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세븐틴 민규 빙의글] 너는 우리 집에 살았다 4

✎ 작가 : rlaalsrbb

★ 평점 : 10 점
⚇ 조회수 : 1,2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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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생각보다 복잡한 애

다음 날 아침.

민규는 식탁에 없었다.

그의 밥그릇도, 젓가락도 그대로였다.

휴대폰은 거실 소파에 널브러져 있었고, 신발도 현관에 그대로.

 

 

“안 갔어…?”

나는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답이 없었다.

 

 

문을 살짝 열었다.

방 안엔 이불이 뒤엉켜 있었고, 그는 그대로 누워 있었다.

그 순간, 심장이 내려앉을 뻔했다.

“…아픈가?”

가까이 다가가려는 찰나,

그가 눈을 떴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뭐야. 왜 쳐다봐.”

“안 나가길래. 아픈 줄…”

“아님. 걍 귀찮아서.”

나는 그 말에 헛웃음이 나왔다.

“진짜… 졸업은 하고 싶어?”

“그건 내일 걱정.”

그는 다시 이불을 뒤집어썼다.

나는 문을 닫고 나왔다.

 

 

 

 

[세븐틴 민규 빙의글] 너는 우리 집에 살았다 4

 

학교에 도착했을 땐, 뭔가가 달라져 있었다.

익숙한 눈빛이 달랐다.

내가 아닌 ‘그’ 쪽을 보고 하는 말들이었다.

 

 

“야, 민규 쟤… 이번에도 걔 감싼 거야?”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냐. 설마”

“둘이 뭐 있는 거 아냐?”

나는 그 말이 내 얘기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욕먹는 사람이 되는 기분.

 

그리고 더 이상한 건

민규가, 그날부터 나한테 말을 잘 안 걸었다는 거다.

 

교실에서 마주쳐도,

식탁에서 밥을 먹어도,

예전처럼 아무렇지 않게 던지던 말들이 없었다.

 

‘내가 뭐 실수했나?’

‘혹시… 불편했나?’

그 생각만 맴돌았다.

집에 돌아와도,

그는 여전히 자기 방에만 있었다.

 

현관문을 닫고, 거실을 지나가면서

그 문 앞에서 멈칫하게 되는 건

어디까지가 예의고, 어디부터가 신경 쓰는 건지 헷갈려서였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민규는 진짜… 내가 편해진 걸까?’

그 애는 나보다 훨씬 더 조용한 사람이었고,

자기 말도 쉽게 꺼내지 않는 성격인데—

 

혹시 내가,

혼자 너무 쉽게 다가간 건 아닐까?

 

 

그날 밤.

엄마가 조용히 말했다.

“민규가… 오늘 너 학교에서 안 좋은 얘기 들은 거 같더라.

애들끼리 너한테 뭐라 한 거 같기도 하고.”

나는 멍하게 밥을 뜨다 말았다.

 

“왜요…? 그런 말 안 했는데…”

“그 애가 네 얘기 나오자마자 표정이 딱 굳더래.

말은 안 해도, 엄마는 안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조금 이해가 됐다.

그 애는, 날 피한 게 아니었다.

뭔가를… 참고 있었던 거다.

자기 식으로.

 

 

 

 

[세븐틴 민규 빙의글] 너는 우리 집에 살았다 4

 

그날 밤, 거실에서 물을 마시다가

그 애랑 마주쳤다.

 

잠옷 차림. 생얼. 부스스한 머리.

근데도, 말은 또 차가웠다.

 

“…뭐 봐.”

“…아니. 그냥.”

그가 주방 불을 끄며 내 옆을 지나쳤다.

그 짧은 순간에,

그가 내 옆에 선 거리에서 나지막이 말했다.

 

“학교에서 뭐 듣더라도 신경 쓰지 마.

그런 애들, 진짜 말도 안 되는 헛소리 하는 거니까.”

나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너무 조용해서 불안했어.

내가 뭘 잘못했나 했거든.”

그 애가 멈칫했다.

그리고 짧게 한숨을 쉬듯 말했다.

“…너랑은 아무 상관없는 애들이니까.

신경 쓰지 마, 진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마음은 더 복잡해졌다.

 

 

생각보다,

김민규는 단순한 애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게

조금 더 알고 싶어지는 이유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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