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스키즈 승민 빙의글] 같은 조라서 다행이야 04

✎ 작가 : rlaalsrbb

★ 평점 : 9.4 점
⚇ 조회수 : 1,2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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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바라보는 쪽

도서관 앞, 벤치에 앉아 있었다.

 

다음 회의는 며칠 뒤였지만,

그날 이후로 머릿속이 좀 조용하지 않았다.

발표 준비는 거의 끝나가고 있었고, 단톡방은 정적이었다.

누구도 말을 붙이지 않았고, 그도 톡을 보내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냥, 말 그대로 조별과제의 막바지였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자꾸 생각났다.

그날의 마지막 말투. 질문처럼 들리지 않았던 확인.

‘그냥 둘이서 진행해도 되죠?’

그 사람은 왜 굳이 그 말을 내게 했을까.

 

 

 

 

 

[스키즈 승민 빙의글] 같은 조라서 다행이야 04

 

벤치에 앉아 이어폰을 꽂고 있었는데, 내 앞을 지나갔다.

나는 순간적으로 이어폰을 뺐다.

 

그는 나를 보며 잠깐 멈췄고,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자주 오시나 봐요."

의외였다.

그가 먼저 말을 걸 줄은 몰랐다.

 

"오늘은 그냥. 과제도 없고."

그는 주변을 한 번 둘러봤다.

"잠깐 앉아도 돼요?"

나는 대답 대신 가방을 옆으로 밀었다.

그가 내 옆에 앉았다.

조용한 정적이 흘렀다.

 

나는 괜히 폰을 꺼내 화면을 켰다 껐다 했다.

그는 벤치 등받이에 등을 기댄 채 하늘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 고개를 돌려 나를 봤다.

 

나는 처음엔 눈치를 못 챘다가, 어느 순간 그 시선을 알아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묘하게 들키는 기분이었다.

한참 후, 그가 조용히 말했다.

"다음 회의 때, 발표 연습 한 번 해보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잘 쉬다 가세요."

나는 인사처럼 고개를 숙였다.

 

 

 

 

 

[스키즈 승민 빙의글] 같은 조라서 다행이야 04

 

그는 그렇게 걸어갔다.

나는 이어폰을 다시 뺐다.

그가 멀어지는 뒷모습을, 괜히 눈으로 따라가 봤다.

마치, 그가 방금 나를 뚫어본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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