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 rlaalsrbb
★ 평점 : 9.7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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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선을 넘는 마음
그날 밤 이후로
나는 매일 저녁이 되면
괜히 창밖을 더 오래 바라보게 됐다.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부를 것도 아니었고,
연락이 오는 것도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그런 것들을 기대하게 되었다.
연준 오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내가 한 말은,
분명 듣고 있었다.
그걸 어떻게 알았냐고 묻는다면
대답하긴 어렵겠지만,
사람의 시선이라는 게
말보다 더 많은 걸 알려주는 때가 있잖아.
ㅡ
주말.
오빠랑 같이 카페에 갔을 때,
우연히 연준 오빠 친구라는 사람을 만났다.
처음 보는 여자였고,
되게 밝고 예쁘고
오빠랑 엄청 친해 보였다.
“아~ 너구나. 말 들었어. 동생.”
그 여자가 나를 보며 웃었다.
“연준 오빠가 너 되게 귀엽다고 하던데?”
말이 가볍게 툭 나왔다.
웃는 얼굴이었고,
농담처럼 들렸지만
그 순간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연준 오빠에게 연락이 왔다.
[오늘 카페에서 마주친 건 그냥 친한 선배야. 너 불편했으면 미안.]
메시지를 읽고
나는 괜히 그 앞 문장보다
“너 불편했으면 미안”
그 말이 더 신경 쓰였다.
[아니야. 괜찮았어.]
나는 그렇게 답장했지만
사실은 하나도 괜찮지 않았다.
다음 날,
다시 셋이 만나게 됐다.
오빠가 먼저 가고
잠깐 나랑 연준 오빠만 남게 되었다.
그는 무표정으로 커피를 마시다가
문득 나를 봤다.
“너, 기분 안 좋았지.”
말투는 조용했지만
단정이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냥 좀 피곤했어.”
“거짓말 못 하네.”
그는 컵을 내려놓았다.
“그 선배.
그냥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이야.
너랑은 전혀 관계 없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순간,
마음 한쪽에서
이상하게 묘한 감정이 올라왔다.
“나, 오빠한테 그런 말 들으려고 그런 거 아냐.”
그 말이 나가고 나서
입을 다물었다.
연준 오빠는
나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 눈빛엔
무언가 망설임이 있었다.
“근데 들었잖아.”
그 말이,
선을 넘었다.
나는 숨을 들이쉬었고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처음으로,
내 안에서 확실한 감정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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