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세븐틴 윤정한 빙의글] 쌤 동생이 왜 거기서 나와? 5화

✎ 작가 : jhHedgehog546

★ 평점 : 6.43 점
⚇ 조회수 : 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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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이라고 해서 특별한 걸 기대한 건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기대 안 하려고 애썼다. 그런데도 그날 하루 종일 시계만 자꾸 봤고, 종이 울리기도 전에 가방을 챙겼다.


운동장 벤치에 도착한 건, 윤정한보다 2분 빨랐다.
괜히 괴상하게 설레고 긴장되고— 내가 왜 이러나 싶을 만큼.

 

“왔네.”

 

어디선가 조용히 다가온 목소리. 고개를 돌리니, 윤정한은 교복 윗단추를 두 개쯤 풀고 손에 작은 음료수 두 개를 들고 있었다.

 

“뭐야, 이건?”

 

“보상.”

 

나는 웃을 뻔했다. 진짜 음료수 하나 건네주면서 ‘보상’이라니. 그런데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윤정한이라 또 설렌다.

 

“그래서, 왜 운동장으로 부른 건데?”

 

“조용해서.”

 

“응. 너, 요즘 나 피하잖아.”

 

“…피한 게 아니라, 그냥….”

 

“괜히 내가 말한 거 때문에 그랬어?”

 

나는 대답 대신 음료수를 열었다.
그러자 정한이 조용히 말했다.

 

“그 말, 취소 안 해.”

 

“…뭐?”

 

“그때, 네가 빗자루 거꾸로 들고도 청소하던 날. 그날부터 궁금했다고 했잖아. 그 말, 안 취소해.”

 

나는 괜히 심장이 빨리 뛰는 게 들킬까봐 고개를 돌려 바람 부는 쪽을 바라봤다. 그러자 정한이 또 말을 꺼냈다.

 

 

“내가 좀… 무심하게 말하는 편이긴 한데, 생각보다 아무 말이나 하는 스타일은 아니야.”

 

나는 그제야 그의 얼굴을 마주봤다. 진심이 느껴지는 눈빛이었다.

그리고, 아주 잠깐 머뭇이다가 덧붙이는 말.

 

“너 그거 몰랐지? 반장 일할 때 네 얼굴 되게 자주 봤어.”

 


“…왜?”

 

“그냥, 좀 대단하다 싶어서.”

 

“응. 하기 싫어도 묵묵히 하는 사람, 별로 없거든. 근데 넌 그냥… 그런 사람이더라고.”

 

내가 뭐라 대꾸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그 순간 정한이 갑자기 내 손에서 음료수 캔을 뺏더니 자기 가방에서 다른 걸 꺼냈다.

 

“이건 진짜 보상.”

 

작은 초콜릿 하나였다.
진짜 별 거 아닌데, 왜 이렇게 설레냐고요.

 

“이런 건 또 어디서 났냐.”

 

“누나 서랍. 반장 괜히 시킨 거 미안하다고 하더라.”

 

“…야!”

 

“농담. 그냥 네가 좋아할 것 같아서.”

 

또 이 말.
‘좋아할 것 같아서’

얘는 왜 이렇게 간지럽게 말을 하지?
정한은 가볍게 웃고 일어났다.

 

“갈까?”

 

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같이 걷는 짧은 거리 동안, 괜히 혼잣말처럼 말했다.

 

“너, 원래 이렇게 다정했냐.”

 

정한은 걸음을 멈추지도 않고 내 쪽으로 살짝 몸을 기울이더니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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