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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최연준여기봐 👤구독자 수: 49 / ⭐평점: 10 / 💟읽음 수: 1,612 |
아빠가 구해다 준 집은 생각보다 좋았다.
솔직히 도시에서 빡빡하게 사는 인생. 그딴 인생은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애초에 시골에서 농사나 지을까 생각하며 평화롭게 살려고 여기에 온 거였다.
제일 큰 방에 별로 있지도 않은 짐을 대충 풀고 쇼파에 누웠다.
머리가 아파오는 와중에 또 재수없게 그 얘가 생각났다. 바로 핸드폰을 켜서 저장해둔 번호로 문자를 했다.
뭐야. 생각했던 거 보다 또라이같다. 외모는 순둥순둥하게 생겨서는, 성격이 진짜 칼같다.
단답 때문에 딱히 더 할 말이 없어서. 그냥 핸드폰을 끄고 다시 누웠다.
아랫쪽 지역이라 그런가. 엄청 날씨가 좋았다.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짜증나게.
여기 내려 온 이유는 사실 이거 하나 때문이다.
학교생활 하다 잠깐 엇나갔을 때. 그거 하나 때문에 시골에 올 줄이야.
평소에 아빠와 정말 사이가 안 좋았다.
고등학교를 다닐 때 소위 말하는 일진 무리들과 어울려 다니고, 잠깐 엇나간 모습을 보고 아빠가 날 여기로 쫓아낸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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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주일 전
“ 김여주, 너 이게 뭐하는 짓이야? ”
날라리 같은 얘들이랑 어울려 다니는 걸 들키고, 아빠한테 엄청 혼났다.
원래도 서로 안 좋았던 사이가 완전 부서져 버렸다.
그날 아빠에게 통보를 받고, 1주일만에 여기 내려온 것이다.
나 혼자.
이렇게 덤덤한 척 해도 엄마랑 짐 챙기던 날. 얼마다 울었는지 모르겠다.
이제 나올 눈물도 없어서 감정이 메말랐나 보다.
문득 또 최범규가 생각났다. 그리고는 무작정 그 얘가 간 방향을 따라 걸었다.
아니나 다를까, 최범규가 보였다.
“ 야 최범규! ”
“ 뭐야. 어떻게 알았어? ”
놀란 표정이 생각보다 귀여웠다. 뭔가 울리고 싶은 얘랄까?
이러니까 너무 이상해 보이나.
어쨌든 그 얘는 아까 본 감자를 캐고 있었다.
이게 뭐냐고 물으니 내 말을 무시하고 다시 쭈그려 앉아 감자를 캐기 시작했다.
뭐야 진짜.
“ 나 이거 해 봐도 돼? ”
“ 안돼. 이거 내 저녁이야. ”
“ 아, 그래? 나도 감자 좋아하는데. “
” 안 그럴 것 같이 생겼어. “
내가 어떻게 생겼길래. 너무 어이가 없어서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자존심 상해.
옆에서 대충 흙만 만지작댔다. 한 10분을 그러고 있었나?
최범규가 흙을 털며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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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간다. 너도 집에 가서 저녁 먹어. “
” 차려줄 사람 없는데. 따라가면 안돼? “
” 응 안돼. “
이유도 안 물어보고. 생각보다 철벽이었다. 근데 오히려 좋아.
그냥 무작정 걔를 졸졸 따라갔다.
밥 해 먹기도 귀찮아서 시켜먹을까 했는데, 워낙 시골이라 근처에 배달음식점이 하나도 없었다.
” 따라오지 말라니까? “
” 아.. 미안. 밥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 “
동정심 유발 작전을 쓰기로 했다. 그 얘는 현관문을 열려고 하다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 한숨을 쉬더니 들어오라는 손짓을 하고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 한번만이다. 조용히 들어와. “
작전이 먹혔다.
대문 안으로 들어가 보니 시골에서 평범하게 볼 수 있는 집이 나왔다.
집 안도 마찬가지로 여느 시골집과 다르지 않았다.
” 근데 너 혼자 살아? “
” 아니. 할머니랑. “
다른 가족들에 관해 물어보려다가, 나처럼 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어서 입을 닫았다.
최범규는 익숙한 듯 반찬들을 꺼내고 감자를 씻어 요리를 했다.
“ 어 뭐야. 너 계란프라이도 할 줄 알아? ”
“ 이걸 누가 못 해? 설마 너? ”
최범규가 웃음을 터트렸다.
진짜 모르는데.
그러니까 최범규가 잘 보라며 프라이팬 위에 계란을 깼다.
잘 사는 집에서 태어나서 그런가. 생각해보니 내 손으로 요리를 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밥이 다 완성되고, 그 얘와 식탁에 마주보고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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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넌 어디서 왔어? ”
“ 나? 서울. ”
“ 나 태어나서 서울 한번도 가 본적 없는데. 거기는 어때? ”
뭔가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내 지금 처지와 비슷한 것 같아서.
서울을 가 보지 못한 이유가 분명 있을거라 생각했다.
“ 음 .. 너무 좋아. 근데 한번도 안 가봤다고? 진짜? ”
최범규는 다른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전에 살던 지긋지긋한 곳에서는 엄두도 못 냈던 내 속 이야기를 남에게 하는 것.
얘한테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여기 온 이유, 아빠와 있었던 일들을 털어놓았다.
” .. 진짜 그렇게 됐다고? “
” 어. 그래서 지금 사실 쫒겨난거야.. ㅋㅋ “
“ 언제 다시 가는데? ”
“ 아니, 안 갈거야. 여기 계속 살고싶어. ”
최범규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고는 젓가락만 만지작거렸다.
난 서울에 가고 싶은데.
그럼 같이 가자.
못 가는 이유가 있다나 뭐라나. 굳이 피곤하게 더 캐 묻지는 않았다.
저녁을 다 먹고, 집으로 돌아가려 하는데 갑자기 천장에서 빗물이 샜다.
” 아 망할. 비 오나 봐. 나 어떻게 가지? ”
최범규는 익숙하다는 듯 양동이를 가져와서 빗물이 새는 곳에 내려놓았다.
놀랍지도 않을 만큼 많이 겪은 일인가. 쓸데없이 자꾸 그 얘가 안쓰러워졌다.
“ 우산 빌려줄게. 조심히 가고. ”
그렇게 우산을 대충 쓰고 그 얘의 배웅을 받았다.
귀뚜라미 소리가 크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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