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세븐틴 민규 빙의글] 너는 우리 집에 살았다 6

✎ 작가 : rlaalsrbb

★ 평점 : 10 점
⚇ 조회수 : 1,2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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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이상한 이야기들

그 애랑 말 안 한 지 이틀째.

딱히 싸운 것도 아니고, 피한 것도 아닌데

그냥

안 마주쳤고, 말이 안 섞였고, 눈이 안 마주쳤다.

 

 

 

 

[세븐틴 민규 빙의글] 너는 우리 집에 살았다 6

 

어쩌면 우연인데,

나 혼자 너무 의식한 걸 수도 있고.

근데 그런 거 아냐, 라고 말하기엔,

이상하게, 이틀이 길게 느껴졌다.

 

오늘도 그 애는 아침밥을 안 먹었다.

식탁에는 국만 미지근하게 데워져 있었고,

나는 혼자 앉아서 그릇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숟가락 들고 있다가, 그냥 내려놨다.

‘왜 안 나오지.’

‘늦잠인가?’

‘아님… 일부러?’

…뭐래.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교실에 민규는 있었지만,

내가 쳐다보면 그는 항상 고개를 숙이거나, 창밖을 보거나, 노트에 낙서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게, 나한테는

‘말 걸지 마’라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괜히 말 걸었다가,

혼자 상처 받으면 어쩌지.'

그런 쓸데없는 생각이

계속 나를 붙잡았다.

 

 

점심시간.

친구도 없고,

식판 하나 들고 멍하니 서 있었다.

 

근데 오늘은 유독 사람들이 쳐다보는 느낌이 더 심했다.

작게 웃는 얼굴들,

속닥이는 목소리,

"쟤가 걔라며?"

"김민규랑 한 집에 산다더니—"

고개를 숙였다.

 

그 순간 누군가가 뒤에서 내 식판을 밀쳤다.

국이 쏟아지고, 반찬이 미끄러졌다.

"아, 미안~"

"내가 실수했나 봐. 어쩌지?"

익숙한 목소리.

 

지난번에도 그랬던 애였다.

그런데 이번엔 민규가 오지 않았다.

그게 이상했다.

 

원래 같았으면,

그 애는 조용히 와서 식판을 들어줬을 거고,

누가 뭐라고 해도 한 마디 하고 갔을 거고,

아무렇지 않게 "신경 쓰지 마"라고 했을 거였다.

 

근데 오늘은 없었다.

혼자서 닦고, 식판 버리고, 물 마시고 돌아왔다.

근데 진짜 이상한 건 그다음이었다.

 

 

 

 

 

[세븐틴 민규 빙의글] 너는 우리 집에 살았다 6

 

교실에 들어가자마자,

민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교실을 나갔다.

내가 들어오자마자.

아니.

설마 그거 때문에?

진짜…

 

아닌 줄 알았는데,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별로 친하지도 않은 애인데

눈앞이 울컥해졌다.

 

 

그날 밤.

집에 와서도 민규는 방에서 안 나왔다.

 

불 꺼진 방에서, 나는 진짜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했다.

‘이 집에서 나가야 하나?’

‘이런 기분으로, 계속 같이 살 수 있을까?’

‘그 애가 나를 불편해한다면, 내가 나가는 게 맞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꾸 마음이 허전해졌다.


근데 진짜 웃긴 건 ‘싫다’는 감정보단, ‘아쉬움’이 먼저였다는 거.

그 애가 아니라, 그 애가 하던 말들, 던지던 눈빛, 그 무심한 한마디가

다 나한테 너무 익숙해져 버린 거.

 

그게 지금 너무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는 게 싫었다.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의 ‘없음’이 이렇게까지 신경 쓰일 줄은 몰랐다.

 

나는 지금,

그 사람을 너무 알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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