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조금 일찍 카페에 도착했다.
낮게 깔린 구름이 예보보다 빠르게 몰려와서인지, 문을 열자마자 안에서 풍기는 따뜻한 공기가 더 반가웠다.
그는 여전히 말수가 없었다. 나를 보더니 고개만 가볍게 끄덕였고, 나는 익숙해진 듯
“커피요”
라고 먼저 말했다.
잠시 뒤, 테이블 위로 내려온 도자기 잔. 그 위로 김이 맴돌고, 향이 퍼지자 마음이 풀렸다. 도리도 어느새 내 옆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오늘은 아예 내 신발 위에 털을 일부러 흘리는 것처럼 앉았다.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도리를 내려다봤다.
“얘는 이름 잘 지은 것 같아요. 도리.”
그러자 그가 조용히 물었다.
“왜요?”
“도리도리 할 때 도리 같기도 하고, 눈동자 도리 같기도 하고.”
나는 장난스레 웃었고, 그는 어깨를 살짝 으쓱였다.
“실은 이름 지어준 적 없어요.”
그의 말에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진짜요?”
“고양이마다 알아서 불리는 이름이 있더라고요. 도리도 처음엔 그냥 '야'였어요.”
툭 내뱉은 말이었지만 묘하게 웃음이 났다.
“그럼 다른 애들은요? 이름 다 없는 거예요?”
그는 천천히 나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이 묘하게 오래 머물렀다.
“궁금한 게 많네요. 처음엔 조용한 사람이었는데.”
나는 들킨 것처럼 머쓱하게 웃었다.
“여기 있으면, 괜히 말이 많아져요. 편해서.”
그는 아무 말 없이 다시 시선을 돌렸다. 창밖을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
“그건 다행이네요.”
그 순간, 문득 궁금해졌다.
“근데… 사장님 이름은 뭐예요?”
그는 고개를 살짝 돌려 내 쪽을 보더니,
작게 웃으며 대답했다.
“이민호요.”
그 이름이 의외로 부드럽게 느껴졌다. 나는 조용히 이름을 되뇌었다.
이민호.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묘하게 차가운데, 따뜻한 느낌.
“고양이들한텐 잘 말하면서, 자기 이름은 늦게 말해주네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커피잔을 천천히 내려놓으며 말했다.
“내 이름은, 그냥… 아무도 안 물어봤어요.”
그 말은 툭 하고 던져졌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에 남았다.
단지 이름을 들었을 뿐인데,
그 사람과 조금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다.
나는 내일부터는 그를 '사장님'이 아니라 '민호 씨'라고 불러보기로 했다. 혼자서, 아주 조용히 연습처럼. 창밖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조용히, 그러나 확실히 다가오는 빗소리가 이 공간을 더 포근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가 내 쪽으로 걸어오며
작은 고양이 인형 하나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이거, 테이블 닦을 때 자꾸 도리가 눌러 앉아서요. 대신 맡아주세요.”
나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지만,
그 속에 담긴 의도는 이상하게 기분 좋았다.
툭툭 내뱉는 말, 조용한 행동,
그리고… 방금 전의 눈빛.
그건 확실히 나를 향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