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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몽오
★ 평점 : 10 점
⚇ 조회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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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허설 중간에 대사를 놓쳤다.
두 번째 장면. 상대 배우가 눈빛을 건넸을 때, 분명 머리로는 기억하고 있었는데 감정선이 엉켰다. 침묵이 길어졌고, 누군가 숨죽이는 소리가 들렸다. 조연출이 대본을 넘기는 소리마저 신경 쓰였다. 그 순간, 익숙한 말투가 조용히 날아들었다.
“선배, 예전에 했던 방식으로 해보세요. 눈 돌리지 않고, 그 장면처럼요.”
나는 고개를 돌렸다. 한동민이었다. 대사 타이밍은 무너졌고, 분위기는 무거웠는데 그 애는 담담했다. 그런 말투, 그 표정으로. 평소처럼.
“…언제 거?”
내가 그렇게 묻자, 동민은 고개를 기울이며 대답했다.
“작년 겨울 정기 공연. 무대 오른쪽에서 네 번째 조명 앞 장면.”
숨이 잠깐 막혔다.
그 위치는 무대에 섰던 사람만이 아는 곳이었다. 배우라면 아는 스팟. 거기서 그 장면을 기억하고 있다면, 적어도 그 무대를 제대로 본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그 공연은 내가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무대였다. 긴장했고, 실수했고, 끝나고 울었던 날.
그 자리에, 그 무대에, 그 애가 있었던 거다.
“…너 그때 거기 있었어?”
조심스럽게 물은 나와 달리, 동민은 아주 간단하게 대답했다.
“네.”
“…왜 말 안 했어?”
“말하면, 선배 신경 썼을 거잖아요.”
그 말이 끝나자, 그는 고개를 돌렸다.
어깨선이 살짝 굳어 보였지만 여전히 담담한 표정이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조용히 입술만 다물었다.
그날 이후로, 우리는 조금 어색해졌다.
동민은 전보다 말수가 줄었고, 나도 괜히 눈을 피하게 됐다. 연습 중 눈이 마주치면 괜히 얼버무리게 됐고, 그 애가 무대 소품 정리하는 걸 보면서 괜히 혼자 의식하게 됐다.
뭔가 큰 비밀을 들킨 기분. 동시에, 그 애가 오래전부터 나를 보고 있었다는 사실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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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다음 연습 날.
연습 끝나고 돌아가는 길, 일부러 복도 끝까지 천천히 걸었다.
어색한 공기 좀 털어보려고, 괜히 장난처럼 말을 걸었다.
“야, 너 진짜 그때 내 연기 어땠는데?”
동민은 조용히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약간 고개를 숙인 채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 장면, 선배가 했던 게 기억에 남아서… 따라 해본 거예요.”
나는 순간 멈춰 섰다.
그 말은 너무 자연스러워서, 되려 숨이 막혔다.
“…그럼 나 따라 하려고 배우 파트 온 거야?”
그 애는 한 박자 쉬었다.
시선을 떨구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런 셈이죠.”
머리가 멍했다. 무슨 뜻인지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았다. 말끝이 조금 남았던 것 같은데, 그 애는 거기서 멈췄다. 그리고 조용히 뒤를 돌아 걸어갔다.
한 걸음, 두 걸음.
걷다 말고, 다시 멈추더니 작게 말했다.
“선배, 연습하러 일찍 오세요.”
나는 뒤에서 가만히 바라만 봤다.
“…저 기다리잖아요.”
그 애는 그렇게 말하고, 아무 일 없다는 듯 계단을 내려갔다.
내가 멍하니 서 있던 복도엔, 조명이 희미하게 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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