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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플레이브 예준 빙의글] 너를 모르는 내가 되기를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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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dddbbb

★ 평점 : 10 점
⚇ 조회수 : 1,7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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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어제의 고백, 오늘의 거리

 

 

스튜디오 안은 평소처럼 분주했지만 어제 이후 모두의 분위기는 달라져 있었다.

 

ㅇㅇ은 헤드폰을 쓰고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어젯밤 예준의 고백이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다잡은 마음이었다.

 

이제 와서 뭐하러. 난 이미 포기했는데.

 

그때, 문이 열리고 예준이 들어왔다. 잠깐 눈이 마주쳤지만, ㅇㅇ은 곧 시선을 피했다. 예준도 별다른 말 없이 멤버들과 인사를 나눴다.

 

“ㅇㅇ아, 오늘 녹음할 거 가이드 파일 줄게.”

 

노아가 다가왔다.

 

“응, 고마워.”

 

ㅇㅇ은 짧게 답했다.

 

“오늘은 제가 먼저 녹음할게요, 누나.”

 

하민이 나섰다. 노아, 밤비, 은호도 조심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녹음이 시작됐고 순서는 예준과 채영으로 넘어갔다.

둘은 웃으며 톤을 맞추고 가볍게 장난까지 쳤다.

ㅇㅇ은 고개를 숙였다.

 

봐, 역시. 나를 좋아했던 건, 잠깐이었다.

 

가슴 한켠이 뻐근해졌다. 마음을 지우기로 했던 건 나였지만, 생각보다 잔인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밤비가 은호에게 속삭였다.

 

“은호야, ㅇㅇ이 이상해.”

 

“응. 누가 봐도 그래.”

 

은호는 작게 한숨 쉬며 예준을 째려봤다.

형… 왜 꼭 이럴 때만 눈치가 없냐.

 

 

마이크 앞에서 둘은 웃으며 손등을 툭 쳤다.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자연스럽고, 보기 좋았다.

 

나는 소파에 앉아 있었지만 그 웃음소리가 이어폰을 뚫고 옆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좋아한다는 말 결국 후회했겠지.

 

괜찮은 척 웃어보려 애썼던 것도 다 무너졌다.

 

그냥 빨리 끝났으면 했다. 누구도 내게 말을 걸지 않기를 아무도 나를 보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다들 이상하게 더 신경 쓰고 있었다.

노아는 내 근처를 서성였고, 하민은 농담을 던졌다.

밤비는 내 눈치를 살폈고, 은호는 오늘따라 말수가 줄었다.

 

다들 알고 있구나.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했다. 그런데도 시선이 자꾸 갔다. 예준 쪽으로.

 

웃음소리.

다정한 표정.

부드러운 목소리.

 

거봐. 역시.

 

가슴속에 숨긴 말이 또 나를 할퀴고 지나갔다.

 

 

녹음이 끝나고 정리하는 분위기였다.

나는 괜히 느릿하게 움직이며 시간을 끌었다. 먼저 나가면 누가 따라나올까봐.

 

1층 자판기 옆, 복도 한켠에 앉았다. 기계음, 웃음소리. 모든 게 버거웠다.

 

좋아서 시작했던 일인데 언제부터 이렇게 변했을까.

 

그때 조용한 발소리가 들렸다. 굳이 눈을 뜨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ㅇㅇㅇ.”

 

한노아.

 

“혼자 있고 싶어.”

 

입도 떼지 않고 말했다.

 

“그래서 혼자 안두려고.”

 

노아는 조용히 옆에 앉았다.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 침묵이 오히려 편했다.

 

“어제 일, 다들 눈치챘어.”

 

노아가 조심스레 말했다. 나는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물었다.

 

“걔가 떠벌린 거야?”

 

“아니. 네 표정이.”

 

그 말에 숨기려던 표정이 무너졌다.

 

“그럼 그렇지. 남예준이 말할 리가 없지. 걔는 항상 착하잖아. 걔를 나쁘게 생각하는 건, 나밖에 없고.”

 

나는 노아를 바라보며 물었다.

 

“왜 나만 이렇게… 추해지는 거야? 너가봐도 이상하지?”

 

“바보야. 넌 하나도 안 이상해.”

 

노아의 말은 무심했지만 그 안엔 따뜻함이 있었다.

 

노아 옆에 앉아 있으며 눈을 감았다. 말없이,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노아는 가끔 손등을 무심히 툭 건드린다. 그게 이상하게 위로가 됐다.

 

“농땡이 더 부릴까?”

 

그가 물었다.

 

“응.”

 

나는 짧게 대답했다.

 

복도는 여전히 조용했다.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한참 후 휴대폰이 진동했다.

 

‘예준’이라는 이름이 떴다.

 

나는 화면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꺼버렸다.

 

노아가 그걸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천천히 일어났다.

 

“일단 스튜디오로 올라가자. 괜찮아질 때까지 시간 끌어줄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나섰다.

 

 

스튜디오로 돌아오자 다들 대충 정리를 끝낸 상태였다. 분주하게 가방을 챙기거나 이어폰을 정리하거나.

 

예준은 내 쪽을 슬쩍 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나는 못 본 척 했다.

 

“애들아 오늘 회의는 건너뛰자.”

 

노아가 자연스럽게 말했다.

 

“다들 피곤하잖아.”

 

“맞아. 나도 집에 가서 퍼질 거야.”

 

밤비가 맞장구쳤다.

 

은호랑 하민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배려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그저 짧게 웃었다.

 

“응.”

 

 

스튜디오 문을 나서는 순간, 누군가 뒤에서 조심스레 불렀다.

 

“ㅇㅇ아.”

 

남예준.

 

나는 잠시 멈칫했지만 고개만 끄덕이고 계속 걸었다.

 

예준은 다가오지 않았다. 그저 그 자리에서 멈춰 있었다.

 

나도 너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를 두고 밖으로 나오자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오늘따라 공기가 서늘했다.

 

나는 코트를 여미고 터벅터벅 걸었다. 한참을 걷다가 주차장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때 익숙한 차가 조용히 내 옆에 다가왔다.

 

운전석 창문이 스르륵 내려가고 하민이가 얼굴을 내밀었다.

 

“누나, 집까지 데려다줄까요?”

 

하민의 목소리는 조심스러웠다. 강요하지 않고 그저 건네는 듯한.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민은 말없이 조수석 문을 열어줬다.

 

하민은 별 말 없이 핸들을 잡고 내가 말하기 전까진 출발하지 않았다.

 

나는 조용히 벨트를 메고 바깥 풍경을 바라봤다.

 

“천천히 가.”

 

작게 한 마디 건네자 하민은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차는 아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밖은 쓸쓸했지만 차 안만큼은 이상하게 따뜻했다.

 

차는 조용히 도로를 달렸다. 하민은 라디오 볼륨을 낮추고 운전대 위에 손을 얹은 채 창밖을 바라봤다.

 

“…힘들어요?”

 

하민의 목소리는 낮고 조심스러웠다. 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알고 있었다. 하민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내 주변을 맴도는 마음을.

 

그래서 더 쉽게 기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괜히 그 마음을 이용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하민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조용히 한참을 함께 흘려보냈다.

 

 

신호에 걸려 차가 멈췄다. 하민은 창밖을 바라보다가 다시 조심히 말을 꺼냈다.

 

“나 오늘 누나 웃으라고 괜히 바보 같은 농담도 해봤는데.”

 

나는 그를 바라봤다. 하민은 나를 보지 않고 창밖만 봤다. 마치 내 눈을 마주치면 무너질까 봐 두려운 것 처럼.

 

나는 작게 웃었다.

 

“조금 웃겼어.”

 

진심이었다. 하민의 마음은 따뜻하고 서툴렀지만, 그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하민은 그제야 살짝 미소 지었다.

 

“다행이다.”

 

 

집 앞에 도착했을 때, 하민은 차를 세우고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혼자 있고 싶으면 그냥 보내고, 아니면…아무 말 없이라도 같이 있어줄게요.”

 

나는 문 손잡이를 잡고 잠시 망설였다.

 

하민은 급하지도, 다그치지도 않았다. 그저 기다렸다.

 

나는 결국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괜찮아.”

 

하민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근데… 진짜예요. 언제든.”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가슴에 남았다.

 

나는 문을 닫고 차가 멀어질 때까지 서 있었다.

 

하민은 마지막까지 천천히 마치 나를 놓고 가는 게 미안한 사람처럼 천천히 사라졌다.

 

 

차가 완전히 사라진 뒤 나는 고개를 숙였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외로움과 하민이 주는 다정함을 절대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나는 혼자가 되어야 했다. 스스로 괜찮아질 때까지.

 

혼자 남은 거리.

서늘한 공기. 

아직 정리가 안 된 마음.

 

나는 천천히 집 쪽으로 걸었다.

 

오늘 하루를 꾹 눌러 삼키듯.

 

 

그날 밤 ㅇㅇ은 혼자 씻고 나서 거울 앞에 서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물기가 남아 있는 얼굴을 손으로 문지르며 어제 일의 기억을 떠올렸다.

 

예준의 고백이 떠오를 때마다 가슴 속에서 뭔가가 아프게 움켜잡힌다. 

 

그때 그의 눈빛은 진지했지만 술에 취해 있던 예준이 어떤 의미로 그런 말을 했을지 나는 알고 있었다. 

 

핸드폰을 꺼내 예준에게서 온 메시지를 확인했지만 더 이상 그것을 읽고 싶지 않았다. 

 

내 감정 하나때문에 여러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것도 싫었다.

 

ㅇㅇ은 그저 그에게서 벗어나야만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 마음을 품고 있으면 또 다시 상처받을 게 뻔했다. 

 


나만 포기하면 그런 일이 반복될 이유가 없었다.

 

 

잠들지 못한 채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새벽이었다. 어둠과 새벽 사이, 애매한 시간.

 

나는 기억을 더듬었다. 우리가 다 같이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그때 우리는 별것 아닌 약속을 했다.

 

“우리 다 같이 노래 하나 만들자.”

 

그 단순하고 풋풋했던 다짐이 우리의 시작이었다.

 

우리는 막연하게 꿈을 꿨다. 무대 위를 음악을 미래를.

 

그때 채영은 이미 다른 세계 사람이었다.

 

우리가 아직 학교 복도를 뛰어다닐 때 그녀는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있었다.

TV로 보던 유명한 이름. 이채영.

 

그런 채영을 예준은 좋아했다. 단순한 팬심이었다.

채영의 목소리가 좋다고, 채영은 가사가 정말 예쁘다고, 공부는 제쳐두고 기타를 치던 예준이 입버릇처럼 말하던 이름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다섯이서 꾸준히 곡을 썼다.

어설펐지만 간절했고 촌스러웠지만 진심이었다.

 

예준은 혼자 새로운 다짐이 생겼다.

 

‘언젠가 채영에게 곡을 써주고 싶다.’

 

그 소원을 나는 우연히 알게 됐다.

 

그래서 더 열심히 했다. 어릴 때부터 지켜본 그 사람의 꿈을 손 닿게 해주고 싶었다.

 

 

어렵게 어렵게 우리는 한 레이블에 들어갔다. 서투른 프로듀서였지만 성실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우리는 결국 채영과 같은 프로젝트를 맡게 됐다.

 

“야, 대박이야. 우리 진짜 채영님이랑 작업해.”

 

처음 채영과 이름이 엮였던 날 예준은 눈이 반짝였다. 나도 그가 그렇게 좋아하는 걸 보니 덩달아 기뻤다. 다 같이 이룬 거니까 우리 모두의 꿈이니까.

 

처음엔 그랬다.

정말 그랬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뭔가 달라졌다.

 

예준은 여전히 열심히 곡을 썼다. 진지했고 성실했다. 하지만 가끔 아무렇지 않게 채영을 칭찬했다.

 

“채영이 목소리 진짜 미쳤어. 가사도 진짜 잘 쓰고.”

 

그 말에 나는 웃으며 맞장구쳤다.

 

“응, 멋있더라.”

말끝을 흐리며 물었다.

“그렇게 좋으면 고백이라도 하지 그래. 채영이가 고백하면 받아줄 기세네”

농담 섞인, 가벼운 말투였다.

 

예준은 피식 웃더니,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받아줄걸? 근데 뭐, 그럴 일은 없지.”

 

별 생각 없이 던진 듯한 그의 한마디.

 

그 순간 나는 알 수 없는 찬물이 끼얹힌 기분이 들었다.

웃어넘기려 했지만 마음 한구석이 조용히 내려앉았다.

 

‘아, 진짜구나.’

 

나는 그렇게 착각했다.

아니, 스스로 그렇게 믿어버렸다.

 

 

어느 순간부터 예준은 채영 이야기를 줄였다.

 

의식한 걸까, 아니면 스스로 거리를 두려 한 걸까.

 

나는 알고 있었다.

프로듀서는 작업할 때 개인적인 감정이 섞이면 무너진다는 걸.

 

예준도 그걸 알았다. 그래서 마음을 애써 숨기고 있었다.

 

그저 묵묵히. 프로듀서로서의 자리만 지키려 했다.

 

나는 그런 예준을 보면서 알 수 없는 쓸쓸함에 사로잡혔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늦게까지 남아 작업을 하던 날, 스튜디오 복도를 지나가다가 우연히 들었다.

 

문틈으로 새어나온 대화.

 

“…나, 오빠 좋아해.”

 

익숙한 목소리. 채영.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발소리라도 들킬까봐 나도 모르게 뒷걸음쳤다.

더 듣지 못했다. 더 듣고 싶지 않았다.

 

돌아서면서 마치 가슴을 쥐어뜯긴 것처럼 아팠다.

 

 

그날 이후로 예준의 어떤 말도 온전히 들을 수 없었다. 채영과 예준 둘은 예전과 같았다. 여전히 보기 좋았고 둘 사이 어색함도 찾아볼 수 없었다. 연인이 된걸까. 알 수 는 없지만. 방해가 되지 않으려 예준을 피하기도 해봤고, 다짐도 해봤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쉬웠을까?

예준이 나에게 왜 멀어지려고 하냐고 물었을 때 

마음이 흔들렸다. 

 

예준이 내게 다가 올수록, 이 모든 감정은 더 복잡해졌다. 

 

그가 나에게 다가오는 이유가 그저 나를 위로하려는 것일까 아니면 진심으로 나를 좋아해서일까. 

 

고백을 듣고 나서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 했지만, 그럴수록 마음은 더욱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그의 행동도, 다정한 눈빛도.

“좋아한다”던 그의 말이 어쩌면 단순한 착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저 힘들어하는 나를 위로하려던 것, 채영과의 일에 마음이 복잡했던 것, 그 모든 것들이 겹쳐서 나에게 기대려 했던 것

 

그 이상은 아니라고.

 

나는 스스로를 세뇌하듯 그렇게 믿었다.

 

아니 믿고 싶었다.

 

그래야 이 아픔을 견딜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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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은 쓸데없이 길었고, 끝없이 이어지는 시간 속에서만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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