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 rlaalsrbb
★ 평점 : 9.7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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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비밀 같은 이야기
비가 왔다.
꽤 많이.
1층 현관에서
나는 쭈그리고 앉아
운동화 앞코를 바라봤다.
우산을 안 가져왔다.
그리고 올라갈 생각도 못 했다.
그냥 오늘은,
이한 안 보겠거니 했는데.
“왜 여기 있어?”
익숙한 목소리.
고개를 들자,
이한이 서 있었다.
우산도 없이.
“너도 우산 없어?”
“있는데.”
그가 가방에서 우산을 꺼냈다.
“…그럼 왜 안 쓰고 있어.”
“네가 여기 있어서.”
그 말을 너무 아무렇지 않게 했다.
나는 말이 막혔다.
비보다 숨이 더 갑갑했다.
우산을 같이 썼다.
비좁은 거리.
어깨가 닿았다.
나는 말이 없었고,
그 애도 말이 없었다.
하지만 이건 어색한 침묵이 아니라
뭔가 숨고 있는 침묵 같았다.
그러다
그 애가 갑자기 말했다.
“전 학교에서
내 친구가 있었다.”
“그 애,
나 때문에 맞았어.”
나는 발걸음을 멈췄다.
그 애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내가 무리랑 엮이지 말라고 했는데,
그 애가 날 감쌌거든.”
“결국 전학 온 건 나였고,
그 애는 지금도 학교 못 나오고 있어.”
그 애는 우산 손잡이를 꽉 쥐었다.
손등이 하얗게 질릴 만큼.
“사람들이 말하던 거,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어.”
“…근데 왜 나한테 말해?”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애는
잠깐 날 바라보다가 말했다.
“너는,
내가 누군지 알고 나서도
계속 내 옆에 있을 것 같아서.”
빗소리가 컸다.
우산 아래는 작고 조용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그 애의 손을 봤다.
떨리진 않았지만,
붙잡고 있는 건 분명했다.
“나,
그 애처럼 되진 않을 거야.”
그 말은
다짐처럼 나왔다.
그리고 그 애는,
고개를 아주 천천히 끄덕였다.
“그래.
그게…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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