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 rlaalsrbb
★ 평점 : 10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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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생각보다 복잡한 애
다음 날 아침.
민규는 식탁에 없었다.
그의 밥그릇도, 젓가락도 그대로였다.
휴대폰은 거실 소파에 널브러져 있었고, 신발도 현관에 그대로.
“안 갔어…?”
나는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답이 없었다.
문을 살짝 열었다.
방 안엔 이불이 뒤엉켜 있었고, 그는 그대로 누워 있었다.
그 순간, 심장이 내려앉을 뻔했다.
“…아픈가?”
가까이 다가가려는 찰나,
그가 눈을 떴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뭐야. 왜 쳐다봐.”
“안 나가길래. 아픈 줄…”
“아님. 걍 귀찮아서.”
나는 그 말에 헛웃음이 나왔다.
“진짜… 졸업은 하고 싶어?”
“그건 내일 걱정.”
그는 다시 이불을 뒤집어썼다.
나는 문을 닫고 나왔다.
학교에 도착했을 땐, 뭔가가 달라져 있었다.
익숙한 눈빛이 달랐다.
내가 아닌 ‘그’ 쪽을 보고 하는 말들이었다.
“야, 민규 쟤… 이번에도 걔 감싼 거야?”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냐. 설마”
“둘이 뭐 있는 거 아냐?”
나는 그 말이 내 얘기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욕먹는 사람이 되는 기분.
그리고 더 이상한 건
민규가, 그날부터 나한테 말을 잘 안 걸었다는 거다.
교실에서 마주쳐도,
식탁에서 밥을 먹어도,
예전처럼 아무렇지 않게 던지던 말들이 없었다.
‘내가 뭐 실수했나?’
‘혹시… 불편했나?’
그 생각만 맴돌았다.
집에 돌아와도,
그는 여전히 자기 방에만 있었다.
현관문을 닫고, 거실을 지나가면서
그 문 앞에서 멈칫하게 되는 건
어디까지가 예의고, 어디부터가 신경 쓰는 건지 헷갈려서였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민규는 진짜… 내가 편해진 걸까?’
그 애는 나보다 훨씬 더 조용한 사람이었고,
자기 말도 쉽게 꺼내지 않는 성격인데—
혹시 내가,
혼자 너무 쉽게 다가간 건 아닐까?
그날 밤.
엄마가 조용히 말했다.
“민규가… 오늘 너 학교에서 안 좋은 얘기 들은 거 같더라.
애들끼리 너한테 뭐라 한 거 같기도 하고.”
나는 멍하게 밥을 뜨다 말았다.
“왜요…? 그런 말 안 했는데…”
“그 애가 네 얘기 나오자마자 표정이 딱 굳더래.
말은 안 해도, 엄마는 안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조금 이해가 됐다.
그 애는, 날 피한 게 아니었다.
뭔가를… 참고 있었던 거다.
자기 식으로.
그날 밤, 거실에서 물을 마시다가
그 애랑 마주쳤다.
잠옷 차림. 생얼. 부스스한 머리.
근데도, 말은 또 차가웠다.
“…뭐 봐.”
“…아니. 그냥.”
그가 주방 불을 끄며 내 옆을 지나쳤다.
그 짧은 순간에,
그가 내 옆에 선 거리에서 나지막이 말했다.
“학교에서 뭐 듣더라도 신경 쓰지 마.
그런 애들, 진짜 말도 안 되는 헛소리 하는 거니까.”
나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너무 조용해서 불안했어.
내가 뭘 잘못했나 했거든.”
그 애가 멈칫했다.
그리고 짧게 한숨을 쉬듯 말했다.
“…너랑은 아무 상관없는 애들이니까.
신경 쓰지 마, 진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마음은 더 복잡해졌다.
생각보다,
김민규는 단순한 애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게
조금 더 알고 싶어지는 이유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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