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 vosvmffjtm
★ 평점 : 9.8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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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내가 아니라고 해도, 믿지 않는다
“또 찍혔대요.”
도현이 고개를 들었다.
“CCTV 말이야. 어제 사건 현장에.”
그 말을 한 건 정하윤.
도현이 유일하게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
정보 수집과 분석을 담당하는 프리랜서 해커다.
하윤은 태블릿을 책상 위에 올려놨다.
화면엔 흐릿한 영상이 재생 중이었다.
비 오는 밤, 상가 골목 어귀.
그리고 그 안에—낯익은 실루엣.
검은 코트.
짧은 머리.
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걸어가는 남자.
“이거 너 아니야?”
“…아니야.”
하윤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화면을 멈췄다.
확대된 얼굴엔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인상은 도현과 거의 완벽히 같았다.
“확실해?”
“그 시간엔 다른 데 있었어.”
“알리바이 있어?”
“병원. 진료 기록 남아 있어.”
하윤은 한숨을 내쉬었다.
“너 요즘, 너무 자주 사건 근처에 찍힌다.”
도현은 말이 없었다.
잠시 생각에 잠긴 표정.
무언가 복잡한 감정이 스쳐지나갔다.
그는 창밖을 바라봤다.
비가 막 그친 거리, 사람들의 뒷모습,
그리고 어딘가 섞여 있을지 모르는 또 다른 자신.
“처음이 아니야.”
“뭐가?”
“예전에도 있었어. 나랑 똑같이 생긴 놈.”
“진짜로? 쌍둥이?”
“그랬으면 좋겠지.”
도현은 파일을 꺼냈다.
1번 사건.
2번 사건.
3번 사건.
모든 피해자는 “처음 보는 얼굴인데 익숙했다”고 말했다.
그 말을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이유.
도현 본인도, 과거에 그 얼굴을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언제였는지, 어디였는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
형사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 남자, 일부러 사건을 추적해서 다니는 거 아니야?”
“프리랜서 컨설턴트라며. 그럴싸한 직함 달고선…”
“근데 좀… 이상하긴 해. 왜 자꾸 그 사람이 거기 있어?”
도현은 그런 시선에 익숙했다.
심지어 이제는 일일이 부정하지도 않았다.
어차피 아무도 믿지 않으니까.
그가 아무리 “나 아니다”라고 말해도,
기억에 남는 건 그 얼굴 하나뿐이었다.
그날 밤, 도현은 골목을 걷고 있었다.
며칠 전 사건이 있었던 장소.
형광색 폴리스 라인은 이미 치워졌고,
사람들의 기억에서도 흐려지고 있었다.
그는 그 자리에 서서,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갑자기—
누군가의 시선을 느꼈다.
뒤를 돌아보았다.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묘하게, 아주 묘하게…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듯한 기분.
“…착각이겠지.”
그는 다시 걸음을 옮겼지만,
몇 걸음 뒤 멈춰섰다.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
그 얼굴이,
자기 얼굴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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