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 rlaalsrbb
★ 평점 : 10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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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네가 몰랐으면 했어
그날은, 이상했다.
나는 진짜 말 걸 생각 없었는데,
민규가 먼저 나를 불렀다.
"잠깐 나올래?"
고개를 들자, 그 애는 내 방 문 앞에 조용히 서 있었다.
후드 뒤집어쓰고, 모자에 그림자 져서 표정은 안 보였다.
“밖에?”
“응. 사람 없는 데.”
우리는 말없이 아파트 단지 뒤편 작은 놀이터로 갔다.
그 애가 담배를 꺼냈다.
"피워도 돼?"
"…피는지도 몰랐네."
"피는 거 많아.
네가 모르는 내가 많지."
그 말에, 나는 가만히 있었다.
"…왜 요즘 나 피해?"
그 질문.
이틀 전부터 목구멍에 걸려 있었던 그 말.
드디어 꺼냈다.
민규는 대답 안 하고, 담배를 물었다.
불빛이 깜빡였고, 그 사이로 그의 눈이 드러났다.
“아무 사이도 아닌데, 괜히 휘말리게 만들기 싫어서.”
"…나, 휘말려도 돼."
"너 휘말릴 레벨이 아니야.
애들이랑 말 한 마디만 해도 피곤해지는 학교에서,
같이 산다는 이유만으로도 지옥 만들 순 없잖아."
"근데 왜 처음엔 감쌌어?
그땐 그런 거 다 생각 안 했어?"
민규가 웃었다.
비웃는 건 아닌데, 조금 지친 듯한 웃음.
"처음엔 그냥…
그날 네가 혼자 앉아있는 거 보기 싫어서."
"그게 다야?"
"그게 다였는데… 그게 시작이었지 뭐."
바람이 불었다.
불빛이 흔들렸다.
"네가 우리 집에 들어온 거,
사실 좀 불편했거든.
그냥, 집에 아무도 없고, 조용한 게 좋아서."
"근데?"
"그 조용했던 집이… 너랑 같이 있으니까 덜 지루하더라고."
그는 나를 한 번 봤다.
그리고 말했다.
"그래서 더 싫어졌어."
"뭐가?"
"내가,
그 조용한 걸… 네가 무너뜨리는 걸 좋아하고 있다는 거."
그 순간,
심장이 내려앉는 줄 알았다.
그 애는 그렇게 말해놓고,
나를 보지 않았다.
그저 담배를 끄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루머 들었지?”
"…응."
"그거 반은 맞고, 반은 구라야.
예전에 친구 하나 감싸다가 진짜로 애 패긴 했거든.
내가 죽게 냅둘 수 없어서 그랬어."
나는 말이 안 나왔다.
“근데 걔, 지금도 날 피하고 살아.
고맙다고 한마디 하고, 그 이후로 연락 씹고.”
"왜?"
“미안해서겠지.
자기 대신 내가 망가졌으니까.”
그 말, 진짜 아무렇지 않게 말했는데 내 심장이 그때부터 덜컥거리기 시작했다.
“너한테만은, 그런 꼴 보여주기 싫었어.”
“그게… 날 피한 이유야?”
민규는 고개를 끄덕이지도, 젓지도 않았다.
그저 조용히 말했다.
"네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몰랐으면 했어."
그 말이 이상하게 슬펐다.
나는 그 애가 무섭지 않았다. 단 한순간도.
대신, 그 애가 자기 자신을 얼마나 외롭게 만들어왔는지가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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