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 vosvmffjtm
★ 평점 : 9.8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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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낯선 얼굴이 나를 따라다닌다
서울, 구로동.
11월의 밤은 차가웠고, 사람들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누구도 이 거리 한복판에 사람이 쓰러져 있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는 죽었고.
누군가는 봤다.
그리고,
그 사람이 본 건… 익숙한 얼굴이었다.
“정확히는 기억이 잘 안 나요.”
경찰서 취조실.
진술을 하던 여자의 말투에는 공포와 혼란이 묻어 있었다.
“그냥… 계속 생각나요. 그 얼굴이요.”
“기억이 안 나는데 계속 떠오른다고요?”
“네. 이상하죠? 근데 진짜예요. 그냥… 이상하게 낯익은 느낌이었어요.
처음 본 사람인데, 익숙했어요.”
형사는 그 말을 곱씹으며 메모를 멈췄다.
‘세 번째다.’
3건의 살인사건.
3명의 피해자.
그리고 모든 목격자들이 공통으로 남긴 진술.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얼굴이었어요.”
“기분 나쁘게 완벽했어요.”
“그 사람이 웃고 있었어요. 아무렇지도 않게요.”
거리 감시카메라.
비 내리기 직전의 흐린 골목.
그리고 거기에 한 남자가 찍혀 있었다.
정면을 바라보며 조용히 지나가는 사람.
그의 눈빛에는 특별한 감정이 없었고,
걸음걸이도 위협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그 얼굴이 세 번이나 사건 현장에서 목격된 얼굴과 같다는 것.
그 남자의 이름은,
이도현.
프리랜서 범죄심리 컨설턴트.
예전엔 국과수에 몸을 담고 있었지만,
지금은 혼자 사건을 쫓고 다닌다.
“자꾸 이 얼굴이 나와요.”
경찰서 한 쪽, 누군가가 그렇게 말했다.
무심한 표정으로 파일을 정리하던 도현은 그 말에 손을 멈췄다.
조용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또… 나야?”
그는 혼잣말처럼 중얼이며 조용히 웃었다.
한 시간 후, 도현은 단골 카페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의 앞에는 두꺼운 파일 하나가 놓여 있었고,
그 안에는 피해자 진술들이 정리돼 있었다.
“표정이 기억에 남아요. 무표정인데, 기분 나쁘게 웃는 것 같았어요.”
“처음 봤는데, 이상하게 익숙했어요.”
“그냥, 평범하진 않았어요. 설명이 안 되는 인상?”
그는 조용히 페이지를 넘겼다.
눈빛 하나, 말투 하나 없이.
익숙하다는 듯, 무표정하게.
“…이쯤 되면, 내가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 모르겠네.”
이도현의 얼굴.
누군가에겐 한 번 보면 잊히지 않는 얼굴이고,
누군가에겐 오히려 너무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얼굴이었다.
문제는,
그 얼굴이 계속해서 사건 현장 근처에서 목격된다는 점.
그리고 그때마다 도현은 늘, 알리바이를 갖고 있었다.
경찰들은 조용히 수군댔다.
“그 사람, 이번에도 CCTV에 찍혔대.”
“진짜 범인 아니야?”
“아냐, 그 시간에 다른 데 있었대.”
“근데 이상하지 않아? 왜 항상 그 근처에 있어?”
“그 얼굴이 계속 반복돼서… 진짜 헷갈려.”
그날 밤, 도현은 거울을 마주했다.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희미한 가로등 불빛이 얼굴을 스쳤다.
“이 얼굴이 문제인가.”
그는 거울 속 자기 얼굴을 오래 바라봤다.
어떤 감정도 담기지 않은 눈.
“아니면, 문제는 내가 아닐 수도 있지.”
그 말과 함께,
그는 거울을 덮고 조명을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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