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플레이브 채봉구 빙의글] 뱀 탐구 생활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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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여느날

★ 평점 : 10 점
⚇ 조회수 : 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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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그와트의 봄은 유난히 변덕스럽다. 해가 들다 말다 창문을 타고 쏟아지는 빛줄기 사이로, 실습용 책상 위에 먼지처럼 묻은 약재들이 은은하게 반짝였다. 마법약 수업실은 평소보다 조용했다. 한두 명씩 무언가 준비하는 듯, 약재를 고르거나 조용히 주전자에 물을 붓고 있었다.

 

오늘따라 조금 늦게 강의실에 도착했다. 이미 교실 뒤편까지 자리가 빼곡했고, 선생님의 시선이 들이닥치기 전에 자리를 잡는 게 급했다. 딱히 누군가의 자리를 훔친 것도 아니었고, 그저 빈자리 하나가 아무 말 없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었기에 안도했다. 그런데,

 

 

“비켜.”

 

 

뒤에서 던져진 목소리는 딱히 크지 않았지만 묘하게 뚫고 들어오는 힘이 있었다. 나는 어깨를 반쯤 돌려 보며 발화자를 확인했다. 그리곤 본능적으로 ‘아, 이 자리…’ 하고 늦은 깨달음을 얻었다.

 

슬리데린, 채봉구 선배였다.

 

 

“늦으면 자리가 없는 게 당연하죠. 먼저 앉은 사람이 임자 아닌가요?”

 

 

나는 가볍게 웃으며 교재를 보란 듯이 책상 위에 펼쳤다. 딱히 시비 걸 생각은 없었지만, 무표정하게 내려다보는 그의 얼굴이 자꾸만 약을 올리고 싶게 만들었다. 입꼬리 하나 까딱하지 않는 무표정이 왜 그렇게도 얄미워 보이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핀도르와 슬리데린의 숙명인가, 하는 실없는 생각이나 하던 참이었다.

 

채봉구는 아무 대꾸 없이 나와 마주보는 자리에 앉았다. 그의 손끝이 천천히 약재병의 라벨을 확인하고, 실습책을 펴는 동안에도 시선은 한 번도 이쪽으로 향하지 않았다. 마치 투명 인간이라도 된 것처럼. 나는 그의 무시가 오히려 더 성가셨다. 무시당하는 것보다 싸우는 게 낫다— 그렇게 생각하는 쪽이었기 때문에.

 

 

“혹시, 나랑 앉기 싫어서 그런 거예요? 슬리데린이랑 그리핀도르라서?”
“아니, 그냥 네가 시끄러워서.”

 

 

대답은 여전히 툭 하고 내던지듯 돌아왔다. 목소리도 크지 않았고, 어조도 특별히 감정을 담지 않았다. 그렇기에 오히려 더 무례하게 느껴졌다. 묘한 썩소를 지었다. 뭔가 더 받아치려다 말고, 입술을 깨물며 실습책을 펼쳤다.

 

교수의 목소리가 울렸다. 오늘의 실습은 ‘수면 유도약’의 희석 조절 실험이었다. 약초를 어떤 비율로 혼합하느냐에 따라 졸음의 강도가 달라지는 고급 마법약 실습이었다. 설명을 듣는 동안에도 채봉구의 손놀림이 계속 눈에 밟혔다. 마치 뭐든 익숙한 사람처럼 손끝 하나 흐트러짐 없이 약재를 썰고, 정확한 그램 수를 잰다.

 

 

“...그거 좀 써도 돼요?”
“그러라고 가운데 있는 거잖아.”

 

 

채봉구는 아무런 시선도 주지 않은 채 무심하게 대답했다. 그 모습이 어이가 없어서 코웃음을 치고 고개를 저었다. 같은 말을 해도 꼭 싸가지가 없게 하는 것은 슬리데린의 종특인가.

 

시간이 조금 흐르고, 실습은 중반을 넘어서고 있었다. 차질 없이 실험 중이라 생각했던 내 약제병에서 이상한 김이 피어오르기 시작한 건 증류 과정이 시작되던 참이었다. 뚜껑을 연 순간 약한 ‘피식’ 소리가 나더니 곧이어 거품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향은 이상하게 달콤했고, 분명 무언가 잘못된 걸 느꼈다.

 

 

“아이, 뭐야 이거—”
“들어가면 안 되는 거 넣었잖아.”

 

 

채봉구가 낮게 말했다. 말과 동시에, 그의 손이 약탕기 쪽으로 빠르게 뻗었다. 손목에 찬 은색 반지에서 푸른빛이 번쩍하더니 약재 혼합물이 ‘퐁’ 하고 가볍게 터지며 기화되었다. 더 큰 폭발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주변이 온통 이상한 연기로 자욱해졌다.

 

기침을 몇 번 하며 눈을 비볐다. 채봉구는 이미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와 있었다.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여유롭게 실습 결과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의 앞 약병에는 정리된 라벨과 완성된 약이 깔끔하게 놓여 있었다.

 

 

“고맙다는 말은 안 해?”
“…고맙다는 말에 집착하는 사람인 줄은 몰랐는데요.”

 

 

여전히 시선은 내 쪽에 머물지 않았지만, 어쩐지 민망한 기분에 목소리가 조금 작아졌다. 방금의 긴장감이 가슴에 오래 남을 것만 같았다. 채봉구는 대답 없이 책을 덮었다. 마침 수업의 끝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채봉구와 나는 서로 아무런 말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복도에 나서기 전, 채봉구가 처음으로 나에게 시선을 던졌다. 그 눈빛은 여전히 무표정했지만, 아주 미세하게— 정말 미세하게—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복도를 걷는 그의 걸음은 일정했다. 일자로 펴진 등, 책 한 권만 들고 있는 손, 그리고 뒤돌아보지 않는 발끝. 나는 괜히 조금 더 서둘러 걸었다. 슬쩍, 채봉구와 나란히 걷게 되었다. 말은 하지 않았다. 말할 이유도 딱히 없었다. 그냥 수업이 끝났고, 마침 동선이 같았던 것뿐이었다. 하지만 이 적막은 조금 이상했다. 그가 뭘 해도 신경 쓰지 말자는 쪽은 나였는데, 괜히 발소리를 줄이게 된다.

 

채봉구는 변함없는 얼굴이었다. 아까 그 입꼬리는 내가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럴 리가 없다는 생각이 반, 이상하게 기억나는 장면이 반. 나는 시선이 자꾸 그쪽으로 가는 게 스스로도 못마땅했다. 오늘따라 그 무표정이 좀 더 얄미웠달까.

 

 

“실습 결과는 잘 나왔어요?”

 

 

괜히 말을 꺼냈다. 하고 나서야 왜 그랬을까 싶었지만, 채봉구는 짧게 고개만 끄덕였다. 그게 끝이었다. 대화가 될 리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무심함이 꼭 일부러 그러는 것처럼 느껴졌다. 도대체 왜 그 자리를 고집했는지, 그걸 묻고 싶었던 건데.

 

 

“선배, 원래 그 자리만 앉아요?”

 

 

채봉구가 멈춰 섰다. 순간, 내가 뭐 이상한 말 했나 싶어 나도 멈췄다. 그는 아주 느릿하게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여전히 무표정이었지만, 아주 약간 눈썹이 올라간 듯했다.

 

 

“네가 그걸 왜 알아야 되는데.”

 

 

뭐,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대답이 그럴 줄은 몰랐다. 나는 민망함을 감추기 위해 헛기침을 했다. 그리고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덧붙였다.

 

 

“그냥 궁금해서요. 뭔가, 나름의 루틴 같은 거면 방해한 것 같아서.”

 

 

채봉구는 다시 앞으로 걸었다. 대답도 없었다. 그게 그답긴 했다. 나는 그의 등 뒤를 보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얄밉기는 한데, 저렇게까지 무심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했다. 혼잣말처럼 작게 말했다. 정말 재미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분명히 들을 수 없을 거리였을 텐데도, 채봉구는 멈추지 않은 채로 한 마디 덧붙였다.

 

 

“그게 편해서 그래.”

 

 

나는 걸음을 멈췄다. 지극히도 평범한 대답이었지만, 그마저도 그에게서는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었기에 당황했다. 싸가지가 영 없기만 한 건... 아닌가 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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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도착했을 땐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있었다. 마법약 실습 리포트를 작성하려는 아이들이 대부분인 듯했다. 나도 그걸 하러 왔다고 스스로에게 말했지만, 마음속 일부는 딴생각 중이었다.

 

'그게 편해서 그래.'

 

채봉구는 어떤 의미로 그런 말을 한 걸까. 나는 그 말의 앞뒤를 자꾸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습관처럼 앉던 자리, 그것이 편했다는 말. 누군가가 침범한 게 싫었던 걸까, 아니면— 아니, 거기까진 아니다. 아직은 아니어야 했다. 나는 얇은 리포트 양식을 펼치고, 잉크 깃펜을 들었다. 글씨를 쓰는 손끝이 괜히 느렸다. 자꾸 채봉구의 손이 떠올랐다. 실습 중 흔들림 없이 약재를 썰던 손, 아무렇지 않게 약을 덮어버린 손. 그리고 툭 내뱉던 말투와 눈빛까지. 자꾸 잔상이 떠올랐다.

 

 

“왜 자꾸 생각하지…”

 

 

중얼이 나왔다. 조용한 도서관이었기에 더 민망했다. 나는 괜히 책장을 넘기고, 깃펜을 굴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먼저 관심을 가지는 건 억울했다. 그 사람이 뭔가 특별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신경이 쓰이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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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로 돌아가는 길, 밤 공기가 생각보다 차가웠다. 어깨를 움츠리며 복도 끝을 지나는데, 저 멀리 채봉구가 혼자 걷고 있는 게 보였다. 한 손에 무언가 들고 있었다. 슬리데린의 학생들은 거의 다 자기 방에 들어간 시간인데. 그는 나를 못 본 척 지나쳤다. 아니, 어쩌면 정말 못 봤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주저하다가 결국 그를 부르지 않았다. 그냥 그대로 지나가게 뒀다. 괜히 다시 말을 섞었다가, 또 내가 더 신경 쓰이게 될까 봐.

 

대신 속으로 혼잣말을 했다.

 

“…진짜 이상한 선배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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