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 rlaalsrbb
★ 평점 : 10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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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이상한 이야기들
그 애랑 말 안 한 지 이틀째.
딱히 싸운 것도 아니고, 피한 것도 아닌데
그냥
안 마주쳤고, 말이 안 섞였고, 눈이 안 마주쳤다.
어쩌면 우연인데,
나 혼자 너무 의식한 걸 수도 있고.
근데 그런 거 아냐, 라고 말하기엔,
이상하게, 이틀이 길게 느껴졌다.
오늘도 그 애는 아침밥을 안 먹었다.
식탁에는 국만 미지근하게 데워져 있었고,
나는 혼자 앉아서 그릇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숟가락 들고 있다가, 그냥 내려놨다.
‘왜 안 나오지.’
‘늦잠인가?’
‘아님… 일부러?’
…뭐래.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교실에 민규는 있었지만,
내가 쳐다보면 그는 항상 고개를 숙이거나, 창밖을 보거나, 노트에 낙서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게, 나한테는
‘말 걸지 마’라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괜히 말 걸었다가,
혼자 상처 받으면 어쩌지.'
그런 쓸데없는 생각이
계속 나를 붙잡았다.
점심시간.
친구도 없고,
식판 하나 들고 멍하니 서 있었다.
근데 오늘은 유독 사람들이 쳐다보는 느낌이 더 심했다.
작게 웃는 얼굴들,
속닥이는 목소리,
"쟤가 걔라며?"
"김민규랑 한 집에 산다더니—"
고개를 숙였다.
그 순간 누군가가 뒤에서 내 식판을 밀쳤다.
국이 쏟아지고, 반찬이 미끄러졌다.
"아, 미안~"
"내가 실수했나 봐. 어쩌지?"
익숙한 목소리.
지난번에도 그랬던 애였다.
그런데 이번엔 민규가 오지 않았다.
그게 이상했다.
원래 같았으면,
그 애는 조용히 와서 식판을 들어줬을 거고,
누가 뭐라고 해도 한 마디 하고 갔을 거고,
아무렇지 않게 "신경 쓰지 마"라고 했을 거였다.
근데 오늘은 없었다.
혼자서 닦고, 식판 버리고, 물 마시고 돌아왔다.
근데 진짜 이상한 건 그다음이었다.
교실에 들어가자마자,
민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교실을 나갔다.
내가 들어오자마자.
아니.
설마 그거 때문에?
진짜…
아닌 줄 알았는데,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별로 친하지도 않은 애인데
눈앞이 울컥해졌다.
그날 밤.
집에 와서도 민규는 방에서 안 나왔다.
불 꺼진 방에서, 나는 진짜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했다.
‘이 집에서 나가야 하나?’
‘이런 기분으로, 계속 같이 살 수 있을까?’
‘그 애가 나를 불편해한다면, 내가 나가는 게 맞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꾸 마음이 허전해졌다.
근데 진짜 웃긴 건 ‘싫다’는 감정보단, ‘아쉬움’이 먼저였다는 거.
그 애가 아니라, 그 애가 하던 말들, 던지던 눈빛, 그 무심한 한마디가
다 나한테 너무 익숙해져 버린 거.
그게 지금 너무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는 게 싫었다.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의 ‘없음’이 이렇게까지 신경 쓰일 줄은 몰랐다.
나는 지금,
그 사람을 너무 알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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