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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HelloMelo
★ 평점 : 9.29점
⚇ 조회수 : 5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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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음소년
03.
졸지에 슈퍼스타가 됐다. 아이돌도 아닌데. 진짜 비를 멈출 수 있다는 걸 증명한 후 어딜 가든 관심 대상이 됐다. 예전부터 좋아했다며 대뜸 편지를 내미는 여자애들, 사실 예전부터 내가 마음에 들었다는 남자애들, 너 정말 비를 멈출 수 있니? 하고 물어보는 안 친한 선생님들. 아, 예.. 진짠데요. 처음엔 신나서 대답했지만 슬슬 그런 생활도 지쳐갔다.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히어로들도 처음엔 이런 주목을 받았을까. 하긴, 그 사람들은 나보다 더하니까.. 염력이나 괴력이랑 내 능력을 어떻게 비교해. 그냥 비를 멈추는 것 뿐인데. 나중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별 거 아니잖아, 이런 건. 남들이 시끄럽다 떠들어 댈수록 정작 난 내가 별 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러니했다. 얘들아, 난 그냥 비만 멈추는 거야. 비를 이용하고 뭐하고 그런 거 못해. 그냥, 비만... 낼 수 없는 목소리가 맴돌았다. 됐다. 이런 거 말해서 뭐하냐. 이미 애들은 지들끼리 신나게 나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었다. 칭찬인지 뒷담인지 모를. 동시에 걸려오는 시비의 횟수가 늘어났다. 신기하다며 좋아해주는 애들도 있었지만, 이상한 새끼라며 툭툭 건들어대는 애들도 있었어서.
대표적으로 그날 나에게 시비 걸었던 남자애. 뭐만 하면 꼬투리를 잡아댔다. 대단한 능력자 납셨네. 야, 다른 능력은 없냐? 겨우 그거? 처음엔 발끈했지만 이젠 그런 시비도 시큰둥해졌다. 가뿐히 엿을 날리는 정도로 발전했다. 응, 엿이나 먹어. 넌 겨우 그것도 못 하냐? 그렇게 말하고 실실 웃으면 되려 지가 화냈다. 웃겼다. 이기지도 못 할 싸움을 도대체 왜 거는지.
그게 실수였다. 걸려오는 시비를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것. 처음엔 혼자서 찾아오던 애가 점점 무리를 이끌고 나타났다. 별 짓 다하네. 무시하고 엎드려 자면 어깨를 잡아끌고 넘어뜨렸다. 야, 어제처럼 짓껄여봐.웃으면서. 자다 말고 넘어져 기분이 잡쳤다. 아.. 꼬리뼈 아파. 뻐근한 눈을 비비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꺼져, 좀. 너 아니어도 충분히 피곤하니까. 비적비적 일어나 다시 엎드렸다. 그러자 뒷통수에서 묵직한 통증이 느껴졌다.
""...아.""
주먹으로 후려친 거였다. 그제서야 잠이 퍼뜩 깼다. 지금 쟤, 나 후린거야? 잠시 사고 회로가 멈췄다. 그러다 빠르게 머리가 돌았다. 저 새낄 어떻게 조지지. 오랜만에 핏줄이 섰다. 계속 건드는 거 짜증나는데, 잘됐네. 아예 여기서 끝장을 봐야지. 생각 정리가 끝나자마자 주먹을 날렸다. 왜소한 체구에 비해 내 주먹은 꽤나 매웠다. 턱을 감싸쥐며 쓰러진 남자애는 앓는 소리를 냈다. 그러자 뒤에 있던 무리가 한꺼번에 나에게 달려들었다. 주먹을 휘두르는 만큼 되돌려 맞았다. 치사한 새끼들. 쪽수로 덤비기냐.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주먹질을 멈추지 않았다. 점점 화가 차올랐다.
이내 핀트가 뚝하고 끊겼을 때 하늘에서 천둥번개가 쳤다. 비가 올 날씨가 전혀 아닌데도.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순간이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난 눈치채지 못했다. 어떻게든 얘네를 조져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머리가 가득찼다. 천둥번개가 친 하늘에서 엄청난 비가 쏟아져내렸다. 갑자기 내리는 비에 다들 다급하게 창문을 닫았지만 창문으로 막아지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폭풍. 창문이 달달 거리며 깨졌다. 날카로운 유리 파편들이 바닥에 흩뿌려졌다.
내 뒤로 어마무시한 폭풍이 불었단 의미다. 그것도 내 핀트가 나간 순간부터. 나한테 덤비던 애들도 갑자기 변한 날씨에 다들 움찔했다. 저, 저게 뭐야? 난 눈이 돌아 날씨가 그런 줄도 몰랐다. 뭐, 어차피 내가 그런거니 신기해하지도 않았겠지만. 다들 어버버 거리는 틈을 타 다시 주먹을 갈겼다. 그게 내 마지막 싸움이었다. 지진 않았다. 분명한 승리였지만, 날 바라보는 아이들이 눈빛엔 두려움이 가득했다. 내가 싸우는 동안 비는 엄청나게 내렸고, 그 양이 얼마 였냐고 묻는다면 자칫하다 홍수가 날 뻔한 정도. 그 정도라 답할 수 있겠다. 또 천둥번개는 얼마나 쳤는지. 하늘이 멸망하는 줄 알았다고 나중에서야 들었다.
내가 싸움을 끝내자 거짓말처럼 날씨가 갰다. 숨을 고르며 주위를 둘러보는데, 다들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뭐야, 왜 저런 눈빛으로... 내가 쌈박질 하는 거 한 두번 본 것도 아닐텐데. 눈살이 찌푸려졌다.
""뭐야.""
"".....""
""싸우는 거 처음 봐?""
내가 말하자마자 날 향해 꽂혀있던 시선들이 일제히 흩어졌다. 누구도 내게 말을 걸지 않았다. 귀찮게도 엉겨붙던 시선은 무엇 하나 남아있지 않았다. 등골이 오싹했다.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뭔가 잘못했구나, 나. 싸움 때문이 아니라는 것은 단박에 눈치챘다. 슬그머니 시선을 올려 하늘을 바라봤다. 깨진 창문이 보였다. 그 틈으로 튀긴 빗물도 보였다.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햇빛을 비추고 있었다. 비가... 내렸구나. 평소엔 돌아가지 않던 머리가 팽팽 돌았다.
04.
삼류드라마 같은 전개가 내 인생에 펼쳐졌다. 영웅은 한순간에 악당으로. 대단하다며 치켜세우던 손들이 하나둘씩 모여 내 목을 졸라댔다.
쟤 괴물이래. 저번에 자기 화났다고 비를 내리더라고. 자칫하다 우리 다 죽을 뻔한거야. 거의 홍수날 뻔 했다며? 괴물 같은 새끼. 나도 내가 그랬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애초에 그런 능력이 있는 걸 알았으면 더 조용히 있었겠지. 내 기분에 따라 비가 내릴 줄 누가 알았겠냐고. 아니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정말 몰랐다고 해명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내가 말을 걸으려 하면 하나같이 날 피했다. 들어주지 않았다. 관심 가질 땐 언제고 이제와서 괴물이래. 이제와서. 허탈한 마음에 눈이 시큰거렸다.
곧이어 부모님이 학교에 불려왔다. 능력이 다 까발려졌다. 부모님은 우리, 범규가... 그럴리가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날 바라봤다. 꼭 괴물을 보는 것처럼. 엄마, 아빠. 나 그냥 별거 아니야. 그냥 조금. 조금 특별한. 선생님과의 면담이 끝나고 부모님을 붙잡았다. 그럴 줄은 몰랐어. 그런 능력이 있을 줄 정말 몰랐어. 부모님은 아무 말 않고 내 손을 뿌리쳤다. 차마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안 봐도 무슨 눈빛일지 뻔했다. 학교는 정학을 먹었다. 명목은 애들을 때려서였다. 암만 멍청해도 진짜 이유 정도는 알았다. 무서웠던 거겠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 지도 모를 애를 학교에 두면 시끄러울테니. 왜 제가 그래야 하는데요. 그렇게 따지고 싶었지만 부모님이 날 막아섰다. 면담 이후 단 한마디도 나누지 못 했지만 제발 가만히 있어달라는 말이 귓가에 들리는 것 같았다.
집에 기자들이 찾아왔다. 아파트가 떠들썩해졌다. 종종 연구원들도 찾아왔다. 부모님은 사람 잘못 봤다며 모조리 돌려보냈다. 난 방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찍 소리도 못 하고. 무슨 얘기를 하려 해도 부모님이 외면했다. 마주하기 힘든 듯 했다. 나 진짜 괴물 아닌데. 문득 눈물이 났다. 세상이 온통 적으로 변한 것 같아서. 그때 난 겨우 중학생이었다. 괴물이라며 손가락질 받기엔 너무 어렸다. 정학 당한 학교를 다시 갈 일은 없었다. 부모님은 날 전학 보낼거라 말했다. 그 말을 전할 때는 이미 짐이 다 싸져 있었다. 난 떠날 준비만 하면 됐다. 이곳과 멀리 떨어진 다른 동네로. 나 혼자.
""삼촌이 종종 찾아갈거야. 생활비도 보낼거고..""
"".....""
""좋은 학교니까 열심히 다녀.""
"".....""
""거기선 절대 네 능력 말하고 다니지마.""
"".....""
""응? 범규야”
평범하게. 아무도 모르게 쥐 죽은 듯이. 그렇게 살아. 누구도 피해보지 않게. 말을 듣고 헛웃음이 나왔다. 피해. 피해라... 도대체 내가 무슨 피해를 줬지. 내 능력으로 다친 사람이 있나? 죽은 사람이 있나? 놀라서 자빠진 사람은 있었을지 몰라도 피해 받은 사람은 없었을 것 같은데. 이 상황에서 가장 피해본건 누가 봐도 나잖아. 이를 까득 물었다.
""좆까고 있네.""
""..뭐?""
""좆까고 있다고. 다들.""
엄마와 아빠의 눈이 동그래졌다. 꼴이 웃겼다.
""너 지금 무슨 말버릇,""
""피해? 도대체 무슨 피해?""
"".....""
""내가 징그러우면 징그럽다 얘기를 해.""
""..범규야.""
""다들 그러던데? 나보고 괴물 새끼라고.""
"".....""
""결국 그렇게 생각했던거지. 엄마 아빠도.""
그래요 그럼. 원하는 대로 입 닥치고 조용히 살게. 아무도 나 모르게. 엄마 아빠가 내 부모인 것도 모르게. 그걸 원하는 거잖아. 괜히 귀찮아지기 싫으니까. 부모님은 다급히 내 손을 잡았다. 범규야, 그런 게 아니라... 그 손을 차갑게 내쳤다. 이 상황이 역겨워 미칠 것 같았다.
""손가락질 받는 게 무서웠으면...""
"".....""
""대놓고 버리지 그랬어.""
"".....""
""이런 식으로 구는 게 더 기분 잡쳐.""
다들 오바는. 그냥 비 좀 멈추는게 다였는데. 어느새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짜증이 나 벅벅 닦았다. 이미 싸져있는 짐을 들고 집을 나왔다. 다시 돌아올 일은 없었다. 엄마 아빤 날 버린 거였다. 난 버려진 거였다. 씨발. 입에서 욕짓거리가 나왔다. 하늘은 때맞춰 비가 내렸다. 기막히네. 나 기분 안 좋은 거 어떻게 알고. 전과 같은 폭풍우가 아니었다.
느릿하고 추적하게, 하늘이 나 대신 울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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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팬플러스FanP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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