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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vosvmffjtm
★ 평점 : 9.8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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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기억이 만든 날, 내가 끝낸다
A-02는 어둡고 빈 지하실에 앉아 있었다.
그 앞엔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차은우.
“너 하나 때문에 다 틀어졌어.”
A-02는 말했다.
“기억 주입만으로 자아가 형성되면,
세상은 마음대로 조작될 수 있어.”
“근데 너는…”
“그 기억을 거부했잖아.”
차은우는 조용히 걸어갔다.
둘 사이엔 테이블 하나.
그 위엔 파일이 몇 장 흩어져 있었다.
Project D.H.
A-01 – 자아 자율화
A-02 – 관찰 및 제어
A-03~A-07 – 확산 가능성 평가
“난 거부한 게 아니야.”
“기억을 받아들인 다음, 선택했을 뿐이지.”
“난 그 기억으로 살아봤고,
그 기억이 전부는 아니란 걸 깨달았어.”
A-02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넌 진짜가 아니야.”
“너는 실험이 만든 상징일 뿐이야.”
“내가 널 지켜봤어.
네 행동, 네 감정, 전부 설계된 범위 안이었어.”
“그게 차이야.”
“넌 관찰했고,
나는 살았어.”
A-02가 총을 꺼냈다.
“이 얼굴은… 내가 더 잘 써.”
“진짜보다 가짜가 더 뛰어난 세상이 올 거야.”
“그럼 써봐.”
“그 얼굴로, 나처럼 살아봐.”
총성이 울렸다.
하지만 총알은 벽을 맞았다.
A-02는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자신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기억이 말리네.”
“…네 자아가
너한테 '멈춰야 한다'고 말하는 거야.”
차은우는 조용히 다가갔다.
그의 주머니에서 작은 디바이스 하나를 꺼냈다.
하윤이 보낸 제어 장치.
복제자 군단의 기억 주입을 역으로 해제하는 프로그램이 담긴 칩이었다.
“Project D.H.”
“이제 끝낼게.”
디바이스가 활성화된다.
파란 불빛이 주변을 감싼다.
A-02의 눈이 천천히 감겼다.
머릿속에서 모든 주입된 기억이…
꺼지기 시작했다.
“이제 넌 아무도 아니야.”
“나도, 그랬었지.”
“…근데 그 상태에서
내가 나를 만들었어.”
프로그램이 종료된다.
A-02는 조용히 바닥에 누웠다.
죽은 건 아니었다.
그저, 텅 빈 존재로 돌아갔다.
며칠 후.
복제자들은 모두 회수되었다.
각자의 기억은 삭제되었고,
새로운 삶이 시작될 수 있도록 조치되었다.
Project D.H는 폐기되었다.
그 실험이 남긴 기록은 단 하나였다.
“기억만으로는 인간을 만들 수 없다.
인간은 선택으로 만들어진다.”
하윤이 물었다.
“이제 넌 진짜야?”
차은우는 웃었다.
“그 얼굴로,
기억으로,
진짜인 척한 놈들을 전부 마주하고도—
내가 흔들리지 않았잖아.”
“그럼 그게 진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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