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보고 가요 잘쓰네요
✎ 작가 : rlaalsrbb
★ 평점 : 9.4 점
⚇ 조회수 : 1,2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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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발표 당일
당일 아침, 캠퍼스는 유난히 조용했다.
발표는 오전 수업의 첫 순서였다.
교수님이 출석을 부르는 동안, 우리는 조용히 앞자리로 걸어 나갔다.
그는 태블릿을, 나는 인쇄본을 들고 있었다.
준비는 다 끝났고, 머릿속도 비교적 정리된 상태였다.
"파일은 제가 넘길게요."
그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시작 멘트는 제가 할게요."
그는 고개를 숙이며 작은 웃음을 흘렸다.
"부담되면 넘기셔도 돼요."
나는 고개를 젓고, 앞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 순간, 이상하게 마음이 가벼워졌다.
발표는 예상보다도 차분하게 진행됐다.
그가 설명을 하면, 내가 이어서 해설을 붙였다.
간혹 눈이 마주치면 아주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 슬라이드.
나는 숨을 가다듬고, 마지막 문장을 꺼냈다.
"생각이 많을수록, 말은 단순해진다."
교실이 잠시 조용해졌다.
나는 고개를 들어 그를 봤고,
그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교수님은 "잘했습니다" 한마디만 남겼다.
자리에 돌아와 앉았을 때, 숨이 조금 가빴다.
끝났다는 안도감도 있었고, 무언가를 건넨 뒤의 막연한 불안도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우리는 나란히 교실을 나섰다.
계단을 내려가던 중,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잘했네요."
나는 대답 대신 작게 웃었다.
교문 근처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가 가방을 고쳐 메더니, 나를 봤다.
"점심, 괜찮으시죠?"
이번엔 더 이상 물음표가 아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가요."
햇살이 조금 더 따뜻해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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