있다.

애석하게도 임영웅은 돈에서 꽤 자유로운 사람이다.

돈 욕심이 있었다면 애당초 '2024 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 상암 월드컵 공연 때 40억 원 가까이 되는 매출을 포기해 가면서까지 그라운드 좌석을 없애지는 않았을 것이다.

거액을 들여 프로젝터 맵핑천을 설치해 잔디 훼손을 최소화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대전 자선축구대회 수익금 12억 원을 전액 기부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해마다 조용히 기부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임영웅리사이틀' 에서도 관객들을 위한 쉼터로 축구장을 대관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임영웅이 예정된 날짜대로 공연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제발 엉뚱한 곳에서 찾으려 하지 말았으면 한다.

국가 애도 기간이다. 슬프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슬프다고 모든 걸 멈출 수 없는 것이 살아있는 사람들의 삶이다.

기업의 기계를 멈출 수 없고 소상공인의 영업 또한 멈출 수 없다.

각자의 터전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애도하며 묵묵히 자기 일을 해야 한다.

우리에게 애도에 대한 정해진 매뉴얼은 없다.

애도란 본인은 하지도 못하면서 상대에게만 강요하는 행위가 절대 아니다.

자신의 방식대로 소신껏 할 수 있도록 지나친 관심은 이제 내려놓을 때다.

우리 사회의 아픔과 슬픔과 무분별한 비난과 비도덕적 행위는 모두 청룡(靑龍)의 해가 가지고 갔으리라 믿는다.

​2025 청사(靑蛇)의 해에는 우리의 꿈과 희망과 오고 가는 따스함과 선한 사람들의 진심이 통하는 그런 한 해가 되길 소원한다.

정답은 없는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