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스키즈 리노 빙의글]- 고양이보다 따뜻한 1화

✎ 작가 : jhHedgehog546

★ 평점 : 5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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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생각보다 조용했다.


마을 입구에 걸린 간판은 오래된 색감이었고, 버스는 정류장을 지나가며 먼지만 남겼다. 

 

몇 달 전이라면 이런 데를 찾으러 일부러 오지도 않았을 테지만, 요즘의 나는 도망치듯 그런 곳을 원했다. 벨을 누르지도 않았는데 열린 문은 낡은 종소리로 존재를 알렸고, 순간 실수했나 싶어 망설이던 발걸음은 고양이 울음소리에 멈췄다.

 

안에는 그 고양이 소리보다도 더 조용한 공기가 흘렀다.


한 사람, 그리고 세 마리의 고양이. 창가에 앉은 노란 치즈 고양이는 눈만 끔벅였고, 발밑으로 지나가는 고양이의 꼬리가 발목을 스치자 가볍게 숨이 새어 나왔다. 구석 테이블에서 누군가가 일어났고, 그가 천천히 다가오며 말했다.

 

 

“앉을 거면 오른쪽 창가는 피하세요. 도리가 싫어해요.”

 

 

예상보다 낮은 목소리였다. 건조했지만 어딘가 기분 나쁘진 않았다. 나는 멈칫하다가, 조심스럽게 다른 테이블에 가방을 내려놓았다. 뭔가 말이라도 더 걸까 했는데 그는 말없이 카운터 쪽으로 돌아갔다. 

 

고양이들이 조심히 발을 내딛는 그 공간은, 마치 사람이 너무 큰 소리로 숨 쉬는 것조차 미안해지는 온도였다.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들여다보려 했지만, 책자 대신 검은색 칠판이 전부였다.

 


‘커피, 차, 우유. 시럽 없음. 포장 안 됨.’

 

 

별말도 없는데 웃음이 나왔다. 엄격한 듯, 귀찮은 듯 써둔 이 한 줄이 의외로 정직했다. 카운터 너머의 남자, 다시 한 번 그의 얼굴을 훑었다. 옅은 쌍꺼풀에 고양이처럼 살짝 올라간 눈매, 말 없이 움직이는 손. 어딘가 날카로운 인상이었지만, 고양이들 곁에선 묘하게 부드러워 보였다.

 

 

“커피요.”

 


나는 조용히 주문을 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곤 말없이 돌아섰다.

 

잠시 후, 커피가 내 앞에 놓였다. 작은 종이컵도 아니고, 카페 로고도 없는 그냥 도자기 잔. 뭔가 특별할 것도 없는 블랙커피인데 이상하게 따뜻했다. 맛이 아니라, 잔을 건넬 때 그 짧은 눈빛에서 느껴졌던 온기가 있었다. 

 

그는 다시 말 없이 자리를 떠났고,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긴 조용했고, 아무도 내게 질문하지 않았다. 그게 지금의 나에겐 고마운 일이었다.

 

고양이 한 마리가 내 신발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꼬리가 느리게 휘날렸고, 앞발로 무심히 자기 얼굴을 문질렀다. 나는 천천히 손을 뻗었지만 고양이는 눈만 끔뻑할 뿐, 움직이지 않았다. 그냥,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는 게 이곳의 방식 같았다.

 

그는 다시 다가와 테이블 옆에 조용히 무언가를 내려놓았다.
하얀 티슈 두 장, 그리고 작게 포장된 유자차 티백.

 

 

“감기 기운 있어 보여서요. 물은 셀프로.”

 

 

무표정으로 내뱉은 말치고는 묘하게 따뜻했다. 

나는 조금 당황해서 고개를 끄덕였고, 그가 돌아서는 걸 보며 다시 생각했다.


그의 말은 짧지만, 행동은 길게 남았다. 컵에 따뜻한 물을 붓고 유자차를 우려내며 창밖을 보았다. 

비라도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비가 오면, 이 조용함도 조금 더 용서받을 것 같았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위로가 되는 사람이 있다는 걸 느꼈다.


그 사람의 이름은 아직 몰랐지만,
그날 마신 커피는 확실히 내 하루를 조금 덜 쓰게 만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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