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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n번째계절
★ 평점 : 9.98 점
⚇ 조회수 : 1,1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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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플리는 몸이 아프고 마음이 찌뿌둥한 상태로 일어섰다. 그리곤 저 싸가지의 말을 곱씹었다.
'ㅁ..뭐? ㅈ같애? 한 마디는 해야겠어'
"뭐라구요? 말이 너무 심하신 거 아녜요? 본인이 이쪽으로 갑자기 몸 튼거면서 참나."
노랑 머리가 짧은 한숨을 내쉬며 책과 CD를 주워들었다.
"아, 네. 죄송하네요."
그 말 한마디에 더 이상 이어지는 대화는 없었다. 그는 그냥 휙, 고개를 돌려 걸어갔다.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어. 진짜.'
하지만 그의 상처가 조금 신경 쓰였다. 입술에 난 상처가 보였기 때문이다. 그에게 화가 나기도 했지만, 그 상처를 보고 난 뒤, 이상하게 걱정이 되었다. 일을 하러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에 서플리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계속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노랑 머리의 피멍진 입술이었다.
***
간단한 기획 회의가 끝난 후, 서플리는 한참 동안 책상에 앉아 있었다. 평소 같으면 푹 쉬었을 텐데, 오늘은 왠지 다른 기분이 들었다. 노랑 머리 때문이다. 상처도 그렇고, 그가 그렇게 불친절하게 굴면서도 뭔가 슬픈 눈빛을 보였던 게 자꾸 떠올랐다.
그렇게 무심코 챙긴 연고와 밴드를 들고 복도로 나갔다.
'혹시라도 있으면, 있으면 주는 거지 뭐'
갑자기 어디선가 기타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소리에 이끌려 서플리는 어떤 녹음실에 다다랐고,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순간, 플리는 노랑 머리를 보았다.
노랑 머리가 조용히 기타를 연주하고 있었다. 그의 손끝에서 나오는 부드러운 선율은 마치 평소 그가 보여주던 날카롭고 차가운 모습과는 전혀 다른, 온화하고 깊은 감정을 담고 있었다.
멍-
"뭡니까. 허락도 없이 문 열고,"
엏
"아... 그냥 기타 연주가 너무 좋아서..."
"제가 벗고 있으면 어쩌려고 그랬어요?"
"네에? 변태에요? 그런 생각이나 하고..."
"용건이 뭡니까. 밖에서 나인 거 다 봤을 텐데. 할 말 없으면 다시 나가세요."
"아... 그게 아니라 사실... 밴드... 전해주려고..."
플리는 머뭇거리며 연고와 밴드를 그의 앞에 놓았다.
"밴드?"
"아까 상처... 암튼 붙이시라구요. 그럼 이만!"
서플리는 급히 그 말을 마치고 돌아섰다. 다시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ㅎ 무슨 뽀로로 밴드야. 유치하게"
노랑 머리는 남겨진 밴드를 손에 쥐고, 만지작거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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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팬플러스FanP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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