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플레이브 유하민 빙의글] 붉은 약조 1화

✎ 작가 : 여느날

★ 평점 : 10 점
⚇ 조회수 : 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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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끊긴 줄 알았다. 아니, 분명히 끊겼었다. 식은 손끝과 마른 입술, 싸늘하게 식어가는 맥박 속에서 나는 내 죽음을 스스로 받아들였으니까. 그것은 의외로 조용한 일이었다. 덜컥 겁을 먹거나 오열하지도 않았다. 단지, 아— 이제 끝나는구나. 그렇게 생각했을 뿐이다.

 

그런데 왜, 지금 눈을 뜬 곳이…

 

 

“… 이 방, 이 방은…?”

 

 

하얀 벽지에 정갈하게 정돈된 방. 창문 사이로 스미는 빛은 한낮의 햇살처럼 따뜻하고 부드러웠지만, 나는 오히려 한기를 느꼈다. 눈앞을 덮은 건 화려한 비단 이불, 손끝에 감기는 천은 어릴 적부터 길들여져온 혼례복의 속단장이었다. 그 모든 것이 익숙한 듯 낯설고, 낯선 듯 또렷했다. 나는 이 방을 알고 있었다.

 

내 혼례 전날 밤. 신부의 첫날을 기다리며 대기하던, 그 방. 그리고 바로 그 다음 날, 나는 죽었었다.

 

 

"혼례를 올리기 전날, 병이 급속히 악화되어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그게 나에게 붙은 마지막 문장이었다.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고, 누구도 더 깊이 들여다보지 않았다. 나조차도 그랬다. 그저 내 생이 거기서 끝난 줄만 알았다.

 

정략의 끈으로 엮인 혼인. 그 혼인의 상대는 유가 대감의 막내자제, 유하민이었다. 하민은 내게 단 한 번도 웃어준 적 없고, 나는 그 앞에서 늘 고개만 숙였다. 머리를 들면 안 된다고 배웠고, 들고 싶지도 않았다. 내 존재가 그에게 불편하다는 걸 누구보다도 먼저 알아버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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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민이 내게 건넸던 첫마디는, “이 혼인, 누군가에겐 형벌일 테지.”였다. 형벌. 그 한 마디로 모든 감정선이 잘라졌고, 나는 끝까지 조용히 눈을 내리깔았다. 내가 죽은 뒤에도 그는 단 한 번의 조문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 그럴 만도 했다. 나는 그에게 부담이었고, 굴레였고, 손발 묶이는 족쇄 같은 존재였으니까. 마음에 들 이유도, 애쓸 이유도 없었다.

 

… 그런데 왜, 다시 이곳에.

 

이건 분명히 그날의 전날이었다. 장독 위로 햇살이 비치는 각도도, 복도로 퍼지는 매화 향기도, 부엌에서 들리는 장녀의 분주한 걸음소리까지도. 모두 다, 내가 죽었던 그날의 전야와 같았다.

아니, 똑같았다.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나는 다시 깨어났다. 내가 죽었던 그 방, 그 자리, 그 때에. 이번엔 무언가 달라져야 했다. 아니, 반드시 달라질 것이다.

 

나는 더는 순순히 끌려가지 않겠다.
기다리지도, 기대하지도 않겠다.
이 혼례가 나를 어디로 끌고 가든, 이번엔 내가 먼저 손을 놓을 것이다.

 

 

그래, 이번 생에서만큼은 내가—


그를 먼저 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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