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세븐틴 민규 빙의글] 너는 우리 집에 살았다 1화

✎ 작가 : rlaalsrbb

★ 평점 : 10 점
⚇ 조회수 : 1,2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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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그 집에 들어간 날

 

처음 그 집 문 앞에 섰을 때, 나는 진짜로 돌아가고 싶었다.

대문은 크고, 고급졌고, 나랑은 안 어울렸다.

신발 바닥에 낀 먼지가 괜히 눈에 띄는 것 같았고,

내가 숨만 쉬어도 소리가 날까 봐 불안했다.

 

 

띵동 -

초인종 소리가 너무 맑았다.

이런 소리는 내가 사는 동네에선 들을 일이 없었다.

잠시 뒤, 문이 열렸다.

 

 

슬리퍼 질질 끄는 소리.

모자를 쓴 누군가가 걸어나왔다.

그 애. 김민규.

 

 

처음 보는 얼굴은 아니었다.

같은 반이었으니까.

근데 가까이서 보니 더 이상했다.

 

 

눈매는 날카롭고, 턱선은 정리 안 된 느낌인데도

하나도 흐트러진 게 없었다.

어디선가 냉기가 느껴졌는데, 

그게 사람한테서 나는 거라니 참… 좀.

 

 

“왔냐.”

목소리는 낮고, 무심했다.

나는 얼어붙은 목소리로 겨우 말했다.

“…안녕하세요.”

“이리 들어와. 엄마 방 옆에 방 하나 비었거든.

원래 창고였는데.”

 

 

나는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괜찮은 거예요…? 진짜 민폐 아닌가요…?

그가 힐끗 나를 봤다.

그러고는 아주 가볍게 웃었다. 코로, 비웃듯이.

 

 

“너네 엄마가 우리 집 10년 일했는데, 방 하나 쓰는 게 민폐냐.

그리고 솔직히… 너 있건 말건, 나 신경 안 써.”

“아… 그렇죠… 죄송합니다…”

“뭐가 죄송해. 들어가. 밥은 알아서 챙기고.”

 

 

그는 그렇게 말하고 자기 방 문을 닫았다.

나는 낯선 방, 낯선 냄새 속에서 가방을 내려놨다.

이불을 펴다가, 손이 멈췄다.

 

 

김민규.

학교에선 ‘문제아’ 취급 받는 애.

싸움 잘하고, 말은 별로 없고, 무표정.

 

 

근데 지금 느낀 건… 그것만은 아니었다.

그 애한테선, 이상한 기류가 있었다.

차가운 줄 알았는데, 대놓고 싫어하진 않았고.

거리를 두는 줄 알았는데, 거리 안에 들게 하더라.

 

 

아니, 그보단…

그 애가 나를 모른 척하지 않았다는 게 더 이상했다.

대부분의 애들이 날 볼 때, ‘투명인간’ 대하듯 하거든.

 

 

그래서 그때까진 몰랐다.

다음 날, 그 애가 교실에서 어떤 말을 하게 될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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