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상글 잘 쓰시는 분들 신기해요 ㅎㅎ 빙의 너무 리얼해서 몰입되네요 글 잘 봤어요
✎ 작가 : rlaalsrbb
★ 평점 : 9.5 점
⚇ 조회수 : 1,4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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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일부러 그랬던거라면
이상원이 내 쪽으로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말이 없었고,
지시할 때 외에는 불필요한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런데 어딘가 달랐다.
회의실에 들어올 때
그는 항상 내가 앉을 자리를 먼저 확인하고,
서류를 건넬 땐
내 손끝에 아주 살짝,
닿을 듯 말 듯 하게 파일을 밀었다.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예전의 그는 철저히 거리 두는 사람이었다.
신체적 거리, 정서적 거리, 모든 것에서 일정 간격을 유지하던 사람.
그래서 지금의 작은 차이들이
오히려 더 크게 느껴졌다.
“이번 브랜드 측 미팅, 나랑 같이 가요.”
갑자기 정해진 동행.
나는 순간적으로 거절할 핑계를 찾았다.
회의 겹침, 일정 중복, 무슨 워크숍.
아무것도 없었다.
운도 지독히 없었다.
“네. 알겠습니다.”
외부 미팅.
자동차 안, 조수석.
침묵이 너무 오래 지속되면 이상할까 봐
라디오를 켰다.
팝송이 나왔고, 그는 손가락으로 리듬을 탔다.
이상원이라는 사람에게선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었다.
그 손가락을 보며, 나는 말도 안 되는 질문이 떠올랐다.
그는, 원래 이런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내가 알던 그가, 진짜가 아니었던 걸까.
미팅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
그가 식당 앞에 차를 세웠다.
“저녁은 먹고 가죠.
…오늘 좀 수고했잖아요.”
나는 식은 미소를 지었다.
“감정적이라 잘 안 먹는 스타일이라서요.”
그가 웃었다. 제법, 작게.
“그 말은 진짜 오래 가네요.”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식사를 했다.
대화는 업무 얘기 조금. 날씨 얘기 조금.
그렇게 다 먹고 나서야,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때 이후로—”
“그만해요.”
나는 단호하게 잘랐다.
나도 내가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숨이 막혔다.
“그냥…
다시 말하면 그 기억이 더 선명해질 것 같아서요.”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알겠어요.
대신, 지금부터는 다른 기억 남기고 싶어요.”
돌아오는 길.
창밖에는 가을비가 내렸다.
라디오는 꺼져 있었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원은
계속 내 옆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 사람은, 지금 나를 보고 있었다.
마치—
다시 알아가는 중이라는 듯이.
사무실에 도착해서, 그는 조용히 말했다.
“내일도 미팅 있으니까, 그건 내가 다녀올게요.”
“괜찮아요. 일정 비워놨어요.”
“괜찮다고 한 건 나예요.
—지금은 아직, 내가 옆에 있으면 불편할 것 같아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가 그렇게까지 배려해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예전의 이상원은, 내가 무너지든 말든 아무렇지 않았던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그는,
내 불편함까지 신경 쓰는 사람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날 밤.
집에 돌아와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앉은 뒤
문득 생각났다.
“지금부터는 다른 기억 남기고 싶어요.”
그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일부러 그랬던 거라면,
그게 진심이었다면—
그 사람,
너무 잔인하다.
왜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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