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 rlaalsrbb
★ 평점 : 9.7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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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기억보다 낯선 눈빛으로
약속 장소는 오빠가 정했다.
시끄럽지 않은 카페.
창밖엔 비가 흩뿌리고 있었고,
사람들은 저마다 고요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는 약속보다 10분쯤 먼저 도착해 있었다.
핸드폰을 손에 쥐고, 화면을 켰다가 끄기를 반복했다.
굳이 볼 것도 없었지만, 가만히 있는 게 더 어색했다.
물컵에 손끝을 대고,
테이블 모서리를 따라 손톱으로 선을 그으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오빠가 먼저 들어왔고,
그 뒤로 연준 오빠가 걸어 들어왔다.
순간, 나는 시선을 피했다.
평범한 인사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막상 마주치자 말보다 먼저 숨이 막혔다.
“왔네?”
친오빠가 내 맞은편에 앉으며 말했다.
나는 애써 웃었다.
“응. 오빠는 요즘 어때?”
연준 오빠는 내 옆자리에 앉았다.
대화가 몇 초간 끊겼다.
“오랜만.”
그가 먼저 말을 걸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쳤다.
그 눈빛은,
기억보다 조금 더 조용했고
예전보다 조금 더 어른스러웠다.
짧은 침묵 사이로
마음속 무언가가 천천히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다.
“잘 지냈어?”
그가 물었다.
말투는 그대로였지만,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또 정적.
오빠가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야, 너네 진짜 어색하냐?”
나는 작게 웃었다.
연준 오빠도 같이 웃었지만,
이상하게
그 웃음이 진심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었다.
“생각보다 많이 컸네.”
그가 말했다.
나는 잠깐 멈칫했다가 물컵을 들었다.
평범한 말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시간 때문인지
가슴 깊은 곳이 찔리는 것 같았다.
오빠는 여전히 편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연준 오빠는,
말은 많이 하지 않았지만
대답할 때마다 나를 보았다.
짧게,
아주 짧게
눈을 마주치는 그 순간들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어릴 땐 몰랐다.
이렇게 같은 공간에 있어도
말 한마디, 눈빛 하나에
이렇게 많은 감정이 생길 수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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