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 rlaalsrbb
★ 평점 : 9.7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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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날
오늘은
그 애가 먼저 물었다.
“너도,
학교 말고 다른 데선 말 없는 사람이지?”
나는 잠깐
멈췄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집에서도?”
“응.”
“…힘들었어?”
“많이.”
우리는 도서관 구석 자리에 앉아 있었다.
창밖으로 햇빛이 들이쳤고,
먼지가 빛에 떠다녔다.
나는 그 빛을 피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때.
내가 다니던 학교에서 좀… 일이 있었어.”
“뭐?”
“왕따였거든.”
이한이
고개를 돌렸다.
“…너가?”
“응.
되게 오래.”
“왜?”
“이유 같은 건 없었어.
그냥 쉬워 보였겠지.”
이한은 말이 없었다.
나는 웃지도, 울지도 않은 얼굴로 말했다.
“그때 이후로는
누가 먼저 다가오면,
그게 더 무서웠어.”
“…왜.”
“언제 돌변할지 모르니까.”
그 애는 손등을 책상에 올려뒀다.
그냥, 가만히.
나는 그 손을
잠깐 봤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한은 그걸 알고 있었을까.
내가 이런 애인 거.
그 애는 천천히 말했다.
“나는,
너만 아니었으면
아직도 조용히 학교만 다녔을 거야.”
“그게 뭐야.
칭찬이야?”
“몰라.
그냥 사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애를 봤다.
이한은 내 눈을 똑바로 보면서 말했다.
“네가 있으면,
좀 덜 무서워.”
그 말이,
너무 조용하게 들려서
오히려 더 크게 울렸다.
심장이
한 박자 늦게 반응했다.
내가 입을 열었다.
“같이…
계란 싸올래?”
그 애는 웃었다.
“그건 좀 빠르다.”
“…그럼 같이 걷자.
점심시간마다.”
이번엔,
그 애가 대답했다.
“응.
그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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