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넥도 이한 빙의글 ‘옥상은 비밀이니까’ 너무 설레요. 상황문답 형식이라 몰입감 있어요.
✎ 작가 : rlaalsrbb
★ 평점 : 9.7 점
⚇ 조회수 : 3,5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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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어제와 오늘 사이
이틀 만에
그 애가 옥상에 다시 왔다.
내가 먼저 와 있었고,
그 애가 문을 열었을 때
나는 도시락을 꺼내는 중이었다.
그 애는 잠깐 나를 바라보다가
말없이 내 맞은편에 앉았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괜히 그래야 할 것 같아서.
"그땐, 미안."
조용히 말했다.
눈도 안 마주치고.
그냥 바람 보면서.
"그냥, 조금 피하고 싶었어."
“나를?”
“…그건 아닌데.”
그 애는 천천히 숨을 쉬었다.
“여기선 나라도 괜찮아야 되잖아.”
그 말이
묘하게 울렸다.
나는 괜히 손에 쥔 젓가락을 탁 놓고
달걀을 하나 밀어줬다.
“그래도, 도시락은 네 몫 있어.”
그 애는 웃지도 않고
그걸 집어 먹었다.
“너,
이상훈이랑 말 많이 하더라.”
“…뭐?”
“같은 반 애.
그날 네 옆에 앉아 있던 애.”
그 애가 그런 식으로 사람 이름 언급하는 거
처음이었다.
“아, 그냥. 과제 때문에 얘기한 거야.”
“그냥?”
“…혹시 지금—”
“아니, 그냥 궁금해서.”
그 말 끝에,
그 애는 젓가락을 멈췄다.
“…아닌 줄 알면서 왜 물었지.”
혼잣말처럼 말했다.
나는 웃을 뻔했는데
안 웃었다.
뭔가,
내가 웃으면 그 애가
더 조용해질 것 같아서.
그날,
우리는 도시락을 다 먹고도
바로 일어나지 않았다.
해가 머리 위에 있을 때까지
그늘에 앉아 있었다.
“너도 가끔
내 눈치 보는 거 알아?”
내가 말했다.
“응.”
그 애가 말했다.
“그럼 왜 계속 그래?”
“몰라.
그냥 네 반응이 보고 싶어서.”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듣고 나니
심장이 조금 더 조용히 뛰었다.
뭔가,
내가 이한을
조금 더 좋아하게 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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