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네요 잘보고가요
✎ 작가 : rlaalsrbb
★ 평점 : 9.7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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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오늘은 내려가자
오늘은,
그 애가 먼저 말을 꺼냈다.
"오늘은 옥상 말고 다른 데 갈래?"
갑자기 왜?
"식상해졌어?"
"아니.
오늘은…
내가 너랑 있는 걸 누가 봐도
괜찮을 것 같아서."
순간 너무 놀라서 말이 안 나왔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냥 그 애를 따라 내려갔다.
우리는 매점 앞 자판기 앞에 섰다.
그 애는 천 원짜리를 꺼내
내가 말하기도 전에
오렌지 주스를 뽑았다.
“네 건 이거지?”
“…맞긴 해.”
“내가 은근히 많이 봤어.”
그러고는 자기 것도 하나 뽑았다.
복숭아 아이스티.
“쓸데없이 감성적이다.”
“입맛이 감성적임.”
우리 둘,
그냥 복도 벽에 기대서
캔 음료 들고 있었다.
아무도 말 걸지 않았고,
아무도 우릴 신경 쓰지 않았다.
그게 더 낯설었다.
“사람 많은 데선 좀 다르네.”
내가 먼저 말했다.
“네가?”
“아니, 너.”
그 애는 나를 빤히 보다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어떻게 다른데?”
“…말을 더 안 해.”
그는 웃었다.
“너무 조심하고 있잖아.”
“…왜냐면.”
“왜?”
“너랑 있는 거,
괜히 들키기 싫으니까.”
내가 말했다.
그 애는 놀라지도 않았다.
대신, 진짜 작게 웃었다.
“그 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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