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세븐틴 호시 빙의글] 가짜 연애 2화

✎ 작가 : 진정성

★ 평점 : 10 점
⚇ 조회수 : 1,3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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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여주는 알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한 그 통보는 사실 진정한 헤어짐을 고한 게 아니라고. 완전한 "나"의 남자친구로 걔가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 그 하나 때문에. 권순영이 나의 권순영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그 하나 때문에 전여주는 갑작스럽게 헤어짐을 고했다.

 

 

   물론 완전한 진심은 아니었다. 영원할 줄 알았던 관계가 와장창 부서지듯 사라지는 건 엄청나게 비참했다. 무지갯빛을 담은 나의 가장 아름다운 구슬을 제 손으로 뭉개버렸다. 파사삭. 사라지듯 부서지는 구슬을 가만히 볼 수밖에 없는 운명.

운명이라는 건 참으로 비참하고 참혹해서 나약한 전여주는 그저 수용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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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여주는 대학교에 무사히 들어갔다. 남자친구였던 순영을 싸그리 기억에서 지운 것처럼. 비록 그 권순영 때문에 전공마저 바뀌었지만. 사회복지과 전여주는 사회복지 타이틀을 떼고 대신 연극영화 타이틀을 붙였다.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싸구려 테이프로 붙여 만들어내면 무엇을 하는가. 그저 스티커를 붙인 마음일 뿐인. 전혀 붙여지지 않은. 그런. 쓰레기가 되어버린 심장은 삶의 동력이기에 항상 가지고 다녀야 했다.

 

권순영.

 

 

전여주의 심장.

 

 

부서진 심장의 조각을 따라 걷던 전여주는 마침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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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야, 데뷔 축하해."

 

"그래. 영화 재밌더라. 여주 얼굴이 한 몫 했어."

 

"아하하, 오빠들도 참."

 

"원우가 너한테 잘 안 해주고 그러면, 우리한테 일러."

 

"그래 여주야. 우리가 혼내줄게!"

 

"알아서 해요, 알아서. 걱정 마셔요."

 

 

한 살 많은 오빠 전원우. 가정에서 얻지 못할 것만 같던 안정감은 모두 원우 오빠가 줬다. 학업에 집착하는 부모님. 그런 부모님의 타박은 모두 원우 오빠가 대신 받아냈다. 오빠의 가장 친한 친구들인 지훈과 준휘는 완전한 여주의 편이었으므로. 여주는 엄청나게 의지하는 상대가 버석한 금빛 머리인 권순영에서 다정하고 친절한 준휘와 지훈으로 바뀌었다.

 

 

   데뷔. 아이돌은 아니었다. 오디션을 봤고, 감정선이 좋다는 평가로 얻은 건 바로 조연. 영화에서 처음 얻은 조연 1. 대사는 딱 한 줄. "아씨, 그런 사람은 믿는 거 아니예요!". 그 대사 한 줄을 천만 번 반복했다. 거울을 보면서 하기도 했다. 펜을 물고 연습했다. 스크린에 나오는 2초. 그 2초를 위해서. 여주는 연습하고 반복했다. 목적이자 목표는 단 하나. 저 위에 있을 권순영을 스크린에서 이기고 말겠다는.

 

"여주 씨. 데뷔 축하해."

 

"비록 조연인 걸요."

 

"여기 판에서 조연이면 엄청나게 잘한 거지."

 

"... 말이라도 감사해요."

 

"여주야."

 

"네?"

 

"드라마 찍어볼 생각 없어?"

 

"있, 있어요. 엄청이요."

 

 

"여기 드라마 오디션 한 번만 봐봐."

 

 

"여기...요? 근데 이 드라마 대본 별로라고 하지 않았어요?"

 

 

"네가 물불 가릴 때냐. 내가 보니까 꽤 괜찮더라."

 

"... 선배 믿고 한 번 해볼게요."

 

"붙으면 다 내 덕이다? 명단에 네 이름 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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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당일의 날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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